“우승하고 백악관 방문은 꿈도 꾸지마”…트럼프 2.0시대 떡상·떡락 스포츠는 [올어바웃스포츠]

류영욱 기자(ryu.youngwook@mk.co.kr) 2024. 11. 10.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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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UFC302에 선수처럼 입장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와 데이나 화이트 UFC 회장(오른쪽에서 두번째) <출처=MMA정키>
앞으로 4년간 미국, 아니 전세계의 리더가 될 미국 대통령으로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사실상 확정됐습니다. 한국과 달리 선거일 직전까지 각종 여론조사를 공표할 수 있는 미국에서 미디어들은 트럼프 후보와 카멀라 해리스 후보의 대결을 흥미진진한 스포츠와 같이 보도했습니다. 문자 그대로 ‘경마식 저널리즘’이라고 할 수 있겠죠.

트럼프 후보의 당선은 미국은 물론 국제 정세에 크나큰 방향 전환을 부를 것이 확실시되고 있습니다. 한국 정치와 경제 역시 ‘트럼프 2.0’의 영향권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것은 자명합니다.

이번 올어바웃스포츠에서 어렵고 민감한 정치, 경제 이슈보다는 트럼프 후보의 집권으로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이는 스포츠들은 무엇인지 ‘재미로’ 알아봤습니다. 과연 어떤 종목들이 ‘떡상’을 하는 것일까요. ‘떡락’ 우려가 있는 종목은 없을까요?

2001년부터 ‘트럼프 코인’ 탑승한 ‘찐친’ UFC
미국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트럼프의 후보 수락 연설에 앞서 지지연설을 하는 데이나 화이트 UFC 회장 <출처=AFP·Getty Images>
트럼프 당선의 후광효과를 가장 많이 볼 스포츠는 ‘종합격투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정확히는 종합격투기계의 최대·최고 단체인 UFC의 앞에 꽃길이 펼쳐질 것 같은 느낌입니다.

트럼프와 UFC의 밀월관계는 어제오늘 일이 아닙니다. 심지어 올해 비자금 문제 관련 유죄 평결을 받은 트럼프가 평결 후 처음으로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자리가 6월에 열린 이벤트 ‘UFC302’였습니다. 트럼프는 동지적 관계인 데이나 화이트 UFC 회장과 함께 뉴저지에서 열린 이벤트에 영웅적인 환대를 받으며 등장했습니다. 관중들은 그런 트럼프를 향해 “We want Trump!(우린 트럼프를 원한다)” 구호를 외치며 열광했습니다. 이번 대선 전에도 화이트 대표가 트럼프를 지지하는 연설을 하기도 했죠.

UFC입장에서는 트럼프는 구세주나 다름없었습니다. 1990년대 초반에 ‘무규칙 격투’를 표방하며 시작된 UFC는 초기엔 뒷골목 싸움과 다를바 없었습니다. 이때문에 1996년 존 매케인 상원의원을 비롯한 미국의 ’높으신 분‘들은 UFC를 ’인간 닭싸움‘으로 지칭하며 대회를 비토했습니다. 이에 따라 미국 50개주 중 36개주에서 무규칙 격투를 금지하는 법안에 제정됐고 UFC는 고사위기에 빠졌습니다.

2001년 파산 직전이던 UFC는 화이트 회장과 로렌조 퍼티타 등 현재의 UFC를 만든 경영진들에게 인수됐습니다. 이들인 UFC를 무규칙 개싸움에서 ‘종합격투기’로 탈바꿈시켰고 이때 손을 내민 것이 트럼프였습니다. 화이트 회장은 미국 북동부 뉴저지에 있는 트럼프의 ‘타지마할 카지노’에서 경기하기를 원했고, 트럼프에 이를 승낙한 것이지요. 화이트 회장은 당시를 회고하며 트럼프 카지노에서 열린 UFC30과 UFC31를 통해 전국적인 인기를 얻고 미국내 다른 주들에 진출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처음 회사를 인수했을 때는 우리를 받아주는 경기장도 없었지만 트럼프가 처음으로 ’여기서 시합을 하자‘고 말한 사람”이라며 “트럼프는 타지마할에서 우리에게 첫 번째 기회를 주었고, 우리가 더 큰 경기장으로 갔을 때 가장 먼저 참석한 사람 중 한 명이었다”고 했습니다.

골프계 평화협상, 트럼프 중재로 가능할까?
골프를 함께 즐겼던 도널드 트럼프와 로리 매킬로이 <출처=X>
아마 프로골프계의 지리한 영역다툼 역시 트럼프가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일 것 같습니다. 남자프로골프투어(PGA) 투어 메이저대회 4승에 빛나는 로리 매킬로이는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백악관 복귀가 PGA와 사우디아라비아가 주도하는 LIV골프 간의 평화 협상을 가속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섞인 인터뷰를 했습니다. 매킬로이는 미 대선 직후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야스 링크스에서 열린 DP월드투어 아비다비 HSBC 챔피언십 기자회견에서 “트럼프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좋은 관계를 맺고 있고 골프도 좋아한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현재 남자 프로골프업계는 전통의 PGA와 오일머니 자금력을 앞세워 좋은 선수를 확보해가고 있는 LIV란 단체의 대립이 있습니다. 작년 6월 두 단체는 장기적인 합병을 골자로 하는 합의에 다다랗지만 그 속도를 굉장히 더딘 상태입니다. 특히 미국 법무부는 사우디의 주류 스포츠 진출에 대한 경계심을 놓치지 않고 있습니다.

이가운데 트럼프는 후보시절 “양측의 협상을 15분이면 해결할 수 있다”고 자신하는 말을 하며 중재 역할을 본인이 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트럼프는 실제로 LIV와 비즈니스 관계를 맺고 있는 상황이며, 이전엔 PGA 투어 대회를 개최하기도 했습니다. 미국의 수장이자 중동 정세를 쥐락펴락할 수 있는 미국 대통령으로서 양측간 협상 물꼬를 틀 수 있다는 점이 허투루 들리지 않은 이유입니다. 매킬로이는 트럼프의 호언장담에 “그럴 수 있을지도 모른다”며 “그는 세계에서 가장 똑똑한 사람인 일론 머스크를 옆에 두고 있잖아요. 그를 끌어들일 수 있따면 뭔가 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反트럼프 노선’으로 연대한 르브론·커리...NBA 우승팀의 백악관 방문기 사라질까
트럼프 당선이 확실해진 이후 자신의 SNS에 반대 의사를 우회적으로 밝히 르브론 제임스 <출처=르브론제임스 인스타그램 갈무리>
이처럼 트럼프 당선으로 기대감이 부푼 스포츠들도 있지만 일부 스포츠 스타들은 트럼프 당선이 못마땅한가 봅니다. 대표적으로 북미프로농구(NBA) 선수들은 트럼프의 승리를 마뜩찮게 봅니다. 아직까지 NBA를 대표하고 있는 르브론 제임스와 스테픈 커리는 대선 기간 내내 해리스 후보에 대한 공개지지를 해왔습니다. 명감독인 그렉 포포비치(샌안토니오 스퍼스)와 스티브 커(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 역시 자신의 SNS를 통해 유권자들에게 해리스에게 표를 줄것을 독려하기도 했죠. 특히 트럼프 당선이 확실시 된 이후 제임스는 자신의 SNS에 딸과 함께 찍힌 사진을 올리며 “내가 가진 모든 것과 그 이상으로 널 보호하겠다고 약속해 !!! 우리는 그들의 도움이 필요하지 않아”란 게시물을 올리며 ‘낫 마이 프레지던트’ 의사를 명확하게 표현했죠.

NBA 스타들이 이처럼 트럼프 2.0에 발작적인 반응을 보인 것은 2016년부터 시작된 1기 트럼프 대통령 시대에 NBA와 미국 대통령간 마찰이 끊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당시 수많은 선수와 코치가 트럼프식 정책에 반대를 나타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트위터를 통해 “사람들은 정치적으로 민감한 NBA를 보는데 지쳤다”며 “농구 시청률은 엄청나게 떨어졌고,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독설을 퍼붓기도 했습니다.

현실화되진 않았지만 실제 NBA 선수들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정책을 내놓기도 했죠. 2017년 트럼프 당시 대통령은 이란, 이라크, 리비아, 소말리아, 수단, 시리아, 예멘 등 7개 ‘우려 국가’로부터의 이민을 일시적으로 차단하는 행정명령을 내렸습니다. 이런 정책은 당시 NBA에 뛰는 아프리카계 선수들의 거취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습니다. NBA 선수중 약 30%는 외국 태생 선수들은 이들은 대부분 영주권 또는 취업 이민 비자로 미국에 체류중이었습니다. 이를테면 당시 밀워키 벅스 소속이던 파워포워드 쏜 메이커는 수단 출신입니다. LA 레이커스의 루올 뎅 역시 수단출신이었습니다.

이들은 당시 행정명령을 통해 추방 대상으로 분류된 것은 아니었지만 미국을 떠났다가 다시 입국할 수 있는 자격이 없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습니다. 이에 대해 NBA 사무국은 미국 국무부에 선수들의 거취와 관련있는 행정명령의 명확한 해석과 설명을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전례를 겪은 NBA 선수들은 확실히 트럼프에 비우호적입니다. NBA 파이널 우승팀의 관례였던 백악관 방문 역시 트럼프 집권시기였던 2017~2020년엔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트럼프의 2기 집권기에 NBA와 긴장관계는 더욱 커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시작된 트럼프의 4년...스포츠에 미칠 파장의 크기는?
2006년 MLB 보스턴 레드삭스와 뉴욕양키스의 시구자로 나선 도널드 트럼프 당시 ‘사업가’ <출처=Reuter>
앞서 트럼프와 스포츠의 흥망성쇠를 ‘재미’로 알아보겠다고 한 것은 미국 집정자의 태도가 스포츠판에 미친 영향이 제한적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2016년 트럼프가 처음 당선됐을때 미국 주간지 ‘더위크’는 스포츠판에 전례없는 지각변동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트럼프의 당선으로 미국과 멕시코간 관계가 틀어지며 2026년 북중미 월드컵 개최 가능성이 낮아지고, 2024년 올림픽 개최지로 LA가 될 가능성이 줄었다고 분석했습니다. 또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돼 있는바, 맨유의 지분가치가 떨어져 구단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봤습니다. NBA와 미국프로풋볼(NFL), 메이저리그(MLB) 등 해외 진출을 노리는 스포츠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지요.

‘더위크’의 예측중 그나마 들어맞은 것은 맨유의 부진(...)정도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런데 이마저도 맨유 선수들의 실력이 부족했던 것이었지 주식이 떨어졌기 때문은 아니었습니다.

어찌됐든 트럼프 2.0의 시대가 도래하면서 우리의 삶에도 미치는 영향은 적지 않을 것이 분명합니다. UFC와 골프는 이 기회를 통해 더 크게 도약할 수 있을지, 르브론 제임스와 트럼프간 기싸움은 언제까지 이어질지 지켜보는 것도 소소한 즐거움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참고문헌과 외신> ◎https://newlinesmag.com/argument/trump-the-ultimate-fighting-championship-and-the-battle-for-americas-soul/ ◎https://www.theguardian.com/sport/2024/nov/06/rory-mcilroy-donald-trump-elon-musk-golf-civil-war ◎https://nypost.com/2024/11/06/sports/lebron-james-deals-with-trump-win-with-heavy-message-to-daughter-zhuri/ ◎https://www.si.com/nba/2017/01/29/donald-trump-immigration-ban-thon-maker-luol-deng ◎https://theweek.com/78537/donald-trump-what-it-means-for-sport-in-the-us-and-beyo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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