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와 코인, 뜻밖의 밀월 [헬로, 크립토]
김외현 | 비인크립토 한국·일본 리드
올해 도널드 트럼프의 세번째 선거 캠페인이 이전과 달랐던 것 중 하나는 코인 세계와의 결합이었다. 트럼프는 코인 생태계를 “새로운 형태의 화폐”라며 적극적으로 끌어안았다. 트럼프 밈코인과 코인 기반 베팅 사이트 폴리마켓은 선거 기간 내내 이야깃거리였다.
트럼프가 원래 코인 세계와 친했던 것은 아니다. 그는 미국 우선주의 관점에서 ‘강한 달러’를 선호한다. 2019년 트럼프 당시 대통령은 “나는 비트코인과 다른 암호화폐를, 화폐도 아니지만, 좋아하지 않는다. 변동성이 극심한데다 그 기반은 얄팍한 허공이다”라고 했다. 또한 트럼프 집권 시기 메타(당시 페이스북)가 ‘리브라’라는 이름으로 진행했던 암호화폐(가상자산) 프로젝트는 정부와 의회의 강한 압박 속에 결국 좌초했다. 퇴임 뒤인 2021년 엘살바도르가 비트코인을 법정통화로 도입했을 때도, 트럼프는 “비트코인은 사기다. 달러와 경쟁하려 하다니 그건 좋지 않다”면서 강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랬던 트럼프가 바뀌었다. 그는 이번 선거 과정에서 코인 업계에 아주 강력한 러브콜을 보냈다.
첫째, 트럼프는 연방정부의 비트코인 보유분을 내다 팔지 않고 축적하겠다고 했다. 세계 각국 정부는 범죄수익 환수 과정에서 비트코인 등 각종 암호화폐를 보유하게 된다. 대부분의 경우 이 물량은 매물로 시장에 나오는데 그 규모가 작지 않다. 갑작스러운 매도세에 코인 가격은 하락하고 업계와 투자자들은 울상이 된다. 지난여름에도 독일과 미국 정부가 그랬다. 트럼프의 비트코인 축적 방침은 일단은 정부발 급매도를 막아주겠지만, 미국 연방정부가 비트코인 소유주가 된다는 의의도 크다. 마치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이 금과 미국 국채를 보유하듯이, 비트코인도 미국의 ‘전략 비축자산’이 된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둘째, 트럼프는 비트코인 채굴이 전량 미국에서 이뤄지도록 지원하겠다고 했다. 비트코인은 미국에서 고안됐고 지금도 중요한 흐름은 미국에서 형성될 때가 많지만, 채굴은 중국·러시아 등 전기료가 싼 곳이라면 국가를 가리지 않았다. 트럼프가 이제 비트코인의 국적을 따지겠다는 것은, 미국 내의 채굴 산업을 육성하면서 다른 나라의 손을 탄 비트코인은 불이익을 주겠다는 의미다.
셋째, 트럼프는 취임 첫날 게리 겐슬러 증권거래위원장을 해고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와 손을 굳게 잡았다. 코인 세계에 친화적인 정도로 점수를 매긴다면, 코인 관련 기업에 사사건건 소송을 걸며 괴롭혔던 겐슬러는 0점짜리 인물이다. 반면, 비트코인 창시자라는 의심도 받았고, 밈코인인 도지코인의 흥행을 이끌기도 했던 머스크는 100점짜리 인물이다. 이유야 어쨌건 코인 세계가 이런 점수표를 매기고 있을 때, 정치인과 관료들은 그들의 호감을 사려고 노력할 가능성이 크다.
이렇듯 코인 산업을 둘러싼 미국의 변화가 점쳐지는 가운데, 주변을 돌아보면 글로벌 차원의 경쟁도 활발하다. 아시아에서는 싱가포르가 코인 산업의 중심지로 떠오른 지 오래고, 근래 몇해는 홍콩과 일본이 그 자리를 노리고 갖은 육성·지원 계획을 내놓았다. 한국도 부산이 지난 4년여 블록체인 규제자유 특구로 역할을 했고, 그와 별도로 부산디지털자산거래소(BDAN)가 최근 출범해 중요한 걸음을 내디뎠다. 지난 7월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시행에 이어 토큰증권 관련 입법이 여야에서 진행되는 등 관련 규제 도입도 진행 중이다.
트럼프의 약속들이 단순한 선거용 수사에 그칠 수도 있다. 하지만 그의 발언은 이미 업계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었고, 각국이 자국 디지털 자산 산업의 미래를 다시 그리게 만드는 계기가 됐다. 불확실성으로 가득한 트럼프의 귀환이지만, 그 혼돈 속에서 새로운 기회의 문이 열릴 수 있다. 그 문을 향해 한 걸음 더 나아갈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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