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 ‘조기총선’ 모드 돌입…제1야당 “총선 1월로 앞당겨라” 압박
위기 빠진 숄츠 총리 “3월 총선하자” 주장
지지율 1위 CDU, 빠른 총리 신임투표 요구
8일(현지시간) 정치 전문매체 폴리티코 등에 따르면 차기 총리로 유력한 중도 우파 제1야당 기독민주당(CDU)의 프리드리히 메르츠 대표는 이날 원내 회의에서 오는 13일 중도 좌파인 사회민주당(SPD)의 올라프 숄츠 총리 신임투표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합계 의석수 196석인 자매정당 CDU와 기독사회당(CSU)은 메르츠 대표를 공동 총리 후보로 일찌감치 결정했다.
1울 중순까지 SPD와 녹색당으로 구성된 소수 정부를 이끌고 2025년 예산안을 포함한 주요 법안을 연말까지 통과시키겠다며 메르츠 대표의 협조도 요청했다. FDP가 탈퇴한 뒤 연정에 남은 SPD와 녹색당의 합계 의석수는 현재 324석으로 전체 733석의 절반에 한참 못 미치기 때문에, 법안 통과를 위해서는 CDU의 지원이 필요하다.
그러나 메르츠 대표는 독일과 유럽의 정치적 시급성을 고려할 때 3월 투표까지 기다릴 여유가 없다며 거절했다. 메르츠 대표는 “유럽연합(EU)에는 독일 연방 정부가 필요한 일련의 국제적 약속과 회의, 결정이 있다”라며 “우리는 몇 달 동안 과반 의석이 없는 정부를 이어갈 수 없다”고 밝혔다.
메르츠 대표는 숄츠 총리가 며칠 내에 신임 투표를 하지 않는 한 어떤 법안도 지지하지 않겠다며 선을 그었다고 CDU 관계자는 전했다.
숄츠 총리는 이날 “차분히 토론하고 싶다. 지금은 대화가 필요한 때”라며 “투표 날짜를 야당과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독일 총리 신임투표를 발의할 권한은 총리 본인에게만 있다.
CDU는 현재 여론조사에서 32%로 1위를 달리고 있는 기세를 몰아붙이길 원하고 있다. 타격을 입은 SPD와 녹색당이 당을 재건할 시간을 충분히 주지 않는 것도 목표로 하고 있다. SPD가 시간을 끌면서 예산안과 연금제도 개편 등 각종 현안을 선거운동에 유리하게 활용하려 한다는 의심도 커지고 있다.
반면,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16%로 극우 성향의 독일을 위한 대안(AfD)에 밀려 3위를 달리고 있는 SPD는 사상 최저치에 가까운 지지율을 만회하기 위한 시간을 원하고 있다.
유권자들은 야당인 CDU 주장에 대체로 동의하고 있다. 전날 여론조사기관 인프라테스트 디맵 설문에서 응답자의 65%가 총선을 가능한 한 빨리 해야 한다고 답했다. 연방정부의 업무 수행에 만족한다는 답변은 14%로 또 최저치를 경신했다.
야당 주장대로 다음 주 의회에 신임투표를 실시해 부결되면 대통령이 의회를 해산하고, 총선은 내년 1월 치러지게 된다. 연정 내부에서도 당초 내년 9월로 예정된 총선을 앞당겨야 한다는 데는 대체로 공감해, 숄츠 총리 불신임과 조기 총선이 당겨질 가능성은 크다.
로베르트 하베크 부총리 겸 경제·기후보호장관은 전날 엑스(X·옛 트위터) 계정을 새로 만들고 ’총리 시대‘라는 문구가 새겨진 팔찌를 찬 채 콧노래를 부르며 글을 쓰는 동영상을 올렸다. 그는 2019년 엑스가 자신을 ’녹색 나치‘로 낙인찍자 정치적 대화에 적합한 플랫폼이 아니라며 엑스 계정을 폐쇄했었다. 엑스 소유주 일론 머스크는 독일 ’신호등 연정‘이 붕괴한 전날 자신의 계정에 독일어로 “올라프는 바보”라고 올려 숄츠 총리를 조롱했다.
하베크 부총리는 이날 오후 또 다른 동영상을 엑스에 올리며 총리 출마를 선언했다.
녹색당은 다음 주 전당대회를 열어 하베크 장관을 총리 후보로 지명할 예정이다. 2021년 총선에서 녹색당 총리 후보로 나섰던 아날레나 베어보크 외무장관이 이미 정부 일에 전념하겠다는 뜻을 밝혀, 당내 뚜렷한 경쟁자는 없다.
CDU가 AfD와 연정을 구성하지 않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에, CDU는 SPD와 손잡는 것 외에는 선택지가 거의 없다고 폴리티코는 분석했다.
현재 여론조사에 따르면 연방정부 구성을 위해서는 CDU와 SPD 외에도 제3당의 참여가 필수적이다. 현재 녹색당과 FDP의 지지율은 각각 10%와 4%다. 두 당이 CDU와 손을 잡아도 연정을 구성하기에는 절대적으로 부족한 수치다.
이에 따라, 다음 연정도 이번과 마찬가지로 분열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숄츠 총리가 신임 투표에서 패배할 경우 의회를 해산할 수 있는 인물인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은 모든 정당에 당파적 싸움을 포기할 것을 호소했다.
스타인마이어 대통령은 “지금은 전술과 교전이 벌어질 때가 아니고, 이성과 책임감이 필요한 시기”라며 “모든 책임자들이 거대한 도전에 맞서 정의를 실행한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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