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명태균, 창원산단 부지 선정 처음부터 끝까지 개입했다

김완 기자 2024. 11. 10.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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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고위 공무원 ㄹ씨 “명씨가 첫 입지 제안하고 경계도 협의”
최종 부지 선정에도 의견 내며 공무원·정치인들 쥐락펴락
2024년 11월5일 오후 아무런 공식 직함이나 권한이 없던 명태균씨가 국책사업 대상지 선정 등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는 경남 창원 의창구 북면 고암리 신규 국가 첨단산업단지(창원국가산단) 부지. 김명진 기자 

‘김건희-명태균 게이트’의 핵심 인물인 명태균씨가 윤석열 정부의 국책사업인 경남 창원 신규 국가첨단산업단지(신규 창원산단)의 최초 입지를 제안하고, 추진 과정에서는 최종 부지를 조정하는 역할까지 맡은 것으로 확인됐다. 명씨는 이 과정에서 창원시 고위 공무원들로부터 최소 5번 이상 공식 보고를 받았고, 국토교통부는 현지 실사 이후 최초 입지와 부지가 크게 달라졌음에도 추가 실사 없이 최종 부지를 선정했다.

명씨와 김 여사, 국책사업에 개입했나

창원시 ㄹ국장(3급)은 2024년 11월5일 창원시 성산구 창원시의회 사무실에서 한겨레21과 한 단독 인터뷰에서 “창원시 공식 기록으로 최소 5번 정도 김영선 의원실에서 명태균씨를 만났다”며 “(신규 창원산단 추진 초기인) 2022년 11월9일 명씨에게 현황 보고를 했고, 그때가 신규 창원산단 위치를 막 그리는 시기였는데, (명씨가) 구체적 입지를 제안했고 창원시가 그걸 수용했다”고 말했다. ㄹ국장은 이듬해인 2023년 1월5일 농림축산식품부가 최초 입지 중 일부에 대해 용도 변경을 불허하고 나흘 뒤인 1월9일 다시 명씨를 만나 “(추가된 부지의) 경계 조정을 협의했다”고 말했다. ㄹ국장은 창원시에서 국장 보직만 3차례나 맡았고, 신규 창원산단 추진 당시에는 창원시 기획조정실장으로 재직하며 ㅈ창원부시장과 함께 실무를 총괄했던 인물이다. 창원시 고위 공무원이 아무런 공식 직책도 없는 명씨에게 국책사업 부지 선정의 처음과 마지막을 일일이 보고하고 허락을 받은 셈이다.

앞서 한겨레21은 제1536호 표지이야기에서 명씨가 신규 창원산단 발표 5개월 전인 2022년 10월 무렵 창원시 고위 공무원들을 자신이 일하는 사무실로 불러 대외비 문서를 받아 검토했고, 같은 해 11월23일 국토부 실사단이 왔을 때는 “직접 안내를 했”으며, 이날 김건희 여사에게 청탁하기 위한 것으로 보이는 보고서를 만든 사실이 확인됐다고 보도한 바 있다. 명씨와 김 여사가 국책사업 대상지 선정 등에 개입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시사하는 정황이다.

부지 넣고 빼고 줄이는 과정 ‘과감한 개입’

ㄹ국장의 증언과 한겨레21이 창원시의회 한은정 더불어민주당 시의원을 통해 추가로 확보한 창원시 내부 자료 등을 종합하면, 창원시가 국토부에 ‘신규 국가산단 후보지 선정 평가계획 관련 후보지 개요’라는 문건을 처음 제출한 건 2022년 9월15일이다. 이 문건은 “창원시가 신규 국가산단을 유치할 의사가 있다”는 것을 밝히는 의미다. ㄹ국장은 이때가 “사업 추진 1단계였다”고 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홍남표 창원시장은 ‘창원대학교 부지 뒤편을 중심으로 하는 10만 평(33만여㎡) 정도’의 “콤팩트한 연구개발 중심의 단지”로 신규 창원산단을 개발하고자 했다.

하지만 2022년 10월께 경상남도가 이 계획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박완수 경남도지사는 직원 조회에서 “10만 평짜리 국가산단이 어디 있느냐”라며 “국가산단은 좀 커야 한다. 창원시 북면 지역을 포함해 100만 평(330만여㎡) 이상으로 부지를 키워라”라는 취지의 지시를 했다. 경남도의 지시를 받은 창원시는 부지 규모를 키우는 방향으로 계획을 수정했고, ㄹ국장을 비롯한 창원시 고위 공무원들이 명씨를 만난 게 바로 이즈음인 2022년 11월9일이었다. ㄹ국장은 ㅈ부시장과 함께 명씨에게 신규 창원산단을 보고한 것이 공식 기록상으로는 “2022년 11월9일이었다”며 “(신규 창원산단) 현황 보고를 하고, 그때가 산단 위치를 막 그리는 시기였는데, (명씨가) 구체적 입지를 제안했고, 창원시가 그걸 수용했다”고 말했다. 명씨가 부지 확장을 고민하는 창원시에 “대산면을 추가할 것을 최초로 제안했”고 “이 제안을 창원시가 수용했다”는 것이다.

경상남도 창원시가 2022년 10월부터 2023년 2월까지 작성한 창원국가산업단지 관련 문건. 문건 내에는 부지 예정지가 구체적으로 담겨 있다.

명씨의 제안 이후 창원시의 신규 창원산단 추진은 2단계로 접어든다. 한겨레21이 확보한 창원시 대외비 내부 문건 ‘창원 방위 원자력 산업 특화·국가산업단지 제안서’를 보면, 창원시는 이때 산단 부지를 3개 구역으로 설정했다. 홍남표 시장이 생각했던 의창구 퇴촌동 일대 40만여㎡(12만 평)가 1구역, 경남도의 지시 이후 창원시가 확장 부지로 생각한 의창구 북면 일대 726만여㎡(220만 평)가 2구역, 명씨가 제안한 의창구 대산면 일대 248만여㎡(75만 평)가 3구역으로, 전체 규모는 1015만여㎡(307만 평)에 이른다. 이후 ㅈ부시장과 ㄹ국장은 2022년 11월15일 명씨가 제안한 대산면 일대가 포함된 대외비 문건을 명씨에게 보고하고, 이를 국토부에 그대로 제출했다. 국토부 실사단이 2022년 11월23일 부지 심사를 오기 8일 전의 일이다.

이후 명씨 주도로 국토부 실사단에 안내까지 됐던 대산면 일대는 그러나 국토부 실사 이후 농림부의 반대로 암초에 부딪힌다. 한겨레21이 확보한 창원시의 출장 보고서를 보면, 2023년 1월5일 농림부는 창원시와의 업무 협의에서 3구역인 대산면 일대 부지에 대해 ‘농업보존가치 높아 (농업진흥구역 100%) 해제 불가’ 입장을 전했다. 농지로서의 가치가 높아 신규 창원산단 부지로 용도 변경을 허가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명씨의 제안을 받고 대산면 일대를 포함했던 창원시가 이런 기초적인 내용조차 확인하지 않았던 셈이다.

나흘 뒤인 2023년 1월9일 ㄹ국장은 다시 명씨를 만나 신규 창원산단 부지 협의를 진행했다. 이날 최종적으로 홍남표 시장이 생각했던 퇴촌동 일대 1구역과 명씨가 제안했던 대산면 일대 3구역이 산단 부지에서 빠지게 된다. 대신 동읍 일대에 있는 산지를 부지에 추가하는 3단계 계획이 수립된다. 이 조정도 명씨가 했느냐는 질문에 ㄹ국장은 “경계를 어디로 할 것이냐는 협의를 했고, 동읍 일대는 북면과 붙어 있어 그 경계 조정을 협의한 것”이라며 “수사를 받을 수 있어 언론에 모두 다 털어놓을 순 없다”고 말했다.

국회의원 51명 서명도 명씨 계획이었나

앞서 한겨레21의 명씨 신규 창원산단 선정 개입 의혹 보도 때 창원시는 “신규 창원산단은 창원시의 치밀한 기획과 적극적인 노력으로 선정된 것이며, 이 과정에서 민간인이 개입했다는 의혹은 사실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는 거짓 해명으로 드러났다.

창원시가 주장한 ‘치밀한 기획과 적극적인 노력’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2022년 12월 국회의원 51명에게 신규 창원산단 유치 지지 서명을 받은 일이다. 당시 ㄹ국장은 ㅈ부시장과 함께 이 서명을 받기 위해 서울 여의도 국회에 머물렀던 당사자다. 당시 이 과정에 대해 ㄹ국장은 “김영선 의원실의 아이디어였다”고 말했다. ㄹ국장은 그 아이디어를 내고 지시한 게 명씨가 아니냐는 질문에는 “(아이디어 회의를 할 때) 명씨가 냈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는데, 당시 명씨가 민간인인 줄 전혀 몰랐고 힘 좋은 보좌관이라고 생각했을 때”라고 말을 흐렸다. 다만 ㄹ국장은 서명을 받으러 갈 때는 “명씨와 계속 통화했다”고 말했다.

ㄹ국장의 증언은 ‘김건희-명태균 게이트’의 핵심 제보자인 강혜경씨의 증언과도 일치한다. 강씨는 한겨레21과 한 통화에서 당시 상황을 설명하며 “명씨가 누구누구에게 서명을 받아 오라며 국회의원을 찍어줬다”며 “51명 전부는 아니지만 핵심적인 인물들은 명씨가 지목하고 섭외해 진행했다”고 말했다. 이렇게 모은 서명 건의문을 김영선 당시 의원이 2022년 12월28일 원희룡 국토부 장관을 만나 건넸다.

창원시청 고위 공무원들이 명태균씨를 만나 창원 신규 국가산단을 보고하거나 협의한 것은 공식 기록으로만 따져도 최소 5회 이상이다. 사진은 창원특례시청.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규모 66% 줄고 입지도 변경… 국토부 추가 실사 없어

이런 과정을 거쳐 신규 창원산단은 2023년 3월15일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주재한 ‘제14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최종 발표됐다. 사업비 1조4천억원 규모의 대규모 국가 사업으로 창원은 방위·원자력 융합 단지로 선정됐는데, 최종 부지는 창원시 의창구 북면, 동읍 일대에 339만㎡(약 103만 평) 규모로 결정됐다. 최종 부지에서 명씨가 제안했던 250만㎡(약 75만 평) 규모의 대산면 땅이 빠지면서 대산면 주민들이 과정의 부당함과 졸속 결정에 항의하기 위해 의창구청을 방문하는 집단행동도 했다. ㄹ국장은 이에 대해 “대산면 주민들의 실망이 대단했고, 동네 어른들이 의창구청을 항의 방문 왔다고 연락이 와서 갔었다”며 “실망감들이 대단해서 앞으로 스마트 농업이나 이런 걸로 잘 한번 다시 해보자고 위로의 말씀을 드렸다”고 말했다. 명씨가 실질적으로 운영한 미래한국연구소의 전 소장 김태열씨도 한겨레21과 한 통화에서 “명씨가 국가산단이 된다고 대산면에 땅을 사놓으라고 했다가 최종적으로 산단에 포함되지 않아서 여기에 땅을 사놓은 사람들이 나중에 명씨한테 항의할 정도였다”고 말했다.

결국 신규 창원산단은 애초 국토부에 보고됐던 1015만여㎡ 규모에서 339만㎡ 규모로 조정됐다. 애초 입지와는 완전히 달라진 부지 형태를 갖게 된 셈이다. 이런 규모의 조정이라면 국토부가 추가 실사를 했어야 할 것 같은데, 국토부는 이를 하지 않았다. 국토부 산업입지정책과 관계자는 이에 대해 “현장실사는 일일이 땅을 밟는 건 아니고 눈으로 크게 살펴보는 개념이다. 토지 변경이 먼 구역에서 이뤄지지 않았고 제외되는 과정이었기에 추가 실사는 필요 없었던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다른 지역의 산단 후보지도 면적이 50% 가까이 변경된 지역이 4~5군데 정도 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신규 창원산단처럼 66% 정도 규모가 줄어든 지역이 또 있는지에 대해서는 확인해주지 않았다.

1조원 대외비 사업 보고에 신원 확인 없었던 까닭 ㄹ국장은 명씨에 대해 “당시에는 명씨가 비선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며 “명씨를 만나 업무 협의를 한 창원시 공무원이 40~50명은 될 텐데, 모두 몰랐다”고 말했다. ㄹ국장은 이어 “김영선 의원 사무실에 가면 모든 것을 지휘하는 헤드 테이블 자리에 명씨가 앉아 있었다”고 덧붙였다. ‘중앙정부 예산이 1조원 이상 내려오고, 정보 취득 여부에 따라 엄청난 개발 이익이 발생하는 대외비 지역 현안 보고를 하고 지시를 받으면서 신원 확인도 안 했느냐’는 질문에는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하겠지만, 당시에는 명씨 등 김 의원실 관계자들에게 국비 예산을 확보해달라고 부탁하는 입장이었고, 김 의원이 ‘개런티’(보증)였다”고 말했다. ㄹ국장은 “공무상 비밀 누설 수사 문제가 있어 모든 걸 말할 수 없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비애가 든다”고 말했다. 국회 운영위원회 소속 강유정 민주당 의원은 “1조4천억원이 투입된 대규모 국책사업이 졸속으로 진행됐다는 점에서 신규 창원산단 선정과 양평고속도로 종점 변경은 시기도 비슷하고 추진 과정도 기시감이 있다”며 “운영위 국정감사에 출석한 강혜경씨의 증언을 통해 명태균씨가 원희룡 전 국토부 장관과 직접 소통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만큼 특검 수사를 통해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창원(경남)=김완 기자 funnybone@hani.co.kr·곽진산 기자 kj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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