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기술 무장, 새 판로 개척 … 'K농업' 계속 달린다
농장 맞춤형 기상·재해 예측
세계 첫 시도로 생산성 높여
지속가능한 K푸드 수출 위해
박람회 열고 '스마트팜' 협력
기후위기와 글로벌 공급망 경색으로 농축산업이 위기를 맞고 있는 가운데 국내 농축산업을 지원·보완하는 공공기관·공기업들이 첨단 기술을 활용해 농축산업의 활로를 뚫고 있다. 정부는 K농업의 저변을 확대하기 위해 해외 시장을 적극 발굴하고, 스마트농업 기술 판로도 마련 중이다.
국립종자원은 과수 무병묘 인증제를 통해 5대 과종(사과·배·복숭아·포도·감귤)의 생산과 유통 활성화를 돕고 있다. 무병묘란 작물의 수량과 품질 저하를 일으키는 바이러스를 제거한 배양묘다. 국립종자원은 작년 12월부터 '무병화 인증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무병재료로 적합한 절차에 걸친 과정을 통해 무병묘를 생산하면 인증해 주는 것이다.
국립종자원은 2019년 이와 같은 과종의 무병화 업무를 이관받은 후 눈에 띄는 효과를 내고 있다. 당시 1%에 불과하던 5대 과종 무병묘 보급 비율은 2022년 6.7%로 뛴 후 지난해엔 10.3%를 기록했다. 한국의 무병묘 공급은 2005년에 시작됐는데 불과 5년 만에 기록적인 성과를 내고 있는 것이다. 건강한 묘종 확산의 배경엔 2022년 시작된 국립종자원의 정책 제고가 자리 잡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무병묘를 생산·검정하는 비용을 지원하고, 농가들의 구매 부담을 덜어주는 정책을 펼친 결과 민간의 호응을 이끌 수 있었다는 것이다.
농협은 축산농가와의 동반성장을 위해 지속가능한 한우산업 발전에 힘쓰고 있다. 지난달 시작된 '저능력 암소 1만마리 비육 지원 사업'이 대표적이다. 이는 지역축협 생축장을 활용해 저능력 암소 7000여 마리를 비육용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아울러 유전능력평가 결과를 토대로 하위 20% 암소를 3000마리 규모로 도태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능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개체에 대한 선제적 조치로 개량 효율성을 크게 높이고, 한우 수급 안정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농협은 이에 더해 한우 소비 진작을 위한 촉진에도 앞장서고 있다. 작년부터 전국 농·축협 하나로마트와 농협유통, 하나로유통 등 유통 계열사 판매장과 더불어 온라인몰까지 총 30회 이상 한우 할인 행사를 진행했다. 누적 참여 매장은 1만5000여 개소, 매출은 2200억원에 달한다.
또 축산농가의 생산비 절감을 위해 2022년 12월부터 여섯 차례나 사료 가격을 인하했다. 농협 사료는 국내 사료시장의 31%를 담당하고 있다. 이에 따라 얻게 될 농가의 실익은 3700억원가량으로 추산된다. 농협은 앞으로 원가 절감 노력과 긴축 경영을 통해 추후 사료 가격 인상 요인을 흡수해 한우 농가 보호를 위한 노력을 지속한다는 계획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K농업이 수출 실적으로 이어질 수 있는 인프라스트럭처 구축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특히 해외 신시장에서 지속가능한 K푸드 수출 성장 기반을 위해 국제식품박람회와 수출상담회 등을 수차례 열어 시장을 확장했다. 그 결과 중동·중남미·인도 3대 신시장에서 지난해 대비 수출액을 17.7% 늘렸다.
사우디아라비아에 시공온실을 착공하고, 한국·카타르 스마트팜 협력위원회를 여는 등 스마트팜 분야에서의 중동 수출업계 지원도 강화했다. 수출뿐만 아니라 문화·관광 콘텐츠로 K푸드가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한식산업 글로벌 경쟁력 강화 전략'도 추진 중이다. 농식품부는 2027년까지 세계 한식 산업 규모를 300조원으로 키운다는 계획이다. 해외 한식당을 현재 9923곳에서 1만5000곳으로 늘리고, 미쉐린급 한식당도 31곳에서 100곳까지 육성한다는 목표다.
스마트농산업 발전 방안을 마련하는 등 관련 신산업 확산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농식품부는 지난 8월 순천대와 연암대 등을 스마트농업 전문교육기관으로 지정했다. 스마트축산과 관련해선 올해까지 축사 8500곳에 스마트 장비를 보급하기도 했다. 축산업 분야 스마트 단지 조성 관련 요건을 대폭 완화시키기도 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는 안정적인 농산물 비축을 위해 최근 '기후변화 대응 수급 태스크포스(TF)'를 발족했다. 아울러 전략형 비축기지의 단계적 체질 개선을 통한 대응 방안도 준비 중이다.
대표적인 것이 CA(Controlled Atmosphere) 등 새로운 저장 기술을 활용한 비축농산물의 저장성 향상이다. 농산물 특성에 따라 산소·이산화탄소 농도를 자동 조절하는 방식이다. 중장기적으론 물류 효율성을 높인 신규 비축기지를 구축해 유통 사각지대를 최소화할 방침이다. 또 쌀에 편중된 식량 관리 체계를 5곡(쌀, 밀, 보리, 콩, 옥수수) 주식 체계로 전환하기 위해 정부와 긴밀히 협의할 예정이다. 주식 다각화를 통해 기후변화와 기후플레이션으로 인한 식량 수급 불안정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취지다.
농촌진흥청은 세계 최초로 농장 단위 맞춤형 기상·재해 예측 기술을 개발했다. 이상기후로 작물 생산성이 저하되고 농업시설이 붕괴되는 등 빈번해지는 피해를 막기 위한 장치다. 농장 단위의 세밀한 기상 정보를 제공하고, 농장별 조건에 따라 재해 위험을 평가한다. 아울러 조기 경비를 통해 농가가 기상재해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현재 전국 78개 시군, 2만4856개 농가가 이용 중인데 농진청은 내년까지 155개 시군으로 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이다. 연구에 따르면 농가의 10%가 서비스를 활용하면 연간 약 5억~115억원의 순이익이 발생하고, 피해 방지액을 포함하면 1514억원을 아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류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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