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기’ 간담회서 실용외교 강조한 이재명…대선 향한 잰걸음?

손우성·박하얀 기자 2024. 11. 10.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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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외교 평가하며 ‘먹사니즘’ 강조
윤석열 정권 이념·가치 중심 외교 비판
“윤 대통령, 트럼프와 케미 안 맞을 것”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국회에서 열린 ‘트럼프 2기 행정부 대외 정책과 한반도’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승리 요인으로 미국 중심주의를 꼽으며 자신이 주장해온 ‘먹사니즘(먹고 사는 문제)’ 메시지를 강조했다. 윤석열 정권 대외 정책을 “진영 중심의 가치 편향 외교”라고 비판한 이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과 트럼프 당선인 케미스트리(호흡)는 잘 안 맞을 것 같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당선인 재집권을 계기로 외교 관련 발언을 늘리며 차기 대선을 향한 잰걸음에 나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트럼프 2기 행정부 대외 정책과 한반도’ 간담회에서 “트럼프 당선인의 대외 정책은 국제 질서, 가치, 이념보다는 결국 국익, 자국민의 일자리, 미국 산업의 부흥이란 측면에 집중됐다”며 “우리 외교 역시 지금까지의 진영, 가치 중심의 편향 외교를 벗어나서 철저하게 우리 국민과 국가 이익을 중심에 두고 실용적으로 접근해가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또 “세계정세가 워낙 불안정하고 미래가 불확실하니 역시 세계 어느 곳을 가나 사람들 관심은 먹고 사는 문제에 집중돼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미국도 이미 자국중심주의로 바뀌고 있어 우리도 그 추세에 발을 맞춰야하지 않겠나”라고 밝혔다. 트럼프 당선인 정책과 자신이 강조해온 ‘먹사니즘’ 철학이 궤를 같이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각종 대미 현안에 대해선 자신만의 해법을 내놓기도 했다. 이 대표는 트럼프 당선인이 과거 재임 시절 한국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요구했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우리가 방위비 총액을 대폭 늘릴 수는 없을 것”이라며 “정해진 방위비에서 분담금을 더 내야 한다면 미국산 무기 수입 규모를 줄이는 방법도 생각해볼 수 있다”고 제안했다.

‘트럼프 2기’ 체제에서 윤 대통령이 견지한 이념 외교가 힘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란 전망도 했다. 그는 “트럼프 당선인은 상인의 현실감각이 극대화된 지도자”라며 “이념과 가치는 잘 통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어 “(트럼프 당선인과 윤 대통령의) 케미스트리는 잘 안 맞을 것 같다”며 “국익에 엄청난 손상을 가져올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트럼프 당선인 승리 확정 이후 정부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살상 무기 지원 시사 등을 거세게 비판해왔다. 김건희 특검법 촉구를 위해 마련된 지난 9일 장외집회에서도 민주당은 “전쟁 반대”를 주요 구호로 내세웠다. 이 대표는 이날 간담회에서도 “(트럼프 당선인 승리를 계기로) 국회 동의 없이 참관단 파견을 강행하려 한다든지, 살상 무기를 제공하려 한다든지 하는 정부 태도가 일정 정도 제한되지 않겠는가 기대 아닌 기대를 해본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서도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다시 북한과 직접 대화에 나설 수 있다”며 “북한도 한국 정부와 굳이 대화할 필요를 느끼지 않을 때 ‘통미봉남’(미국과 대화하며 한국을 배제하는 북한의 전략)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이미 한국은 북한에 대한 억지력은 이미 확보한 상태인 만큼 다른 측면인 대화와 협상이 중요한데 윤석열 정부는 ‘강대강’ 대치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지금 상황에선) 한반도 비핵화라는 확고한 장기 전략이 훼손될 것”이라며 “국내에선 아마도 핵무장 주장이 거세질 테고, 높아진 핵무장 여론을 무실 수도 없는 진퇴양난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이 대표는 한·일 관계 관련 질문에도 실용주의를 강조했다. 이 대표는 “한·일 관계가 발전적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며 “역사·정치 문제와 경제·문화 측면은 분리해서 접근할 수도 있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후 추가 설명을 요구하는 취재진 질문에 “타국을 침략해 수백만을 죽게 하거나 삶의 터전을 떠나게 만들면 미안한 게 정상 아닌가”라며 “일본이 진심으로 사과하고, 부족하다고 하면 또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향후 외교·안보 관련 세미나 등에 자주 참석할 계획이다. 그는 앞서 22대 국회에서 외교통일위원회를 자원해 들어간 바 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트럼프 당선인 승리로 이 대표의 실용주의 외교 노선이 주목받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며 “앞으로도 관련 발언을 이어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손우성 기자 applepie@kyunghyang.com, 박하얀 기자 whit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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