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수출로 대박난 美무역흑자, '관세보복' 피하는법...에너지수입?
트럼프 정부가 재집권에 성공하면서 대미(對美) 무역수지 흑자에 따른 보복관세 우려가 나온다. 올해 3분기까지 대미 무역수지 흑자는 399억달러로 한국 전체 무역수지인 368억달러를 웃도는 가운데 미국으로부터 에너지 수입을 확대해 무역수지 흑자를 줄이는 방법 등이 거론되고 있다.
10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 3분기까지 대미 수출액은 지난해 동기 대비 14% 증가한 951억1600만달러, 수입액은 5.1% 증가한 552억3100만달러로 집계됐다. 무역수지 흑자는 398억8500만달러다.
올해 1~9월 대미 수출 상위 10대 품목 중 수출증가율이 두 자리수 이상인 품목만 5개 이상이다. △자동차(+19.6%) △반도체(+147.5%) △컴퓨터(+170.1%) △일반기계(+117.7%) △합성수지(+32.3%) 등의 품목이다. 이외에도 비누·치약·화장품 역시 61.9% 증가했다.
특히 대미 수출액 중 자동차와 자동차부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34.4%다. 올해 3분기까지 전체 자동차 수출액 529억518만달러 중 미국의 비중은 50%다.
트럼프는 미국 무역적자 원인으로 한국과 일본, 유럽, 멕시코, 캐나다산 자동차와 부품을 지목하는 등 관세를 예고했다. 자동차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이후 무관세가 적용된 품목임에도 트럼프 1기 행정부는 25% 관세 부과를 시도한 바 있다.
이번에도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거나 세이프가드 등 무역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크다. 관세가 적용되면 현대차는 연간 수조원대의 수익이 감소할 수 있다.
정부는 미국이 무역적자를 내는 상위 7개국 중 한국의 투자·고용창출 규모가 가장 크다는 것, 한국기업의 미국 내 공장 신설에 따른 수출이 늘어난 점 등을 강조하고 있다.
전문가 등 일각에선 '관세폭탄'을 맞기 전에 선제적으로 미국 수입을 늘려 무역 흑자를 줄여야 한다는 제언도 나온다. 대표적으로 거론되는 수입품목이 원유·천연가스·LPG(액화석유가스) 등 에너지다. 에너지는 트럼프 1기 정부 집권 당시에도 수입이 급격하게 늘었던 품목이기도 하다.
원유는 미국 수입품목 중 1위로 올해 1~9월 대미 수입액의 20.5%를 차지한다. 2016년 1억2624만달러 수준이었던 대미 원유 수입액은 트럼프 1기 정부가 출범한 2017년부터 본격적으로 들여와 지난해 123억1695만달러까지 늘었다. 전체 원유 수입액 중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6년 0.23%에서 지난해 14.2%로 늘었다.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2위다.
2016년 1078만달러였던 대미 천연가스 수입은 지난해 41억2336만달러로 늘었다. 지난해 천연가스 수입액 중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11.4%로 전체 국가 중 4위다. 한국가스공사는 트럼프가 집권 중인 2019년 18년간 11조원 규모의 미국산 LNG를 추가 수입하는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2016년 12억2036만달러였던 대미 LPG 수입 역시 지난해 44억7940만달러로 늘었다. 같은 기간 전체 LPG 수입액 중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도 47.3%에서 88.7%로 의존도가 대폭 커졌다.
정부 안팎에서 한국 정부가 미국산 원유·LNG 수입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오는 배경이다. 에너지는 정부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품목 중 하나다. 특히 중동 지역 전쟁으로 중동과의 에너지 거래선이 불안정해진 것도 미국산 에너지 수입을 늘리는 명분이 될 수 있다.
블룸버그 등 외신에서도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한국 정부가 트럼프 재집권 후 무역상대국들에 압력을 넣을 경우를 대비해 미국산 가스와 석유 구매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017년 트럼프 1기 행정부 출범 직전에도 에너지 안보를 개선하고 가격을 안정시킬 필요가 있다며 국내 정유사들에 원유 구매처를 다변화하도록 촉구하기도 했다.
다만 에너지를 수입에 의존해야 하는 한국 특성상 미국 비중이 지나치게 높아지면 에너지 공급선 다변화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점은 고려해야 한다. 정부 관계자는 "이미 원유·천연가스 등 에너지 수입 중 미국 비중이 많이 높아졌다"며 "에너지 다변화 측면에서 많이 높여놨는데 더 의존도를 높이는 것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세종=최민경 기자 eyes00@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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