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만에 500억 쏟았다…이제 한화의 목표가 가을야구 ‘진출’일 수 없는 이유

배재흥 기자 2024. 11. 10.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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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한화와 FA 계약을 한 심우준. 한화 이글스 제공



최근 3년, 한화는 스토브리그의 ‘큰손’이었다. 그러나 시즌이 끝날 때는 늘 ‘빈손’이었다. 2025년에도, 가을야구에 사활을 건 한화는 또 화끈하게 지갑을 열었다. 올해까지 3년간 외부 영입에 500억원 가까이 썼다. 포스트시즌 ‘진출’은 다음 시즌 한화의 최소한 목표로 수정돼야 할 듯 보인다.

한화는 지난 7일 KT 출신 유격수 심우준과 4년 총액 50억원에 자유계약선수(FA) 계약한 뒤 8일에는 사이드암 선발 엄상백과 4년 총액 78억원에 계약했다. FA 개장 사흘 만에 128억원을 지출한 한화는 시장에 적잖은 충격을 안기고 조기 퇴장했다.

오랜 기간 하위권에 머문 한화의 전력에 분명하게 보탬이 될 영입이다. 심우준은 수비와 주루에 확실한 장점이 있다. 주루 능력 좋은 선수를 선호하는 김경문 한화 감독의 야구에도 부합한다. 엄상백은 리그에서 손꼽는 20대의 군필 토종 선발이다. 선발과 불펜 모두 가능하면서도 올해 규정이닝을 모두 채우고 13승이나 거뒀다. ‘돌고 돌아 류현진’이던 한화 선발진을 강화할 능력을 갖췄다.

지난 8일 한화와 FA 계약한 엄상백(오른쪽). 한화 이글스 제공



하지만 예측보다 큰 규모의 계약에는 ‘오버페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비단 올해에 국한한 이야기는 아니다. 한화는 2022년 시즌을 마치고 채은성을 6년 90억원에, 지난해 시즌 뒤에는 내야수 안치홍을 4+2년 72억원에 FA 영입했다. 한화 타선에 부족한 ‘꾸준함’을 더했지만 당시에도 오버페이 논란이 있었다.

한화는 2021년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겨 선수단 리빌딩을 시작했다. 그러나 3년 프로젝트의 마지막 해였던 2023년부터 기류가 조금씩 바뀌었다. 4년 연속 꼴찌 불명예를 피하고자 채은성을 영입하는 등 당시 외부 FA 영입에 119억원을 지출했다.

2년간 리빌딩과 100억원 이상 투자에도 최하위권 탈출 기미가 보이지 않자 수베로 감독을 경질하고, 최원호 당시 퓨처스(2군) 감독을 새 사령탑으로 임명했다. 2023시즌을 9위로 마친 한화는 안치홍에 이어 메이저리그에서 돌아온 류현진과 8년 170억원에 계약하며 올해 가을야구를 정조준했다.

한화 류현진(오른쪽)이 22일 8년 총액 170억원에 계약한 뒤 박찬혁 한화 이글스 대표 이사와 기념촬영하고 있다. 한화 이글스 제공



하지만 242억원을 쓴 올해도 정규시즌 8위에 그쳤다. 시즌 도중엔 최원호 감독을 경질하고 김경문 감독을 선임하며 더 큰 욕심을 냈지만 5강 근처에도 가지 못했다. 이번에도 한화는 외부 수혈에 열을 올렸다. 최근 3년간 외부 영입에만 489억원을 투하했다.

한화는 다음 시즌 ‘신구장 시대’를 연다. 6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한화의 최우선 목표는 가을야구다. 류현진만 제외하고 채은성, 안치홍 등 베테랑까지 전부 참가한 일본 마무리 캠프에서 고강도 훈련이 진행 중이다. 외부 평가가 어떻든 원하는 전력 보강에는 성공했다. 반복된 실패를 딛고, 아낌없는 투자를 결과로 증명하는 일만 남았다.

거액을 썼으니 눈높이는 더 올라갈 수밖에 없다. 다음 가을도 빈손이면 그것은 ‘사고’에 가깝다. 올초 류현진을 영입한 순간부터 한화의 시계는 빨라졌다. 30대 후반인 류현진이 한 살이라도 어릴 때 대권에 도전해야 한다. 공격적인 투자의 성패는 늘 그렇듯 결국 성적이다. 이제는 더 이상 가을야구 ‘진출’이 목표여서는 안 되는 구단이다.

배재흥 기자 he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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