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시상식은 어떻게 K팝 입덕 무대가 됐나...멜론 조은석 국장 인터뷰
23년차 음악PD 조은석 국장 인터뷰
방송사 시간 제약 없앤 시상식
가수·엔터사 실력발휘 판 깔아줘
탈춤·풍물패 BTS ‘아이돌’ 무대
무명가수 함께한 IU ‘이름에게’ 등
“해외서도 출연 요청...K팝 위상 체감”
특히 국내 최대 K팝 시상식 중 하나인 멜론뮤직어워드(MMA)는 수년째 ‘레전드 무대’의 산실로 자리매김했다. MMA는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인 멜론의 데이터와 팬 투표만으로 수상자를 결정하는 시상식으로, 2009년부터 대면 행사를 열었다. 2014년부터 이 시상식 총연출을 맡아온 조은석 카카오엔터 국장은 최근 매일경제와 만나 “방송사나 매체 시상식에선 못해도 이 무대에선 표현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표했다. “MMA에선 이전과 똑같은 걸 보여주면 안 된다는 암묵적인 규칙이 생겼어요. 한 해 동안 받은 사랑에 보답하는 의미로 차별화된 무대를 보여준다는 게 지금 연말 시상식의 존재 형태입니다.”
자타공인 사례로 방탄소년단(BTS)의 2018년 ‘아이돌’ 무대가 꼽힌다. 6년이 지났지만 유튜브 영상엔 ‘여전히 레전드’ ‘우리나라 올림픽 개막식에서 해야 했다’ ‘팬도 아닌데 이 영상 보고 다른 무대 영상까지 찾아봤다’는 댓글이 달린다. 힙합 장르에 국악 요소를 접목한 곡의 특성을 살려 아예 삼고무, 부채춤, 탈춤, 풍물패, 사자놀이 등 다양한 전통 요소를 보여줬다. 조 국장은 “멤버들도 리허설을 정말 열심히 했고 하나하나 신경을 많이 썼다”며 “당시 무대 준비를 하면서 소속사 빅히트 뮤직이 보내온 퓨전 한복 의상 사진을 보고 ‘대박이다’라고 생각하며 더 열심히 준비했던 기억이 난다. 퍼포먼스 디렉터 등 실무진과 합이 잘 맞았다”고 했다.
보통 방송사 시상식은 시간 제한, 시청률 압박이 크다. 반면 멜론은 TV 생중계를 하지 않고 유튜브, OTT, 해외 채널 등으로 송출 경로를 유연화·다변화해 제약 조건을 없앴다. 비용도 멜론과 기획사가 함께 부담하는 구조다. 조 국장은 “비용, 시간 등에 제한이 없어야 아이디어를 편하게 낼 수 있다”고 했다. 또 “좋은 무대에 대한 의지가 없다면 아티스트가 굳이 우리에게 협조할 이유도 없다”며 “무조건 그들이 하고 싶어하는 것, 팬들이 보고 싶어하는 것에서 논의를 시작한다”고 강조했다. “소속 연예기획사와 회의를 하면 ‘저희에게 몇 분 주시겠냐’는 질문부터 시작하는데요. MMA에선 쓰고 싶은 만큼 쓰시라고 합니다. 대신 밀도가 중요해요. 지루하지 않게 구성해야 하고 아티스트도 그걸 잘 소화해내야 됩니다.”
2017년 아이유의 노래 ‘이름에게’ 무대 역시 아티스트와 직접 상의한 결과가 감동적으로 구현된 사례다. “아이유 씨에게서 ‘이름 모를 아티스트들의 이름을 찾아주고 싶다, 그들에게 이 노래를 바친다’는 의도를 먼저 들었죠. 이후 인디 음악가, 노년 음악 동호회, 장애인 가수 등 다양한 분들을 저희가 섭외했어요. 다큐멘터리가 아닌데도 음악을 통해 한 명 한 명의 사연이 표현되는 걸 보면서 저 역시 소름이 끼쳤죠.”
멜론은 올해도 국내서 개최 결정
“한국이 거점...해외 팬 방문 유도”
K팝의 다양성을 위해 확장도 시도한다. 지난해 MMA에서 가장 시선을 끈 장면 중 하나는 인디밴드 실리카겔이 오른 개막 무대였다. 2002년 음악 전문 채널 KMTV로 입사해 엠넷·MBC플러스 PD를 거치며 인디씬에 애정을 가져온 조 국장은 “이 무대 이후 멜론에서 실리카겔 음원 소비량이 2배 이상 늘었다”며 “앞으로도 시상식 오프닝은 밴드가 맡는 전통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올해도 데이식스, QWER, 혁오 등 다양한 밴드가 음원·공연 시장에서 활약한 가운데 어떤 밴드가 무대에 오를지 기대를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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