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시상식은 어떻게 K팝 입덕 무대가 됐나...멜론 조은석 국장 인터뷰

정주원 기자(jnwn@mk.co.kr) 2024. 11. 10.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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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론뮤직어워드 11년째 총연출
23년차 음악PD 조은석 국장 인터뷰
방송사 시간 제약 없앤 시상식
가수·엔터사 실력발휘 판 깔아줘
탈춤·풍물패 BTS ‘아이돌’ 무대
무명가수 함께한 IU ‘이름에게’ 등
“해외서도 출연 요청...K팝 위상 체감”
2018년 멜론뮤직어워드에서 곡 ‘아이돌’의 국악 반주에 맞춰 탈춤을 접목한 안무를 추는 BTS 정국. 이날 무대는 탈춤뿐 아니라 삼고무·부채춤·사자놀이 등 다양한 전통 요소를 접목해 선보였다.
연말이 다가오면 K팝 가수와 팬덤의 화두는 단연 ‘시상식 무대’다. 상을 누가 거머쥐느냐도 관전 요소지만, 어떤 색다른 퍼포먼스로 대중의 시선을 사로잡는지가 가수의 저력을 보여주는 척도가 됐다. 대세 아이돌이라면 레전드 연말 무대 목록은 훈장과도 같다.

특히 국내 최대 K팝 시상식 중 하나인 멜론뮤직어워드(MMA)는 수년째 ‘레전드 무대’의 산실로 자리매김했다. MMA는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인 멜론의 데이터와 팬 투표만으로 수상자를 결정하는 시상식으로, 2009년부터 대면 행사를 열었다. 2014년부터 이 시상식 총연출을 맡아온 조은석 카카오엔터 국장은 최근 매일경제와 만나 “방송사나 매체 시상식에선 못해도 이 무대에선 표현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표했다. “MMA에선 이전과 똑같은 걸 보여주면 안 된다는 암묵적인 규칙이 생겼어요. 한 해 동안 받은 사랑에 보답하는 의미로 차별화된 무대를 보여준다는 게 지금 연말 시상식의 존재 형태입니다.”

자타공인 사례로 방탄소년단(BTS)의 2018년 ‘아이돌’ 무대가 꼽힌다. 6년이 지났지만 유튜브 영상엔 ‘여전히 레전드’ ‘우리나라 올림픽 개막식에서 해야 했다’ ‘팬도 아닌데 이 영상 보고 다른 무대 영상까지 찾아봤다’는 댓글이 달린다. 힙합 장르에 국악 요소를 접목한 곡의 특성을 살려 아예 삼고무, 부채춤, 탈춤, 풍물패, 사자놀이 등 다양한 전통 요소를 보여줬다. 조 국장은 “멤버들도 리허설을 정말 열심히 했고 하나하나 신경을 많이 썼다”며 “당시 무대 준비를 하면서 소속사 빅히트 뮤직이 보내온 퓨전 한복 의상 사진을 보고 ‘대박이다’라고 생각하며 더 열심히 준비했던 기억이 난다. 퍼포먼스 디렉터 등 실무진과 합이 잘 맞았다”고 했다.

2014년부터 11년째 국내 최대 K팝 시상식 중 하나인 멜론뮤직어워드(MMA) 총연출을 맡아온 조은석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뮤직미디어콘텐츠TF 국장.
이듬해엔 아예 시상식 중 38분 동안 쉼 없이 BTS 미니 콘서트를 꾸몄다. 가수별로 길어야 10~20분 정도 주어진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인 장시간, 대규모였다. 서커스단이 동원됐고 살아있는 말도 무대에 올라왔다. 조 국장은 “BTS가 워낙 대세였고,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BTS 측의 의지도 강했다”며 “보통은 수상자 윤곽이 나와야 해 8월 이후 퍼포먼스 준비에 들어가는데, 당시엔 4~5월부터 준비했다”고 돌아봤다.

보통 방송사 시상식은 시간 제한, 시청률 압박이 크다. 반면 멜론은 TV 생중계를 하지 않고 유튜브, OTT, 해외 채널 등으로 송출 경로를 유연화·다변화해 제약 조건을 없앴다. 비용도 멜론과 기획사가 함께 부담하는 구조다. 조 국장은 “비용, 시간 등에 제한이 없어야 아이디어를 편하게 낼 수 있다”고 했다. 또 “좋은 무대에 대한 의지가 없다면 아티스트가 굳이 우리에게 협조할 이유도 없다”며 “무조건 그들이 하고 싶어하는 것, 팬들이 보고 싶어하는 것에서 논의를 시작한다”고 강조했다. “소속 연예기획사와 회의를 하면 ‘저희에게 몇 분 주시겠냐’는 질문부터 시작하는데요. MMA에선 쓰고 싶은 만큼 쓰시라고 합니다. 대신 밀도가 중요해요. 지루하지 않게 구성해야 하고 아티스트도 그걸 잘 소화해내야 됩니다.”

2017년 아이유의 노래 ‘이름에게’ 무대 역시 아티스트와 직접 상의한 결과가 감동적으로 구현된 사례다. “아이유 씨에게서 ‘이름 모를 아티스트들의 이름을 찾아주고 싶다, 그들에게 이 노래를 바친다’는 의도를 먼저 들었죠. 이후 인디 음악가, 노년 음악 동호회, 장애인 가수 등 다양한 분들을 저희가 섭외했어요. 다큐멘터리가 아닌데도 음악을 통해 한 명 한 명의 사연이 표현되는 걸 보면서 저 역시 소름이 끼쳤죠.”

2017년 멜론뮤직어워드에서 무명 가수들과 함께 자신의 노래 ‘이름에게’ 무대를 부른 아이유. 사진제공=카카오엔터테인먼트
우후죽순 시상식, 표 팔러 외국行
멜론은 올해도 국내서 개최 결정
“한국이 거점...해외 팬 방문 유도”
최근 시상식이 우후죽순 늘고 비싼 티켓가를 책정해 일본·태국·인도네시아 등 해외로 나가는 상황에서 MMA는 올해도 국내 개최를 결정했다. 이달 30일 인천 인스파이어 아레나에서 연다. 조 국장은 “외국 방송국 등에서 협업하자는 제안은 많이 들어온다”면서도 “멜론은 국내에 특화된 브랜드이고, 당분간 해외 팬들을 한국으로 오게 해보자는 생각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해외 가수가 직접 참여 의사를 밝혀오는 경우도 생겼다. 이번 무대에 2~3팀 정도 오를 예정이다. 조 국장은 “작년까지도 이런 일이 없었는데 K팝의 위상이 또 한 번 높아졌구나 몸소 느낀다”고 말했다.

K팝의 다양성을 위해 확장도 시도한다. 지난해 MMA에서 가장 시선을 끈 장면 중 하나는 인디밴드 실리카겔이 오른 개막 무대였다. 2002년 음악 전문 채널 KMTV로 입사해 엠넷·MBC플러스 PD를 거치며 인디씬에 애정을 가져온 조 국장은 “이 무대 이후 멜론에서 실리카겔 음원 소비량이 2배 이상 늘었다”며 “앞으로도 시상식 오프닝은 밴드가 맡는 전통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올해도 데이식스, QWER, 혁오 등 다양한 밴드가 음원·공연 시장에서 활약한 가운데 어떤 밴드가 무대에 오를지 기대를 모은다.

지난해 인천 인스파이어 아레나에서 열린 멜론뮤직어워드 무대 전경. 사진제공=카카오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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