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흥 대한체육회장, 자녀 친구 부당 채용 적발… 경쟁률 32대 1

이예빈 기자 2024. 11. 10.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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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합동 공직복무점검단, 대한체육회 비위 여부 점검 실시 결과 발표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이 채용 자격요건을 완화해 자신의 자녀 친구를 뽑도록 하는 등 체육회 내 비위 행위가 다수 적발됐다. 사진은 서영석 국무조정실 공직복무관리관이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대한체육회 비위 점검 결과를 발표하는 모습. /사진=뉴스1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이 채용 자격요건을 완화해 자신의 자녀 친구를 뽑도록 하는 등 대한체육회 내 비위 행위가 다수 적발됐다. 정부는 이회장 등 8명을 경찰에 수사 의뢰할 예정이다.

10일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공직복무점검단'(점검단)은 이날 대한체육회 비위 여부 점검 실시 결과를 발표했다. 점검단은 지난달 8일부터 지난 8일까지 대한체육회 본부와 진천 국가대표선수촌을 방문해 현장 점검, 대한체육회 임직원 등 관련자 70명에 대한 대면 조사를 받았다.

점검단은 이기흥 체육회장 등 관련자 8명을 ▲직원 부정채용(업무 방해) ▲물품 후원 요구(금품 등 수수) ▲후원물품의 사적 사용(횡령) ▲체육회 예산낭비(배임) 등 혐의로 오는 11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수사 의뢰하기로 했다. 이 회장의 부적절한 언행 및 업무추진비 부적정 집행 등 기타 위규에 대해선 관련자 11명을 소관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에 이첩해 감사·징계 등 법에 따른 조치를 요구하기로 했다.

이 회장은 국가대표선수촌 직원 채용 과정에서 부당 지시를 통해 자신의 자녀 친구 A씨 채용을 강행했단 의혹을 받는다. 해당 직위는 선수촌 내 훈련 관리 담당자로 국가대표 경력과 2급 전문 스포츠지도사 자격이 요건이었다. 이 회장은 관련 담당자들에게 해당 직위 자격요건 완화를 여러 차례 지시했다. 2022년 6월 '요건 완화 시 연봉 하향 필요' 보고를 묵살, 7월엔 요건 완화에 반대하는 채용부서장을 교체한 것으로 조사됐다.

2022년 8월 국가대표 경력, 지도사 자격 요건이 모두 삭제된 채로 채용공고가 이뤄졌다. 이 회장에게 A씨 이력서를 전달받은 선수촌 고위 간부는 면접위원으로 참여해 A씨에게 최고 점수를 줬고 A씨는 최종 채용됐다. 서영석 공직복무관리관은 "경쟁률이 32대 1이었기 때문에 이 분의 부당 채용으로 피해를 본 분들이 30명 이상이라고 볼 수 있다고 저희는 규정한다"고 말했다.


이회장, 물품 비용 대납·파리올림픽 참관단 지인 추천·상습 욕설 등 다수 의혹 존재


점검단은 선수촌 고위간부 C씨가 이 회장 승인 하 특정 스포츠종목단체 회장 D씨에게 선수 제공용 보양식과 경기복 구입 비용 대납을 요청해 승낙받았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조사에 따르면 D씨는 올해 초 이회장에게 파리올림픽 관련 주요 직위를 맡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한 뒤 지난 5월 물품 비용 대납 의사를 표했다. 이후 실제로 희망했던 직위를 맡은 뒤 약 8000만원을 대납했다.

이회장은 98명으로 구성된 파리올림픽 참관단에 체육계와 무관한 지인 5명을 포함하도록 추천, 계획에 없던 관광 등 별도 일정을 할 수 있도록 특혜를 제공한 것으로 조사됐다. 점검단은 이회장의 상습적 욕설과 폭언 등 부적절한 언행 관련 진술도 다수 확보했다. 직원 진술에 따르면 이 회장은 2022년 6월 직원 채용 요건 완화 시 연봉을 하향해야 한다는 보고에 "어떤 XXXX가 그런 소리를 하느냐"며 욕설과 폭언을 1시간가량 이어갔다.

지난 8월 파리올림픽 선수단 해단식 관련 회의선 "문체부 장관이 행사에 온다면 당신을 인사조치하겠다"고 말하거나 2021년 상반기 예산 담당자들에게 "넌 문체부 XX야, 체육회 XX야"라고 폭언을 하기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국회 국정감사 증인 출석 회피 목적의 지방 일정 진행 정황도 확인됐다. 이 밖에도 이회장은 체육회 소유의 약 6300만원 상당 평창올림픽 마케팅 수익 물품을 지인 등에게 제공한 의혹을 받는다. 이어 2021년부터 지난 2월까지 타 부서 배정 후원 물품 중 3500만원 상당을 회장실로 가져와 1600만원 상당의 물품을 직접 쓰거나 방문객에게 제공한 의혹 등이 있다. 이어 체육회 차원의 방만 운영 문제도 제기된다.

점검단은 "이번 점검 시 대한체육회 일부 임직원의 비협조와 방해로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예빈 기자 yeahvi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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