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오지 못한 금성호 11명…잠수사 투입도 파도에 막혀

허호준 기자 2024. 11. 10.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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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자리가 이상했는데” “가기 싫다고 했는데” 실종자 가족들 망연자실
해경이 제주 해상에서 침몰한 금성호의 실종자 수색 작업을 하고 있다. 제주해경 제공

“꿈자리가 이상했어요. 그런 꿈을 꾼 적이 없는데 꿈이 뒤숭숭해서 일어났는데 아니나 다를까 사고 당일 오전 9시10분께가 되니까 동사무소에서 연락이 온 거예요. 금성호 선원과 어떤 관계냐고요. 내 동생이라고 했지요. 40년 가까이 배를 탄 동생인데 실종됐다고 하더군요. 처음에는 무슨 말인지 믿기지 않았어요.”

10일 오전 11시50분께 제주 해상에서 침몰한 135 금성호(129t) 사고와 관련해 한림항 선원복지회관에 마련된 사고수습대책본부 앞에서 고개를 숙인 채 서성거리던 서아무개(70·부산)씨가 이렇게 말했다. 서씨는 지난 8일 오전 금성호에 승선했던 두 살 터울의 동생(68)이 실종됐다는 전화를 받고 망연자실했다. 서씨는 사고 나기 사흘 전에 동생과 통화했다.

“‘몸은 괜찮나? 언제 들어오노?’ 이래 하니까 늦어도 열흘 안에는 들어올 거라고 그러더라고. ‘그래 알았다. 그러면 조심해서 작업 잘하고 온나’ 했지. 그런데…” 서씨는 더 말을 잇지 못했다. 서씨는 “저와는 둘도 없는 친구나 마찬가지였다. 가족이 저 혼자뿐이다”라고 말했다.

“지금으로선 나 혼자 (부산에) 올라갈 기약이 없어요. 동생과 함께 올라가야지요.” 기자와 말을 끝낸 서씨는 터벅터벅 실종자 가족 대기실로 향했다.

인근 편의점 탁자에 앉은 또 다른 실종자 가족 ㄱ씨는 눈물부터 흘렸다. “말할 수가 없어요. 가슴에 피눈물이 나는 것 같아요. 동생이 수술해서 배를 타기 싫어하더라고요. 이번에는 가기 싫다고 해서, 가기 싫으면 가지 말라고 해지요. 하나뿐인 동생인데 내 마음이 속상하잖아요. 그런 말을 좀처럼 하지 않는 동생이었는데… ”

하지만 동생은 출항날짜를 잡아놨다며 배를 타야 한다고 했다. ㄱ씨는 “어쨌든 가기로 했으니까 몸 건강하게 힘내서 다녀오라고 했는데 이런 일이 일어날지 누가 알았겠어요”라며 말끝을 흐리고는 일어섰다. 흔들리는 ㄱ씨 옆에서 딸이 부축해 자리를 떴다.

한림항 사고수습대책본부에는 오영훈 도지사와 김완근 제주시장이 격려차 오가는 모습도 보였다. 실종자 가족들은 삼삼오오 가족 대기실을 오가며 초조하게 소식을 기다리는 모습이 보였다.

이날 오전 한림항에는 135 금성호와 같은 선단선인 122 금성호와 103 금성호가 정박해 있었다. 그 옆으로는 해병대원들이 망원경으로 바다를 수색하고 있었다.

제주 비양도 해상에서 금성호가 침몰한 지 사흘째인 10일에도 해상과 육상, 수중에서 실종자를 찾기 위한 수색 작업이 진행됐다.

해경이 제주 해상에서 침몰한 금성호의 실종 선원들을 찾기 위한 야간 수색 작업을 하고 있다. 제주해경 제공

전날인 9일 오후 9시께 해군 광양함이 원격조종 수중로봇(ROV)을 이용해 수중 수색을 벌이다 침몰한 선박 주변에서 실종선원 ㄱ(64·갑판장)씨의 주검을 수습했다. ㄱ씨는 수심 97m 해저에서 발견됐다.

해경은 10일 해수유동예측시스템의 예측 결과에 따라, 이날 가로 51㎞ 세로 19㎞로 수색 구역을 확대해 함선 50척과 항공기 9대를 동원해 수색 작업을 계속했다. 그러나 이날 제주 먼바다에 기상특보가 발효 중이고, 바다 속 시정도 좋지 않은 상태라고 해경은 밝혔다.

해군은 이날 원격조종 수중로봇을 금성호가 있는 해저로 재투입해 실종자를 찾고 있다. 민간구난업체의 크레인 바지선도 이날 낮 12시20분 사고 해상에 도착했다. 바지선에는 수심 100m까지 잠수할 수 있는 심해잠수사 4명도 도착했으나 해상의 기상 상태가 좋지 않아 바닷 속 수색은 하지 못한 상황이다. 11일에는 심해잠수사 6명이 추가로 도착할 예정이다.

고명철 제주해경청 경비계장은 “주변에 다른 실종자 분들이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지속해서 수색을 진행할 계획이다. 그물 안에 남아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는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 선적 대형 선망어선 135 금성호는 지난 8일 새벽 4시31분께 제주 비양도 북서쪽 22㎞ 해상에서 침몰 중이라는 다른 선단선의 신고 이후 침몰했다. 이 사고로 승선원 27명(한국인 16명, 인도네시아인 11명) 가운데 15명은 같은 선단선에 구조됐으며, 이 중 한국인 선원 2명은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실종자 12명(한국인 10명, 인도네시아인 2명) 가운데 한국인 한 명의 주검이 9일 수습됨에 따라 실종자는 11명이다.

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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