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논란의 ‘제2독립기념관’, 부실 사업계획서로 자체 심의도 통과 못해

이유진 기자 2024. 11. 10.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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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절을 하루 앞둔 지난 8월14일 충남 천안시 독립기념관을 찾은 한 어린이가 태극기를 보고 있다. 한수빈 기자

국가보훈부가 245억원을 들여 내년부터 2027년까지 건립키로 한 가칭 국내민족독립운동기념관(일명 제2독립기념관)이 부실한 사업계획서로 보훈부 자체 심의조차 통과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훈부가 10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답변서에 따르면 제2독립기념관은 보훈부가 현재 건립 추진 중인 현충시설 6곳 중 현중시설심의위원회의(심의위) 절차를 완료하지 못한 유일한 시설로 확인됐다. 현충시설관리지침 제4조 등은 현충시설 건립을 위해서는 심의위 의결을 거치도록 한다. 심의위 의결 없이 예산이 편성된 사례는 없었다고 보훈부는 밝혔다.

심의위 의결이 이뤄지지 않은 사유에 대해 보훈부는 심의위에서 사업계획서 보완을 요구했기 때문이라고 박 의원실에 설명했다. 심의위는 올해 총 4번의 회의를 개최했는데, 지난 1일 회의에서도 제2독립기념관과 관련한 심의 안건은 상정조차 되지 못했다. 보훈부는 제2독립기념관 설립을 위한 245억원 등 2025년도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한 상태다.

박 의원실에 따르면 보훈부가 작성한 제2독립기념관의 사업계획서는 A4용지 2장 분량에 불과하다. 현충시설 관리지침에 따른 사업계획서 양식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양식은 사업 장소와 사업 규모를 구체적인 지번과 부지 면적·확보 방안 등을 기재하도록 한다. 그러나 보훈부가 제출한 사업계획서에는 이 기념관 사업 장소가 ‘수도권 등’으로 불투명하게 명시됐고, 구체적인 부지 확보 방안은 빠져있다.

국가보훈부가 작성한 ‘(가칭)국내민족독립운동기념관 건립 사업계획서’는 A4용지 2장 분량이 전부이다.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제공

제2독립기념관 사업 예산은 지난 8월까지 보훈부의 2025년도 예산안에 포함되지 않았다가 9월초 최종안에 포함돼 졸속 추진 논란이 일었다. 보훈부는 사업계획서에서 “무장투쟁 및 중국에서 활동한 독립운동에 비해 교육·문화 분야 등 국내에서 활동한 독립운동이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미흡하다”며 윤석열 대통령의 105주년 3·1 기념사 취지에 따라 건립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제2독립기념관은 건립 장소와 그 성격을 두고는 그간 여러 논란이 일었다. 제2독립기념관이 서울시가 이승만 기념관 건립을 검토한 서울 송현동 광장 일대에 지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야당과 언론에서 제기되자 보훈부는 장소는 아직 결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야권에선 뉴라이트 역사관 논란이 일었던 김형석 독립기념관장의 취임 이후 사업이 추진된 점 등을 들어 ‘윤석열표 뉴라이트 기념관’이라고 비판해 왔다.

박상혁 의원은 “국내민족독립기념관 건립은 법정 절차를 준수하지 않았고, 사업계획도 법에서 제시한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매우 부실한 수준”이라며 “법령조차 무시하는 윤석열 정권의 맹목적인 뉴라이트 독립기념관 건립을 끝까지 점검하고 싸워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유진 기자 yjle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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