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강력해진 ‘미국 우선주의’···미·중 관계 격랑 속으로[트럼프 2기와 세계]
4년 만에 돌아온 ‘트럼프 시대’ 2기는 또 한 번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구호로 요약된다. 1기와 마찬가지로 ‘미국 우선주의’에 집중한 대외정책을 되살려 국제무대에서 미국의 이익을 극대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공들여온 외교정책 기조인 ‘다시 세계를 이끄는 미국’을 뒤집고 국제관계에 변화를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
무엇보다 미·중 관계에 관심이 집중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그동안 중국을 “최대 위협국” 등으로 규정하며 1기 수준을 뛰어넘는 강력한 제재를 공언해왔다. 대중 견제 전략으로 경색되어온 미·중 관계가 한층 더 얼어붙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관세맨’ 더 독해져서 돌아오다
트럼프 당선인은 공화당 대선 후보직을 수락하기 전부터 중국에 대해 더 독해진 압박을 예고했다. 모든 중국산 수입품에 60% 이상 관세를 부과하고, 최혜국 대우 지위를 철회하겠다는 게 대표적이다. 공화당 정강 정책에는 중국으로부터 필수 의료·국가안보 물품 수입을 단계적으로 중단하는 ‘4개년 국가 리쇼어링 계획’ 등을 거쳐 중국에 대한 미국의 의존도를 완전히 없애겠다는 내용도 담겼다.
이같은 공약에는 미국의 일자리와 부를 앗아가는 중국과 완전히 갈라서는 ‘디커플링(탈동조화·공급망 분리)’ 기조가 전반에 깔려있다. 미국과 중국의 경쟁이라는 큰 틀의 구도 자체는 바뀌지 않겠지만, 중국을 ‘전략적 경쟁자’로 여기고 ‘디리스킹(위험완화)’을 추구해온 바이든 행정부와는 확실한 차이를 보이는 지점이다. 이효영 국립외교원 교수는 최근 보고서에서 “트럼프 재집권 시 미국 정부의 ‘중국 때리기’는 더욱 강력해지고 집중적으로 이뤄질 것”이라며 “중국에 대한 디커플링을 넘어 중국과의 통상관계 단절 또는 이를 위협하는 형태로 이뤄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외신도 트럼프 당선인의 복귀로 미·중 관계가 더 불안정해질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뉴욕타임스(NYT)는 선별적 기술 통제에 나선 바이든 행정부의 ‘마당은 좁게, 담장은 높게’ 전략과 달리 트럼프 당선인은 훨씬 더 광범위하고 과격한 조치를 할 태세라고 전망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중국에 대한 관세 조치를 1기 시절 주요 성과로 공공연하게 언급해온 트럼프는 앞으로 더 극적이고 파괴적인 계획을 내놓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CNN은 “트럼프의 변덕과 오만이 뒤섞인 모습은 중국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했다.
글로벌 대중국 견제망 흔들까…중국은 ‘틈’ 생길 수도
다만 트럼프 당선인이 공언한 고율 관세 등 정책이 얼마나 현실화할지는 미지수다. 공화당이 의회까지 장악해 트럼프 2기의 강경노선에 제동이 걸리기는 어려워졌지만, 노골적 무역장벽은 미국에도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전면 현실화는 어려울 수 있다. 모건스탠리는 최근 보고서에서 트럼프 당선인의 공약처럼 보편관세 10%, 대중 관세 60%를 시행할 경우 미국의 소비자물가가 0.9% 올라가고, 국내총생산(GDP)이 1.4% 감소할 것이란 추정을 내놨다.
강준영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는 “과거 미·소 냉전과 달리 미·중 전략경쟁에는 경제 요인이 깊게 엮여있다”며 “글로벌 밸류체인(가치사슬)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40%인 현실에서 트럼프의 공약대로 전면적인 디커플링에 나서긴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관세를 ‘협상 카드’로 쓸 가능성도 거론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실제로 트럼프 1기 당시 무차별 공언과 달리 관세를 이용해 협상했다고 전했다.
중국도 궁극적으로 트럼프 당선인과 협상을 선호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블룸버그 통신은 “디플레이션 압박과 부동산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경제를 부양하기 위해 전기차·배터리 같은 상품 수출에 의존해온 중국은 트럼프 1기 때보다 훨씬 더 파괴적인 관세 전쟁을 피하길 바랄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은 2018년 촉발된 무역전쟁 이후 수입 다각화 등 대응 태세를 갖춰왔지만, 이와 별개로 장기침체인 경제 상황을 고려하면 2차 무역전쟁은 더 큰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트럼프 당선인에게 보낸 축전에서 “역사는 우리에게 중미가 협력하면 모두에게 이롭고, 싸우면 모두가 다친다는 걸 분명히 보여준다”고 밝히기도 했다.
동맹국을 동참시켜 중국의 부상에 대응하는 전략을 펴온 바이든 정부와 달리, ‘미국 주도의 압박’을 강조하는 트럼프 당선인의 기조가 오히려 중국으로선 전략적으로 이로울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강 교수는 “일대일 거래 방식을 선호하는 트럼프 정부에선 시 주석과 ‘톱다운’ 방식으로 결판을 낼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안병진 경희대 미래문명원 교수도 “어떻게 보면 바이든 정부는 트럼프 1기보다 중국에 해가 되는 부분을 골라가며 체계적인 조처를 했다”며 “거래주의자인 트럼프 당선인을 상대로는 시 주석이 시도해볼 수 있는 거래들이 있다”고 했다.
바이든 정부가 다져온 글로벌 대중국 견제망이 흔들릴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트럼프 당선인은 바이든 정부 주도로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의 경제적 영향력 확대를 억제하기 위해 구축한 경제협력체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E) 탈퇴를 공언한 상태다. WSJ은 “트럼프는 중국과 무역 긴장을 심화시킬 예정인 한편, 중국은 미국의 동맹 약화로 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대만은 변수, 바이든과 얼마나 다를까
대만 문제는 늘 변수다. 트럼프 당선인은 1기 때부터 차이잉원 당시 대만 총통과 통화하며 ‘대만 지도자와는 전화도 방문도 하지 않는다’는 중국과의 묵약을 깼다. 집권 뒤엔 대만에 잇달아 무기를 내주며 중국을 자극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음’이란 원칙을 확인하면서도, 대만에 무기 판매를 확대하고 칩4(미국·한국·일본·대만의 반도체 협력체제)를 결성하는 등 대만을 중국 견제의 핵심축으로 삼는 전략을 이어왔다.
다만 트럼프 당선인은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경우 미국이 방어에 나설 것’이라고 명확히 밝혀온 바이든 대통령과 상반되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대선 과정에서 “(대만 방어는) 거저 주는 것이며 바보들만 그런 짓을 한다” “반도체 사업을 뺏어가 부를 축적한 대만은 방위비를 내야한다” 등 발언을 이어왔다. 이를 두고 트럼프 2기에선 중국과 관계에 따라 대만 안보를 포기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념 논리로 대만 정책을 펴는 민주당보다, 미국의 이익만을 기준으로 행동하는 트럼프 당선인이 대만을 놓고 시 주석과 ‘딜’을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그러나 안보 차원에서 대만 해협의 전략적 가치와 반도체기업 TSMC의 중요성 등을 고려하면 트럼프 2기에서도 대만을 내주긴 어려울 것이란 평가가 지배적이다. 포린폴리시는 “트럼프가 바이든과 가장 다른 점은 대만에 대한 정책일 수 있다”면서도 “트럼프가 강경협상을 추진할 순 있어도 실제 대만에 대한 지지를 포기할 가능성은 낮다”고 짚었다.
https://www.khan.co.kr/world/world-general/article/202411072125015
김희진 기자 hjin@kyunghyang.com, 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최혜린 기자 cher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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