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교과서 ‘자율’→‘엄격 검정’ 돌변…출판사들 ‘졸속 후폭풍’

신소윤 기자 2024. 11. 10.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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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너무 무책임한거죠. 인공지능(AI) 디지털 교과서 검정 기준이 뭔지 답답하기만 해요."

내년 3월부터 쓰일 정보 교과 인공지능 교과서 검정 심사에서 떨어진 한 출판사 대표가 깊은 한숨을 쉬었다.

교육부가 인공지능 디지털교과서 도입을 추진하며 9월 검정 심사에 이어 11월 이의신청 심사까지 마친 가운데, 탈락한 출판사들은 검정 기관의 모호한 기준과 교육부의 졸속 추진으로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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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23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4 에듀테크 코리아 페어에서 인공지능 교과서 시연 수업이 열리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정부가 너무 무책임한거죠. 인공지능(AI) 디지털 교과서 검정 기준이 뭔지 답답하기만 해요.”

내년 3월부터 쓰일 정보 교과 인공지능 교과서 검정 심사에서 떨어진 한 출판사 대표가 깊은 한숨을 쉬었다. 교육부가 인공지능 디지털교과서 도입을 추진하며 9월 검정 심사에 이어 11월 이의신청 심사까지 마친 가운데, 탈락한 출판사들은 검정 기관의 모호한 기준과 교육부의 졸속 추진으로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모호한 검정 기준과 교육부의 태도 돌변

10일 교육계에 따르면, 정보 교과의 경우 중등 13개 출판사, 고등 10개 출판사가 출원해 4개사만 합격했다. 다른 과목의 경우 수학은 5개사, 영어는 9개사가 합격했다.

상당수 출판사들은 심사 결과를 납득할 수 없었다. 정보 교과의 경우 합격한 4종 모두 각기 다른 출판사에서 발행한 것이었다. 불합격한 출판사 가운데 일부는 합격한 곳과 같은 에듀테크 업체와 함께 교과서를 개발했는데도 기술 영역에서 ‘미흡’ 평가를 받았다.

이에 불합격한 출판사들은 이의신청과 정보공개청구를 했으나 돌아온 답변도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감점 이유로 ‘내용 체계 반영 미흡’, ‘성격 반영 미흡’ 등 뚜렷한 근거 없이 ‘미흡하다’고만 했다. 불합격한 또다른 출판사 대표는 “서책형은 이런 식으로 심사하지 않는다. 감점하면서도 ‘어떻게 돼 있어야 하는데 이게 틀렸다’는 식으로 적는다”고 말했다.

더욱이 출판사들은 교육부의 돌변한 태도를 지적했다. 교육부는 애초 적극 참여를 권장하며 자유로운 틀 안에서 인공지능 교과서를 개발하라고 했는데, 부정적 여론이 나오자 태도가 바뀌었다는 것이다. 한 출판사 관계자는 “교육부는 2023년 4월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이 주관한 매칭데이에서 최소한의 허들만 넘어 자유롭게 인공지능 교과서를 만들 수 있는 장을 열어주겠다고 했다. 하지만 검정 출원 직후 교육부가 발행사 대표들을 모아놓고 한 말은 ‘여론이 안 좋으니 관련 홍보는 절대 하지 마라, 언론 대응도 하지 마라, 좋은 인공지능 교과서가 나와야 한다’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교육부가 2023년 6월에 발표한 인공지능 디지털 교과서 개발 교과목 및 적용 일정 계획. 교육부 제공

실제로 교육부는 지난해 6월 ‘인공지능 디지털교과서 추진방안’에서 “발행사의 원활한 인공지능 디지털교과서 개발 지원을 위해 개발표준 및 절차 등을 제시하되, 최소한의 가이드로 개발의 자율성과 창의성을 보장”한다고 했다. 하지만 이후 ‘엄격 검정’으로 기준이 바뀌면서 출판사들은 대거 탈락했고, 이마저도 과목별 편차가 나타난 셈이다. 이에 대해 고영훈 교육부 교육콘텐츠정책과장은 “검정기관에서 기준에 따라 전문성을 가지고 엄격하게 검정해 각 출원사에 개별 통보했고, 11월말 최종 합격 공개까지 다른 설명을 제공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2026학년도는 더욱 난감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가 인공지능 교과서에 대한 속도 조절을 요구하면서 2026년에는 일부 과목이 제외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 출판사 대표는 “2026년 도입 교과 가운데 국어, 기술·가정 등 제외 검토가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이와 관련해 출판사들은 고지 받은 것이 없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소은주 교육부 책임교육정책관은 “현재 시도교육감협의회와 협의 중이어서 아직 과목을 특정하긴 어렵고 협의가 마무리되는대로 공지를 하고 발행사 등에도 알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충분한 사전 논의를 거치지 않고 인공지능 교과서를 졸속 도입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출판사들은 “인공지능 교과서 개발을 위해 업체들이 과목당 수십억, 많게는 백억원 이상 투자를 했고, 회사 전체 매출 이상의 투자한 곳도 여럿”이라며 “정부를 믿고 정부 정책에 따르기 위해 최선을 다했으나 돌아온 것은 ‘폐업 위기’”라고 밝혔다.

신소윤 기자 y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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