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선영의 국회법슐랭] 친족성범죄 미성년 피해자 자립 지원책 전무…"홀로서기 도와야"
미성년 친족성폭력 피해자 보호·지원
시설 입소 기간 기존 19세→25세 연장
자립수당 지급, 사후관리체계 구축·운영
국회의 입법 기능은 국민의 삶과 직결됩니다. 좋은 법은 보다 나은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돕지만 반대의 경우 불편함과 불이익을 초래합니다. 이는 국회의원이 충분한 논의와 신중한 검토를 거쳐 법안을 발의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매일같이 쏟아지는 법안들 중 내 삶과 가족, 일터와 사회에 의미가 있거나 울림을 주는 법안을 선별해 소개하고 그 필요성과 의의를 함께 짚어보겠습니다. [편집자주]
성범죄는 우리 사회에서 영원히 추방해야 할 반인륜적인 흉악 범죄다. 그중에서도 아동·청소년 등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하는 친족 간 성범죄는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발생한 만큼 전 생애에 걸쳐 더 큰 상흔과 트라우마를 남긴다. 자신을 보호하고 보살펴야 할 주체가 자행하는 범죄이기에 피해를 바로 인식하지 못할 때도 있고 주변에서 쉽게 알아차리기 힘든 경우가 많다. 가족이기에 신고를 하지 못하거나 피해 사실을 알리는 과정에서 그 밖의 가족구성원들로부터 또 다른 상처를 받는 경우도 존재한다.
아동·청소년 대상의 성범죄는 주로 '아는 관계'에서 발생하는데 친족 관계에 의한 피해가 압도적이다. 한국성폭력상담소가 발표한 2023년 상담통계·동향을 보면 지난해 친족 성폭력으로 상담한 61명 중 44명이 13세 이하의 유·아동으로 나타났다.
허민숙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이 발간한 '감춰진 피해자들: 미성년 친족 성폭력 피해자 특별지원 보호시설 지원업무 실태 및 개선과제'를 보면 정부는 현재 친족 간 성범죄의 피해자인 미성년자가 머물 수 있도록 전국에서 총 4개의 특별지원 보호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특별지원 보호시설은 4촌 이내의 혈족·인척이나 동거하는 친족에게 강간 피해 등을 입은 미성년자를 보호·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원칙적으로 19세까지 머무를 수 있고 초·중·고·대학교 등에 재학 중인 경우에 한해서만 2년 범위 내 1회 연장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보다 촘촘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별지원 보호시설에 입소한 아동·청소년의 대다수는 원가정으로 돌아갈 수 없다. 대개 친부가 가해자인 데다 그렇지 않은 경우에도 부모가 사망 등의 이유로 부재하거나 지적 장애를 갖고 있어 보호자로서 역할을 기대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특별지원 보호시설 입소 아동·청소년 316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가해 비율은 친부(58%)와 의부(12.7%) 등 '부에 의한 성폭력'이 70.7%를 차지했다. 심지어 보호자 역할을 해야 할 부모로부터 학대를 당한 경우도 있다. 피해자가 특별지원 보호시설을 퇴소한 뒤 자립지원 청년으로 인정받아 홀로서기할 수 있도록 반드시 도움이 필요한 이유다.
하지만 특별지원 보호시설 퇴소 이후의 자립지원은 전무한 상황이다. 정부는 자립준비청년을 지정해 자립수당을 지원하고 있는데 특별지원 보호시설 입소 아동·청소년은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 자립수당 지급 대상을 아동복지법 제52조의 아동복지시설 또는 가정위탁 보호종료 아동, 청소년복지 지원법 제31조의 청소년쉼터 퇴소 및 청소년 자립지원관 사례관리 중 또는 사례관리 종료 청소년으로 규정하고 있어서다. 자립준비청년은 시설에 머무를 수 있는 기간도 어떠한 요건을 충족시키지 않은 채 본인의 의사만 있으면 만 25세에 이를 때까지 보장한다. 반면 특별지원 보호시설 입소 아동·청소년은 대학교에 진학해 기간을 연장하더라도 만 21세면 시설에서 퇴소해야 한다.
이에 최기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특별지원 보호시설 퇴소자들이 자립을 지원받을 수 있도록 하는 '성폭력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피해자가 원하는 경우 특별지원 보호시설 입소기간을 25세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근거를 마련한 게 골자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특별지원 보호시설에 입소한 피해자의 퇴소 이후 자립 지원을 목표로 주거·생활·교육·취업, 자립정착금·자립수당 등을 지급할 수 있게끔 관련 조항도 신설했다. 이와 함께 자립에 필요한 자산의 형성·관리를 지원하고 사후관리체계를 구축·운영하도록 하는 내용도 담았다.
미성년 친족 성폭력 피해자의 자립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여성가족부 역시 내년 예산안에 '퇴소자립지원수당'을 반영했다. 특별지원 보호시설 퇴소자는 5년간 월 50만원의 자립지원수당을 받을 수 있을 전망이다. 다만 최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지원방안을 세분화하고 그 근거를 명시하는 것은 물론 입소 기간 연장, 사후관리체계 구축·운영 등까지 다각도로 포함하고 있는 만큼 미성년 친족 성폭력 피해자 보호·지원을 한층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최 의원은 "특별지원 보호시설에 입소한 아동·청소년은 가해자가 아닌 친족에 의해 보호받지 못해 입소했다는 점에서 입소 기간 연장, 자립지원 등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며 "특별지원 보호시설에서 퇴소한 이후 보호자로부터 지원을 기대하기 어려운 피해자에게 일정 기간 자립지원을 할 수 있도록 하고자 한다"고 말했다.윤선영기자 sunnyday72@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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