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천조짜리 대책 내놔도 한숨…여전히 목마른 中 경제[e차이나]
소비자물가 여전히 0%대, 디플레 해소할 적극 정책 없어
12월 중앙경제공작회의 개최, 재정적자 확대 여부에 주목
[베이징=이데일리 이명철 특파원] 중국이 2000조원에 가까운 경기 부양책을 내놨지만 시장에선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지방정부 부채 해소에 주안점을 둔 이번 대책이 리스크 완화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경기를 끌어올리기엔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하반기 경제지표 부진이 지속되는 가운데 다음날 구체적인 대책이 추가로 발표될지 관심이 쏠린다.
중국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전국인민대표대회는 지난 4~8일 열린 상무위원회에서 지방정부 부채 한도를 6조위안(약 1162조원) 증가시키는 안건을 심의·의결했다. 또 올해부터 5년간 새로운 지방정부 특별채권에서 매년 8000억위안(약 155조원)씩 총 4조위안(약 774조원)을 할당해 정부 자금의 재원을 보충하고 부채 상환에 활용할 계획이다. 이 두 개의 조치를 통해 10조위안(약 1944조원)을 지방정부 부채 완화에 투입하는 것이다.
지방정부의 숨겨진 부채는 중국 경제의 시한폭탄으로 지목됐다. 지방정부는 그동안 지방정부자금조달기구(LGFV)를 통해 여러 사업을 추진했는데 이는 공식 통계에 잡히지 않아 ‘그림자 부채’로 불렸다.
중국 재정부는 숨겨진 지방정부의 부채가 14조3000억위안(약 2767조원)이라고 추정하며 세수 감소로 이를 해결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2023년말 기준 LGVF의 부채가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47.6% 수준인 60조위안(약 1경1609조원)에 달한다고 추산하기도 했다.
이번 대책을 통해 중국 지방정부의 부채 부담은 크게 줄어들 수 있다. 재정부는 지방정부의 이자 비용이 5년간 6000억위안(약 116조원) 줄어들 것으로 추산했다. 빚 부담이 줄게 되면 경제 회복을 위한 각종 정책 운용도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이란 계산이다.
로이터통신은 이번 정책을 두고 “성장 촉진제가 아닌 성장 안정제”라고 평가했다. 중국 정부는 경기 회복에 대규모 재정을 투입하기보단 금리 인하 등을 통해 수요를 독려하고 리스크를 해소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과거 막대한 돈 풀기로 부동산 거품의 부작용을 경험한 영향이다.
다만 시장에서는 실망감을 드러내고 있다. 구체적인 부양책이 발표되지 않았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미국 대선 승리에 대한 대응책도 없었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 개인 투자자들과 일부 경제학자들은 대규모 경기부양책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고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으로 선출된 이후 더욱 그랬다”며 “경제를 되살리기 위한 새로운 재정 부양책을 공개하지 않아 많은 투자자들을 실망시켰다”고 지적했다.
중국 정부가 그동안 내놓은 부양책도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국가통계국이 9일 발표한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동월대비 0.3% 오르는 데 그쳤다. 생산자물가지수(PPI)는 같은 기간 2.9% 떨어지는 등 경기 침체 속 물가가 하락하는 디플레이션 위기가 계속됐다.
오는 15일에는 산업생산, 소매판매, 고정자산 투자 등 주요 경제지표가 발표될 예정인데 시장 예상치는 전월과 조금 더 개선된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중국이 수요를 지원하고 투자심리를 개선하는 완화적 재정 정책 없이는 리플레이션(디플레이션을 벗어날 수준의 물가 상승)을 촉진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목했다.
경기 대책에 대한 기대감은 다시 밀리게 됐다. 중국 재정부는 8일 기자회견에서 내년 재정 적자 확대, 특별국채 발행 같은 적극적 재정 정책을 펼칠 것이라고 밝혔다. 12월에는 내년 주요 경제 정책을 결정할 중앙경제공작회의가 열린다. 이때 재정 적자율 확대(=추가 국채 발행) 같은 조치가 나올 것으로 주목된다.
중국 인허증권의 양차오 연구원은 “내년 예상되는 점진적인 재정 정책 규모는 경기 반등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내년 재정 적자율이 약 3.7%까지 확대되고 특별채권은 최대 4조5000억위안까. 초장기 특별국채 약 2조위안 발행이 예상된다”고 전했다.
이명철 (twomc@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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