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가 똥 냄새로 가득해요”···번식 위한 이 식물의 생존법 [생색(生色)]
[생색-37]가장 오래 살아남은 자가 가장 강한 존재라면, 지구의 폭군인 인간조차도 머리를 조아려야 합니다. 이 생명체가 지구에 처음 등장한 이후 무려 2억 7000만년을 살아왔기 때문입니다. 그것도 태초에 태어난 모습 그대로입니다. 인간, 그러니까 호모 사피엔스가 지금의 형태를 갖춘 건 고작 30만년 전. 그만큼 엄청난 생명력을 자랑하는 셈이지요.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식물 중 하나인 은행나무 이야기입니다. 한반도 전역이 빨갛고 노랗게 물들은 아름다운 가을 날, 저는 이 생명체가 가진 무궁무진한 이야기가 떠올랐습니다.
고생명체의 대명사 삼엽충이 존재하던 시절이었지요. 한 때 지구를 지배한 공룡조차 그 모습을 드러내지 못한 시기. 은행나무가 처음 지구에 뿌리를 내리고 약 2000만년이 지났을 때 지구에 대격변이 찾아옵니다.
은행나무는 씨앗인 은행이 밖으로 훤히 드러나 있는 겉씨식물입니다. 맛있는 열매가 씨앗을 감싸 안는 형태인 속씨식물과는 달랐지요. 독한 냄새를 풍기게 만들어서 포식자들을 내쫓는 방법이 번식에 유리했던 것입니다. 새끼를 지키려는 모성이 은행을 악취로 덮은 셈입니다(놈들은 우리 인간의 먹성을 몰랐습니다).
분류 명칭마다 은행나무가 계속 반복되는 이유가 있습니다. 은행나무문에는 단 하나, 오직 은행나무만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척삭동물문에는 약 6만 5000종의 생명체가 존재하는 것과 대조적입니다.
가을, 은행나무는 그 잎을 노랗게 물들입니다. 겨울을 준비하기 위함입니다. 햇빛이 줄어들고 기온이 낮아짐을 녀석들은 누구보다 먼저 눈치챕니다. 잎을 떨어뜨려야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다시 내년을 기약합니다. 2억 7000만년을 살아온 방식입니다.
아등바등 살아가는 우리 인간의 모습을 기억하는 존재인 은행나무. 더 늦기 전에 녀석들의 월동 준비를 보러 가야겠습니다.
ㅇ은행나무는 무려 2억 7000만년전부터 그 모습을 거의 그대로 유지해온 살아있는 화석이다.
ㅇ씨앗인 은행에서 악취가 나는 이유도 포식자로부터 보호하기 위해서다.
ㅇ노랗게 물든 은행나무잎을 바라보면서 생(生)의 기적을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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