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극단 대표 겸 연출가가 왜 여기서 나와…연극 오디션 현장 술렁이게 한 배우 류주연
연극 ‘퉁소소리’ 오디션 현장 술렁…고선웅 연출 “독보적 배우, 뽑지 않을 수 없었다”
홍도이모 등 조연부터 대사 없이 죽는 단역까지 1인 10역 맡아
“15년 전 임신·출산 경험하며 배우 자질에 대한 두려움 빗장 풀려…이젠 ‘배우 류주연’으로 불리길”
“연출로는 모든 기력을 토해내 한계 다다른 듯…배우로선 더 발전하고 보여줄 게 많아 활력 느껴”
“연기하면서 느끼는 행복과 기쁨, 감동을 관객과 나누며 뿌듯해하는 배우 되길 희망”
“‘퉁소소리’, 고선웅 연출 대히트작 ‘조씨고아…’능가 예감”…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11일 개막
서울시극단이 올해 마지막 연극 ‘퉁소소리’에 출연할 배우들을 뽑은 지난 6월 오디션 현장. ‘퉁소소리’ 각색과 연출을 맡은 고선웅 서울시극단 단장 등 심사위원들을 놀라게 한 지원자가 있었다. 2막 주요 등장인물 중 하나인 홍도이모 역에 지원한 배유 류주연(53)이다. 심사위원들은 ‘아니 저 사람이 왜 나와?’ 하는 눈치였다. 그럴 만도 했다. 그는 극단 산수유 대표이자 평단과 관객 호평을 받았던 연극 ‘경남 창녕군 길곡면’, ‘기묘여행’, ‘12인의 성난 사람들’ 등의 연출가로 연극계에서 지명도가 높다.
류주연은 원작인 ‘최척전’을 탐독하면서 정보가 부족한 홍도이모에 대한 분석을 철저히 하고 연습한 뒤 오디션에 임했다. 연출로서의 강점인 분석력 덕인지 결과는 합격이었다. 530명 지원자 중 14명을 뽑는 평균 경쟁률 38대 1을 뚫은 것이다. 고선웅 연출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심사 당시를 떠올리며 “독보적인 배우였다. 어디에다 집어 넣어도(어떤 배역을 맡겨도) 어울리고 편안하게 해주는 캐릭터여서 뽑지 않을 수 없었다”고 했다. 빈말이 아니다. 류주연은 ‘퉁소소리’에서 홍도이모뿐 아니라 여관 주인과 피란민, 베트남상인, 취사병 등 10역을 소화한다. 대사가 한 마디에 불과하거나 대사 없이 죽는 단역조차도 허투루 하지 않는 그에게 출연 배우 중 가장 많은 역할이 주어진 것이다. “저는 연출을 해봐서 연출(가들)이 어떤 배우를 좋아하는지 너무 잘 알고, 얼마든지 연출 입맛에 맞는 배우가 될 수 있다고 홍보합니다.(웃음) 많은 연출이 ‘퉁소소리’를 보러 올 것 같은데 작품할 때 작은 역이든 단역이든 불러주면 좋겠어요.”
연극영화과나 대학극회 출신도 아닌 류주연은 몸으로 부딪치며 연기와 연출을 배웠다. 대학에서 국어국문학을 전공한 그는 졸업 후 학습지 교사로 돈을 모아 사설 연기학원에 다녔다. 연기를 할 줄 알면 연출에 도움이 될 것 같아서였다. 그때 졸업작품 연출가로 온 이성열(62) 연출과 인연이 돼 그가 1997년 만든 극단 백수광부에 들어갔다. 백수광부에서 10년간 배우와 조연출로 활동하던 중 문예진흥원 공연예술아카데미(연출전공)에서 제대로 연극에 대해 공부한 다음 2008년 산수유를 창단했다. “이성열 선배는 스승과 같아요. 극단 이름 산수유도 지어주셨죠. ‘봄에 일찍 꽃을 피우고 붉은 열매가 약재로도 쓰이는 산수유에 빗대 연출로 빨리 인정 받고 열정적으로 살며 사회에 이로운 활동을 하라’는 뜻이 담긴 겁니다.”
연출로서 다작한 것과 달리 배우로서 출연작은 10편가량에 그친다. 그는 “배우의 꿈도 강했지만 ‘나 따위가 어떻게 배우를 하나’란 자조와 감정을 잘 드러내길 꺼리는 성격 탓에 엄두를 못냈다”며 “15년 전 임신·출산 경험을 하면서 그런 빗장이 풀리고 용기가 조금 생겼다. 지금은 연출보다 배우로 인정받고 싶을 정도”라고 했다. 앞으로 ‘연출 겸 배우 류주연’보다 ‘배우 류주연’으로 불리길 바란단다.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11∼27일 공연.
이강은 선임기자 ke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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