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조 투입되는 가덕도신공항, 33가지 이유로 민낯을 드러낸다
코로나의 경고도 소용없었다. 이미 우리는 이상기후를 실감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까마득한 낭떠러지가 눈앞에 있건만 아무도 방향을 틀지 않는다. 우리 사회의 가장 절박한 문제는 지금 우리 눈앞에서 일어나고 있는 기후붕괴다. 다시는 정상기후로 되돌리지 못하는 티핑포인트(Tipping Point), 지구 평균기온 1.5도 상승까지 남은 시간이 불과 4년 8개월. 이후로는 이상기후가 일상화된다. 이상기후가 일상화되면 농사가 불가능해진다. 지구가 위험한 게 아니라 우리 인간이 위험하다. 먹지 않고는 살 수 없다. 자식들과 손주들의 생존을 걱정한다면 화석연료 사용과 자연파괴를 멈춰야 하건만 우리 사회는 마지막 남은 핵심자연 파괴를 주저하지 않는다. 수십조 천문학적인 돈이 들어가는 가덕도신공항 건설사업은 우리 사회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가덕도신공항이 건설되면 안 되는 33가지 이유를 통해 우리 사회를 낭떠러지로 몰고 가는 소수 정치인과 기업의 광란을 함께 들여보고자 한다.
상(上)에서는 먼저 사업타당성과 안전성을 살펴보고, 하(下)에서 환경성과 사회문화분야를 살펴 보고자 한다.
1. 30조원이 넘는 돈이 사라진다
2021년 2월 국토교통부는 가덕도신공항은 안전·환경·비용 등 모든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는 소위 ‘7대 불가론’을 제기한다. 이어 2022년 4월 국토부는 ‘가덕신공항의 비용대비 편익(B/C)은 2016년 발표된 0.7보다 더 낮은 0.51’에 불과하며, 그 비용도 ‘부산시의 예상건설비 7조5000억 원의 2배에 이르는 13조 7천억 원’이며, 활주로 2개를 만들면 그 손해 폭은 더욱 커진다는 사전타당성 조사결과를 발표한다.
사업타당성이 없다는 것은 공항건설비만 낭비되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도심에서 멀어지니 이를 핑계로 수많은 접근로 건설계획이 잇따른다. 그중 압권은 단연 2해안순환도로 건설계획이다. 가덕도신공항에서 기장 오시리아를 교량으로 연결하는 거대한 해상교량이 이어지는 이 사업의 알려진 예산은 12조6000억 원이다. 부산시 도로건설관리계획에도 반영되어 있다. 역시 가덕신공항과 오시리아를 연결하는 부산형 급행철도 건설비는 4조7692억 원이다. 이렇듯 접근 철도와 도로건설비가 드러난 것만 30조 원이 넘는다. 경남 쪽과의 연결 도로건설비 등은 제외되어 있고, 시작단계의 예상금액이니, 실제 공사비는 사업 과정에서 더욱 늘어날 것이다.
급격한 인구감소와 초고령화, 세계 최고의 초저출산 등으로 2016년 이후 부산시 전체 교통량은 한해도 거르지 않고 줄고 있다. 부산김해경전철은 이용객이 적어 매년 수백억원을 보전해주고 있고, 이대로라면 ‘2041년까지 1조 원이 넘는 금액을 보전해야 한다.’ 영남권 신공항이 물 건너 갔다며 대구경북도 신공항건설특별법을 통과시켰다. 김해공항을 그대로 이용하거나 확장하면 들이지 않아도 될 천문학적인 혈세와 그 운영비는 어디서 나와 누구의 주머니로 들어가는가? 이를 따져보면 우리 사회를 낭떠러지로 몰고 가는 자들이 드러난다.
2. 사업불가 판정을 받았던 사업이다
가덕도신공항이 경제성이 없다는 사실은 이전 정권에서 이미 밝혀진 사실이다. 당시도 지금처럼 공항건설을 둘러싸고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그래서 박근혜 정권은 공항 분야에서 세계적 권위를 인정받는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에 그 검토를 맡겼고, 그 결과 가덕도신공항은 경제성과 환경성, 접근성 등 7개 분야 중 6개 분야에서 최하위점을 받았다.
3. ‘7대 불가론’이 제기된 공항이다
2021년 2월 국토교통부는 국회 국토교통위 소속 의원들에게 제출한 ‘가덕도신공항 보고서’에서 ‘안정성·시공성·운영성·환경성·경제성·접근성·항공수요’ 등 7가지 측면의 문제점을 제기하며 “문제점을 인지한 상황에서 가덕도신공항특별법에 반대하지 않는 것은 직무유기이며 성실의무 위반일 수 있다.”며 7대 불가론을 밝힌 바 있다.
4. 선거용 정치공항이다
박근혜 정권에서 확정된 김해공항 확장안은 오거돈 부산시장이 성범죄로 물러나고 부산시장 보궐선거가 실시되면서 폐기된다.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은 지난 정권에서 내린 결정을 뒤집고 가덕도신공항 건설을 선거공약으로 내세운다. 국민의힘이 이게 웬 떡이냐 화답하며 일사천리로 특별법이 제정되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윤석열정권을 낳았다는 사실보다 단군 이래 최대규모의 자연파괴 사업을 정치적 이유로 결정했다는 씻을 수 없는 오명을 남겼다.
5. 이용객을 뻥튀기하고 있다
수요 뻥튀기는 난개발을 밀어붙이는 전형적인 수법이다. 가덕도신공항 이용객 수를 국토부는 2336만명(‘65기준), 부산시는 4604만명(’56기준)으로 제시한 바 있다. 부산시의 뻥튀기 수준은 가관이다. 2022년 낙동강 횡단교량의 교통량은 2015년보다 적다. 현재의 교통서비스 수준도 안정적이다. 그러나 부산시는 교통량이 급증하여 교통체증이 심각하다며 낙동강하구 문화재보호구역의 핵심지역을 훼손하는 교량건설 계획을 밀어붙이고 있다. 을숙도대교도 해마다 수십억원을 보전해 주고 있다.
김해공항 이용객도 마찬가지다. 김해공항 국제선 이용객 수는 코로나가 오기 전인 2019년(959만명)에 이미 전년도(986만명) 보다 이용객 수가 줄었다. 작년에는 652만명이 이용했다. 전국 15개 공항 중 11개가 만성적자다. 연 992만명 이용을 예측했던 무안국제공항은 지난해 24만6천명이 이용했고, 272만명이 이용할 거라던 양양국제공항은 15만9천명, 경북 울진공항은 취항할 항공사가 없어 비행훈련원으로 용도를 바꿨다. 뻥튀기의 피해는 모두 우리 몫이다.
6. 김해공항 국제선 청사 확장비용을 날린다
지난 4월, 5년 걸린 김해공항 국제선청사 확장공사가 끝났다. 851억원의 혈세가 들어갔다. 최대 1156만명까지 수용이 가능하다고 한다. 현재 수요를 감당하고도 여유가 있다.
7. 시민불편과 부담이 더 심해진다
접근성은 공항 입지선정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의 하나다. 가덕도신공항은 김해공항에서 승용차로도 40여 분이 더 걸린다. 접근성에 대한 내용은 ‘가덕도신공항 추진을 둘러싼 불편한 진실’③에 잘 나와 있다. 이용객들은 항구적으로 추가 시간과 비용을 지불해야만 한다. 불필요한 공항과 도로, 철로를 유지하는 비용 역시 일반 국민몫이다.
8. 추가적인 난개발을 불러오는 사업이다
도심에서 더 멀어지다 보니 접근 도로망 건설이 줄을 잇는다. 기장과 가덕도신공항을 잇는 제2해안순환도로와 대심도 철도, 접근 철도와 도로 건설계획이 이미 세워졌다. 눌차만 바다를 메워 에어시티를 만들고, 부산시와 일부 정치인들은 활주로 1본을 더 만들자 한다. 신공항건설 예정지의 경계로부터 10km 범위에 있는 지역을 개발할 수 있는 특별법 조문도 이미 만들어져 있다. 그뿐 아니다. 가덕도신공항 건설로 김해공항 확장 계획이 철회되자 이곳에 부산시는 제2에코델타시티를 건설하겠다고 발표했다. 4대강사업에 부담한 8조원을 회수하도록 수자원공사에 개발권을 준 사업이 에코델타시티(EDC) 건설사업이다. 김해평야 농경지를 복합도시로 바꾸는 이 사업에 또 6조원, 천문학적인 돈이 쓰였다. 2EDC를 만드는 데는 또 얼마나 많은 돈이 필요할까? 건설이 건설을 낳고, 가덕도 천혜의 바다와 산, 김해평야의 논, 겨우 남은 핵심자연들도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9. 위험천만한 공항이다
2021년 2월 국토교통부가 국회에 제출한 30여 쪽 분량 보고서는 가덕도신공항이 건설되면 인근 진해비행장과 공역(空域)이 겹치는 점과 복잡한 김해공항 관제 업무, 대형 선박과의 충돌 우려 등까지 겹쳐 항공사고 위험성이 높아진다고 지적하고 있다. 당시 이를 보도한 시사저널 기사에는, “김해 군(軍)공항 운영과 부산 신항 운영에 미칠 영향은 치명적인 수준임에도 제대로 조명되지 않고 있다”는 외교통상부 2차관,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을 지낸 천영우 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의 말과 “세계 주요 매립 공항은 수심이 얕고 파도 높이가 낮은 내해에 시공하는 게 대부분이나, 가덕도신공항 입지는 외해에 위치해 활주로 양 끝단의 침하 가능성이 우려되며 활주로의 휘어짐과 균열은 안전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한국민간항공조종사협회의 입장이 실려 있다.
10. 자연재해에 무방비로 노출된 공항이다
가덕도신공항은 태풍의 길목에 위치한다. 주민들도 태풍이 불면 그 파도가 새바지고개를 넘는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곳이다. 이미 ‘세계기상기구가 지구의 열대화가 시작되었다고 선포하였고 UN도 지구온난화는 사실상 끝났다고 선언했다.’ 이상기후는 이제 다반사가 된다. 태풍의 강도는 더욱 세어질 것이고 해수면 상승도 빠르게 일어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지구외해에 위치한 유례가 없는 공항이 거침없이 추진되고 있다.
11. 조류 충돌사고 위험성이 아주 높다
가덕도신공항은 새들의 이동경로에 건설된다. 가덕도는 낙동강하구 철새도래지의 한 축이고, 낙동강하구는 한국을 대표하는 철새도래지다. 가덕도신공항 건설은 낙동강하구 철새도래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은 물론이고 조류충돌로 인한 사고위험을 자초하는 일이다. 가덕도는 국제적으로 잘 알려진 맹금류 등의 이동경로에 속한다. [가덕도신공항 추진을 둘러싼 불편한 진실] ⑨에서 새와생명의터 대표 나일 무어스 박사가 그 위험성을 잘 밝혀 놓았다. 맹금류만이 아니라 두루미류도 가덕도 상공을 거쳐 대한해협을 건넌다. 그뿐 아니다. 낙동강하구는 우리나라 최대의 갈매기류 월동지다. 이 중 재갈매기류는 몸길이가 60센티, 날개 편 길이가 1미터30센티가 넘는 대형조류다. 이들은 가덕도신공항 건설예정지 상공을 오가며 생활한다. 가덕도신공항의 비행기 이착륙과 정확히 동선이 겹친다. 충돌사고를 피하기 어렵다.
그러나 가덕도신공항건설 전략환경영향평가서에서는 이런 내용이 없다. 형식을 갖추기 위해 이동조사는 빠트리지 않았다. 문제는 장소다. 가덕도 새를 조사대상으로 하지 않았다. 갈매기는 가덕도에서 50km 이상 떨어진 홍도에서 38마리를 잡아 위치 추적기를 달았다 한다. 가덕도에서 가장 많이 눈에 띄는 새가 큰부리까마귀다. 몸길이 56센티가 넘는 큰 새다. 이 역시 가덕도가 아니라 공항 주변지역을 벗어난 생곡에서 위치추적기를 달았다. 우리나라 환경영향평가제도가 이렇다. 물론 아무 문제 없이 이 환경영향평가서는 검증과정을 통과했다.
12. 부등침하로 사고발생 가능성이 높다
지금은 육지와 바다에 걸쳐 공항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2022년 국토부는 사전타당성 조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순수 해상 대안을 최적안으로 제시했다. 가덕수로를 지나는 선박과의 충돌과 부등침하로 인한 사고 위험이 핵심 이유였다. 활주로가 단단한 바위가 있는 육지와 미세한 점토 등으로 이루어진 연약지반에 걸쳐 건설되어 “개항 후 59년 경과 시점에 허용기준을 초과하며 부등 침하 발생 가능성이 매우 큰 전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입지”라고 했다.
부등침하로 사고위험만 커지는 게 아니다. 얼마나 많은 예산이 또 들어갈지 모른다. 국토부는 “간사이공항은 1994년부터 2016년까지 22년간 13m나 침하했고 이로 인해 추가로 들어간 유지비가 10조원을 넘어섰다”고 했다.
당시 국토부의 사전타당성 결과보고를 취재한 시사저널은 ‘국토해양부 1차관,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을 맡으며 국내외 공항 사정을 속속들이 파악한 전문가인 정창수 가톨릭 관동대학교 석좌교수의 “간사이공항 건설 당시 수심이 깊어 매립 단계부터 힘들었는데, 물살까지 세다 보니 침하와 침식이 반복되고 있다. 가덕도 신공항 부지의 조건은 간사이공항보다 더 나쁘다”, “가덕도의 여러 문제점 중에서 부등 침하 문제가 가장 우려스럽다”’는 의견을 싣고 있다.
13. 측풍과 연대봉과의 충돌위험성이 있다
김해공항을 비롯해 대부분의 공항이 남북방향이나 가덕도신공항은 동서방향으로 건설된다. 측풍은 비행기의 이착륙을 위협하는 중요 요인이다. 가덕도는 여름엔 남동풍이 나머지는 북서풍이 우세한 지역이고 바로 북쪽에 연대봉이 있다. 활주로 바로 연대봉과 이어지는 산지가 있고, 측풍 위험이 늘 존재하는 위험한 공항이다.
(이건 정말 아니다 싶은 마음에 일주일 째 자료를 뒤져가며 힘들게 여기까지 글을 썼다. 최대한 자료에 바탕에 글을 적으려 애썼으나 부족한 부분이나 보완해야 할 내용이 있다면 읽는 분들과 함께 다듬어 갔으면 좋겠다. 우선 사업의 타당성(경제성)과 안전에 대한 문제점을 짚어보았는데 이어서 자연파괴와 사회문화 분야에 대한 문제점을 제기하려 한다).
[박중록 (사)습지와새들의친구 운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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