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 기지용 원자로 개발 '착착'…"아르테미스에 한국 역할 될 수도"

이병구 기자 2024. 11. 10.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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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비행사들이 달 남극에서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상상도. NASA 제공

유인 달 탐사 미션에서 활용할 수 있는 달 기지용 원자로 개발이 국내에서 착착 진행되고 있다. 2030년대 중반에는 달에서의 전력원으로 쓸 수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 주도의 유인 달 탐사 미션인 '아르테미스'에서 한국이 구체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분야 중 하나로 달 기지 원자로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김찬수 혁신SMR기술개발본부 책임연구원은 7일 경북 경주시에 있는 한국원자력연구원 양성자과학연구단에서 진행된 '제4회 과학언론인 원자력 아카데미' 특강에서 "히트파이프, 소형모듈원자로(SMR) 기술을 통해 2030년대 중반에는 달 기지용 전력원이 공급 가능할 것"이라며 "아르테미스 프로젝트로 달에 발전용 원자로 10기를 보낸다고 하면 1~2기는 한국이 기여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라고 밝혔다. 

● 우주 원자로가 우주 개발에 중요한 이유

달과 화성 진출 등 인류의 우주 개발 계획이 현실화되면서 우주에서 사용할 에너지원으로 원자력이 주목받고 있다. 기존 화학·태양광에너지 활용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우주 탐사선에 주로 쓰이는 태양광 에너지는 태양이 가려지거나 태양과의 거리가 멀어지면 안정적으로 전력를 생산하기 어렵다. 태양광 패널도 사용하면서 금방 열화되기 때문에 수명도 최대 수년으로 짧다.

김 책임연구원은 "달에서 밤은 14일인데 14일 동안 영하 150℃에 이르는 극한 환경에서 태양광 없이 버텨야 한다"며 "이 정도면 사람도 기계도 얼어 죽는다"고 말했다. 화성의 경우 모래폭풍이 일어나면 태양광 패널이 먼지로 덮이기 때문에 패널을 청소하는 별도 시스템을 둬야 하는 등 여러 제약이 생긴다.

원자력 시스템은 극한 환경에서도 신뢰도가 높고 단위 질량당 에너지 밀도도 높다. 작은 규모로도 장기간 안정적으로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는 뜻이다.

● 방사성동위원소 발전, 핵분열 발전시스템 연구 '착착'…'아르테미스'에 활용 가능

달 기지 등 우주에서 활용할 수 있는 원자력 시스템은 원자력방사성동위원소 발전시스템(RPS), 핵분열 발전시스템(FPS), 원자력열추진(NTP), 원자력전기추진(NEP)으로 나뉜다. 이중 RPS, FPS는 국내에서도 연구가 활발하다. 

RPS는 사람이 아무런 작동을 하지 않아도 방사성 동위원소가 붕괴하면서 자연스럽게 열이 발생하는 현상을 이용한 방식이다. 극한 환경에서도 수십 년 이상 작동하며 충전, 교체가 필요 없다. 1977년 발사돼 태양계 밖으로 나간 지금도 지구와 교신하며 임무를 수행하는 탐사선 보이저 1·2호가 RPS 시스템을 쓰는 대표적인 사례다.

국내에서도 RPS 원자력전지 개발이 실증 단계에 있다. 원자력연은 7월 자체 개발한 원자력전지를 누리호 성능검증위성에 탑재해 2022년부터 지구 저궤도에서 평가하고 1년 반 동안 안정적으로 전력을 생산했다는 실험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원자력연이 개발한 전지에 실제로 방사성 동위원소가 탑재되진 않았다. 국제연합(UN) 규범에 따라 지구 저궤도에서는 방사성 물질 사용이 금지됐고 한국은 국제 협약에 따라 RPS에 활용되는 방사성동위원소를 사용하려면 미국의 승인과 수입이 필수적이다.

이같은 이유로 김 책임연구원은 한국 우주 원자력 기술 발전에는 국제협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방사성동위원소 발전시스템(RPS)의 연료인 플루토늄(Pu)-238이나 아메리슘(Am)-241 등은 미국 등에서 수입이 필요한 상황이다. 그는 "핵확산금지조약(NPT) 등이 얽혀 있어 미국과의 협력을 위해서는 미국 국무부 승인이 전제"라고 말했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이 개발한 우주용 원자력전지(왼쪽)는 누리호 성능검증위성(오른쪽)에 탑재됐다. 원자력연 제공

최근 정부가 발표한 우주개발 계획에 따르면 2032년까지 달에 착륙하는 것이 목표다. 김 책임연구원은 "한국 달 착륙선에도 원자력 전지가 들어간다는 계획이 있다"며 "동위원소 수입이 필요하기 연구자들 사이의 공감대 형성과 정부 간 협약이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최근 영국과 아메리슘-241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FPS는 핵연료의 핵분열에서 발생하는 열을 전기에너지로 변환한다. 발전용 원전과 같은 원리다. 출력은 대형 원전에 비하면 훨씬 작지만 트럭에 실을 수 있을 정도로 작게 구현할 수 있는 '히트파이프 원자로'가 주목받고 있다. 김 책임연구원은 히트파이프 원자로를 활용해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주도하는 국제 달 탐사 계획인 아르테미스 프로젝트에서 한국이 기여할 부분이 있다고 봤다. 

원자력연은 서울대, 경희대, 한국기계연구원과 함께 달기지용 히트파이프 원자로 설계·해석기술 검증 및 핵심기기 개발 사업을 2028년까지 진행 중이다.

김 책임연구원은 "한국지질자원연구원에서는 달 자원 추출,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서는 달 토목 공사, 현대자동차는 로버를 한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원자력도 우리가 할 수 있는 부분"이라며 "이미 대부분의 기술이 있기 때문에 히트파이프, 경수로식 원전 핵연료 활용 등 예산이 충분하다면 10년 안에 지상 실증 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병구 기자 2bottle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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