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원자력 규제체계 국제 기준으로 검사…"차세대 원자로도 조언 구할 것"
국내 원자력 안전규제체계를 국제원자력기구(IAEA) 주관으로 검토받는 통합규제검토서비스(IRRS)가 시행된다. IRRS 수검은 2011년에 이어 두 번째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11월 11일부터 22일까지 2주간 대전 유성구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에서 IRRS가 진행된다고 10일 밝혔다. 원안위는 현행 규제체계 수검 과정뿐 아니라 한국형 차세대 소형모듈원자로(SMR)인 스마트(SMART)나 기존 원전의 계속운전 등 현안에 대해서도 국제 전문가들의 조언을 구할 예정이다.
IRRS 수검은 의무가 아니지만 IAEA는 10년 주기로 검사를 권고한다. 이번 수검은 국내 원자력 안전규제체계와 규제 역량을 국제 기준에 따라 재점검하고 체계화하는 기회로 활용하기 위해 원안위가 2021년 5월 신청했다. 이번 수검준비단 단장을 맡은 임승철 원안위 사무처장은 "한국 원자력 규모가 커서 국제 평판 등을 감안하면 검토 필요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한국 IRRS 점검단장에는 로라 듀즈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 제2지역본부장이 지명됐다. 전세계 14개국 21명의 전문가가 점검단으로 구성됐다. 지난 5월 IAEA 점검단과 원안위 수검준비단이 서울에서 준비 회의를 열고 양측 상황을 확인하기도 했다.
IRRS 점검단은 IAEA 기준을 바탕으로 국내 원자력 안전규제체계에 대한 서류검토, 분야별 담당자 인터뷰를 진행한다. 원전, 연구로, 방사성폐기물처분시설과 방사선이용시설 현장도 직접 방문해 살펴본 뒤 검토 결과를 도출한다.
수검을 마치면 내년 2월 말까지 최종 검토보고서를 정식으로 통보한다. 원안위는 IRRS 결과로 제안된 개선 사항에 대해 이행계획을 수립하고 계획에 따라 이행할 예정이다. 이후 2~4년에 걸친 IRRS 후속 수검까지 받는 것이 관례로 알려졌다.
수검에서 제안된 IAEA의 개선 사항도 강제는 아니다. 임 사무처장은 "1차 수검에서 나온 권고사항 22개 중 1개를 제외하고 다 이행이 완료됐다"며 "원안위의 독립성과 인력을 확보하라는 권고, 기술적으로는 교육용 원자로도 품질보증 계획서 등을 제출해야 한다는 권고 등을 이행하며 체계·제도 개선 효과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원안위가 1차 수검에서 유일하게 이행하지 못한 권고사항 1개는 과징금 제도 변경이다. 원자력 규제기관은 규정을 위반한 사업자에게 벌칙으로 일정 기간 운전 정지를 명령할 수 있다. 한국 원자력안전법에는 일부 위반사항에 대해 운전 정지 대신 과징금으로 갈음할 수 있도록 되어있다. 안지현 원안위 국제협력담당관 과장은 "IAEA에는 과징금 제도가 아예 없다"며 "과징금 제도를 없애도록 권고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력회사가 여럿인 미국이나 유럽과 달리 한국은 전력회사가 단 하나뿐이기 때문에 운전 정지 명령으로만 벌칙을 부과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설명이다. 임 사무처장은 "원전을 며칠만 정지해도 여름철 전력 부족 등 공익과 충돌한다는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IAEA 입장에는 서구권 시각이 많이 들어간다"며 "우리 상황과 안 맞는 면이 있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원안위는 올해 1월 임 사무처장을 중심으로 100여 명의 전문가로 구성된 수검준비단을 꾸렸다. 이후 규제기관 책임, 원전, 방사성폐기물 처분, 피폭 등 21개 분야에 대한 자체평가 질의·답변 400여 개를 수행했다. 자체평가 결과를 바탕으로 수검준비보고서를 작성해 지난 9월 IAEA에 제출했다.
유국희 원안위원장은 "이번 IRRS는 그간 원안위가 규제체계를 향상시키기 위해 추진해 온 성과를 국제적으로 평가받는 기회"라며 "IRRS 검토 결과를 안전규제 정책에 반영해 한국 안전규제 체계를 더욱 내실화하고 원자력 안전 수준을 한 단계 더 높이는 계기로 삼겠다"고 밝혔다.
[이병구 기자 2bottle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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