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번 만났는데 결국 ‘빈 손’···상생협의체는 왜 결렬됐나 [뉴스분석]

김세훈 기자 2024. 11. 10.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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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4일 열린 배달플랫폼-입점업체 상생협의체 제10차회의에 참석한 유성훈 쿠팡이츠 본부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서성일 선임기자

약 4개월간 이어져 온 배달앱 상생협의체 논의가 지난 7일 사실상 마무리됐습니다. 최대 쟁점은 중개수수료율이었죠. 11번을 만났지만 결국 입점업체와 플랫폼 간 접점을 찾지 못했는데요. 공익위원들은 플랫폼의 수수료율 인하안이 미흡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배민과 쿠팡이츠에 11일까지 상생안을 한 차례 더 보완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서로 입장 차가 커 합의에 이를 가능성은 낮아 보입니다.

합의가 결렬되면 배달수수료 상한제 도입 수순으로 넘어갈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다만 실효성 확보까지는 가야할 길이 멀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배달수수료가 뭐길래 이렇게 합의점을 찾기 어려운 걸까요. 배달앱 상생협의체의 시작부터 끝까지 쉽게 풀어 설명드리겠습니다.

①중개수수료 ‘왜’ ‘어떻게’ 떼가나요

점주가 플랫폼에 지급하는 배달수수료는 ‘중개 비용’입니다. 통상 플랫폼들은 소비자와 판매자들이 만나는 장(場)을 만들어준 뒤 거래가 성사되면 수수료를 받습니다. 배달앱도 마찬가지인데요. 소비자들이 앱을 통해 음식을 주문하면 ‘플랫폼 이용비’ 명목으로 일정 금액을 판매자(점주)로부터 떼갑니다.

수수료 지급방식에는 크게 두 방식이 있습니다. 우선 매달 정해진 금액을 내는 정액형입니다. 과거 배달의민족이 자체배달(배민1)을 시작하기 전에 정액형 수수료 제도를 운영했습니다. 배달 건수나 액수에 상관없이 달마다 8만8000원을 내면 되는 요금제였죠. 다만 배달은 점주가 알아서 해야 했습니다. 딱 ‘플랫폼 입점료’만 받은 셈입니다.

정률형 방식도 있습니다. 플랫폼이 직접 배달을 하고 주문금액 일부를 떼가는 식입니다. 지금은 배달 3사(배민은 ‘배민1’) 모두 이 방식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수수료율은 9.7~9.8% 수준인데 음식값의 10분의 1이 배달앱에 돌아가는 셈입니다. 여기에 더해 점주들은 1900~2900원의 배달비도 추가로 부담해야 합니다.

점주들은 수수료 부담이 크게 늘었다고 호소합니다. 정률형 도입 후 최근에는 주문 건당 4000~5000원 수준을 플랫폼에 지불해야 한다는 건데요. 이 때문에 일부 점주들은 매장과 배달가격을 달리하는 ‘가격이원화’에 나서거나, 앱에서 주문할 수 있는 최소가격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배달앱 상생협의체 수수료 관련 입장 차.
② 차등수수료제가 뭔가요

수수료율을 내려달라는 점주들 목소리가 커지자 정부도 부랴부랴 상생협의체를 구성했습니다. 수수료 부담 완화를 논의하기 시작한 것이죠. 진통 끝에 배달앱들이 막판에 내놓은 카드는 ‘차등수수료제’입니다. 쉽게 말해 매출액이 적은 소상공인에게는 수수료를 낮춰주겠다는 것입니다.

배민이 제안한 차등수수료안에 따르면 매출액이 하위 20%인 업체는 수수료율 2.0% 적용합니다. 현행 수수료의 5분의 1 수준이죠. 중간그룹인 상위 30~80% 업체까지는 6.8%를, 상위 30% 내 업체에는 7.8%의 중개수수료를 적용하겠다고 합니다. 쿠팡이츠도 매출액에 따라 9.5%에서 2.0%의 수수료율을 적용하겠다고 했습니다.

차등수수료제(우대수수료제)는 카드업계에서 일반적입니다. 카드업계의 기본수수료율은 2%입니다. 그런데 매출액이 30억원 이하일 경우 1.5~0.5% 수준의 차등수수료율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현재 전체 가맹점의 약 95%가 차등수수료를 적용받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소상공인들도 그간 차등수수료제 도입을 배달앱에 요구해왔습니다.

지난 7월2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배달플랫폼-입점업체 상생협의체 출범식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문재원 기자
③왜 합의에 이르지 못했나요?

그런데 왜 상생협의체는 합의에 이르지 못했을까요? 차등수수료라는 큰 틀에서는 공감대를 이뤘지만, 세부적인 내용에서 의견이 갈렸습니다.

대표적인 게 수수료 ‘상단’을 뜻하는 최고수수료율(기본수수료)입니다. 매출액이 가장 많은 그룹에 속하는 점주들이 적용받는 수수료율이죠. 점주들은 최고수수료율이 5% 수준이 되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배민이 지난 7월 상생협의체 출범을 앞두고 기습 인상하기 전 수수료율(6.8%)보다 낮아져야 한다는 것인데요.

배달앱 매출 구조상 상위 30%에 주문이 몰리기 때문에 최고수수료율이 충분히 낮아지지 않으면 수수료율 인하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한 점주는 “앱 화면상 소비자들은 대부분 상위에 노출된 20개 업체들 중에 업체를 선택하게 된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배민과 쿠팡이츠의 최고수수료율은 7.8%, 9.5%로 입점업체들 요구에 한참 못 미칩니다. 쿠팡이츠는 인하 폭이 너무 낮고, 배민은 쿠팡이츠가 자신과 동일한 상생안을 적용해야만 상생안을 이행하겠다는 조건을 달았습니다.

배달비 추가 부담도 합의를 막는 걸림돌이 됐습니다. 배민은 기존보다 건당 최대 500원까지 배달비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쿠팡은 1900~2900원을 받던 배달비를 2900원으로 단일화하고, 상위 50% 업체에는 할증비용도 부담시키겠다고 했죠. 사실상 조삼모사인 셈인데요. 공익위원들도 “배달비·광고비 등에서 풍선효과가 우려된다”고 했습니다.

④수수료 인하를 위한 다른 방법은 없나요
배달플랫폼노동조합·라이더유니온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지난달 28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온라인플랫폼법 제정 촉구 100일 긴급공동행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참석자들은 배달앱 수수료 상한제 도입, 택배·배달노동자 과로사 및 운임 문제 해결, 네이버·카카오·쿠팡·배달의 민족의 시장지배적 기업 사전 지정 등을 촉구했다. 성동훈 기자

그렇다면 수수료 인하는 이대로 물 건너 가는 걸까요?

점주들은 배달수수료 상한제 입법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배달수수료 상한제는 말 그대로 수수료의 상한선을 법으로 정하는 것입니다. 현재 미국의 캘리포니아 등 일부 주와 캐나다 일부 주에서 시행되고 있습니다. 공정위 관계자는 지난 8일 브리핑에서 “최종 결렬시 관계부처가 제도 개선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했습니다.

야당도 수수료상한제 입법을 벼르고 있습니다. 김남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수수료 상한제를 담은 온라인플랫폼 법안을 발의했습니다.

문제는 법안의 실효성입니다. 상한제가 도입된다고 해도 점주들이 원하는 5% 수준의 상한제가 될지도 미지수입니다. 환경이 달라 직접 비교는 힘들지만 미국·캐나다 등 해외에서도 상한 수수료율은 15~20% 수준입니다.

또 배달앱이 수수료율을 낮추는 대신 배달비·광고비를 올리는 ‘꼼수’에 대한 예방책도 마련해야 합니다. 손 댈 게 많아지면 자칫 과잉 규제 논란을 부를 수 있습니다. 주관부처인 공정위 내에서는 법으로 가격(수수료율)을 규율하는 것이 공정거래법 취지와 부합하지 않을 수 있다며 부담스러워하는 분위기도 엿보입니다.

한 배달앱 상생협의체 관계자는 “플랫폼이 성의없이 논의에 참여했고, 공정위 등 부처도 수수료 인하에 충분한 의지를 보여주지 못했다”면서 “다음 수순은 수수료 상한제 도입이 되겠지만, 지금까지 보여준 것을 보면 얼마나 구체적이고 실효성 있는 안이 나올지 모르겠다”고 했습니다.

김세훈 기자 ksh3712@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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