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의 '쓸모없음'이 불러온 파국…영화 '연소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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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쓸모없는 사람이다."
영화 '연소일기'는 이런 내용의 유서가 교실 내에서 발견되면서 본격 시작된다.
요우제의 내레이션은 어린아이의 톤인 덕에 과거의 이야기가 마치 성장 영화처럼 다소 밝게 느껴지는데, 그것이 오히려 슬픔을 배가시킨다.
탁역겸 감독은 영화감독을 꿈꿨던 절친한 친구가 죽은 뒤 이 영화의 각본을 써 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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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박원희 기자 = "나는 쓸모없는 사람이다."
영화 '연소일기'는 이런 내용의 유서가 교실 내에서 발견되면서 본격 시작된다. 담임인 정 선생(노진업)은 기시감에 집 한쪽에 뒀던 일기장을 다시 꺼내게 되고 어린 시절 기억을 떠올린다.
일기의 주인은 열 살 소년 정요우제(황재락). 요우제라는 이름은 '남들보다 뛰어나다'는 뜻이다. 아이에 대한 부모의 기대가 반영된 이름이다.
하지만 요우제는 그런 기대에 어긋난다. 학업 성적이 좋지 못해 유급하고 피아노 한 곡을 완주하는 데 버거워한다.
수재에다가 연주회를 열 정도로 피아노 솜씨가 뛰어난 동생 요우쥔(하백염)과 비교되면서 요우제의 '무능력'은 더 도드라진다.
요우제는 "언젠가는 바라던 어른이 될 수 있을 거야"라고 자신을 다독이며 부모의 기대를 충족시키기 위해 노력한다.
그러나 그가 점점 깨닫게 되는 건 "아무리 노력해도 소용없다는 것", 자신의 '쓸모없음'이다.
'연소일기'는 소년의 삶과 부모의 기대가 어긋나면서 벌어지는 비극을 그렸다.
어린 시절부터 입시 경쟁에 시달리는 우리로서는 낯설지 않은 이야기다.
영화는 과거와 현재 이야기를 교차시키며 어린 시절의 기억이 남긴 상흔도 세심히 그린다. 과거의 파장은 크고 깊어 정 선생이 어른이 된 이후의 삶을 뒤흔든다.
요우제의 내레이션은 어린아이의 톤인 덕에 과거의 이야기가 마치 성장 영화처럼 다소 밝게 느껴지는데, 그것이 오히려 슬픔을 배가시킨다.
요우제 역을 맡은 황재락의 밝은 연기도 보는 이의 마음을 절절하게 하는 부분이다.
탁역겸 감독은 영화감독을 꿈꿨던 절친한 친구가 죽은 뒤 이 영화의 각본을 써 내려갔다. 그는 데뷔작인 이 영화로 중화권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금마장(金馬奬) 영화제에서 지난해 신인감독상을 받았다.
영화 속 요우제가 자신의 '비밀 기지'인 어느 건물 옥상에 올라 "이 쓰레기 같은 자식아. 정신 똑바로 차리고 명심해. 넌 꼭 홍콩대에 들어가야 해"라고 외치는 장면은 저마다의 기억을 떠올리게 할 듯하다.
13일 개봉. 95분. 15세 이상 관람가.
encounter2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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