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선하고 아름다운 것”…깨달음 있는 삶으로 가는 촌철살인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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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려 생활을 한 이광이 작가의 산문집 《행복은 발가락 사이로》는 '촌철살인의 글쓰기'가 무엇인지 보여주는 책이다.
일찍 남편을 여의고 아들을 친구 대하듯 키운 어머니부터 작가, 늦둥이 딸까지 이어지는 3대의 생활 풍경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짧은 글들을 모은 이 책은 독자들에게 자연스럽게 '삶은 선하고, 아름다운 것'이라는 지혜를 알게 해준다.
이 책을 들기에 가장 편한 이들은 작가처럼 현직을 떠난 베이비부머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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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조창완 북 칼럼니스트)
기자와 반(半) 승려 생활을 한 이광이 작가의 산문집 《행복은 발가락 사이로》는 '촌철살인의 글쓰기'가 무엇인지 보여주는 책이다. 일찍 남편을 여의고 아들을 친구 대하듯 키운 어머니부터 작가, 늦둥이 딸까지 이어지는 3대의 생활 풍경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짧은 글들을 모은 이 책은 독자들에게 자연스럽게 '삶은 선하고, 아름다운 것'이라는 지혜를 알게 해준다.
주변머리가 절반은 남아 '오할스님'으로 불린다는 '헤어 소수자' 곡절이나 명절 가사 나눔을 실천하다 전을 귀신같이 부쳐서 '전신(煎神)'이라는 별명을 얻었다는 일화는 삶 자체가 해학인 글쓴이를 상상하게 한다.
글들의 씨줄이 작가의 일상이라면 날줄은 불가의 생각들이다. 전남 해남이 고향인 작가는 어릴 때부터 아버지를 따라 대흥사를 자주 다녔고, 조계종 총무원 도법 스님 밑에서 '자성과 쇄신 결사'를 도왔다. 하지만 책 전반에 흐르는 힘은 연민이다. 바람이 들어서 버려진 무에서 피는 꽃, 복희라는 여인의 운명을 담은 쌍가락지부터 세월호를 통해 너무 일찍 떠나버린 영혼들에 대한 깊은 마음이 책을 이끌어가는 가장 큰 줄기다.
이 책을 들기에 가장 편한 이들은 작가처럼 현직을 떠난 베이비부머가 될 것 같다. 퇴직자들이 그간의 무게를 내려놓는 데 도움을 줄 인사이트가 있는 글이 많기 때문이다. 작가는 공무원 일을 핑계 삼아 5년을 어머니가 있는 고향에 머물면서 생활한다. 이야기의 상당 부분에도 그 생활에서 건져 올린 이야기가 많다. 세월호에 대한 깊은 인상은 인생 황혼기를 보내던 노모의 기록들을 더 소중하게 다룬 이유이기도 하다.
"5·18의 나의 아픔이 4·16 유가족과 다르지 않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누가 나를 끌고 나왔는지, 나는 깊은 바다에서 잠들어 있다가 숨 쉬며 올라와 유가족의 슬픔에 동참하게 되었습니다."
2021년 어머니가 작고하고 5년 만에 귀경한 작가는 물경 53만원을 들여 낡은 오디오를 고치고 즐거워한다. 그리고 그 마지막에 대한 담담한 대화들도 눈에 들어온다. 어머니와의 일화에서 이야기되는 늙어감은 결국 데이비드 구달 박사처럼 안락사를 선택하는 이들에까지 이어져 죽음을 준비하는 가벼움에 다다른다.
"인생은 한 조각의 꿈이려니, 그동안 살아온 삶이 세월 따라갔고 세월 속에 나도 따라갈 뿐이다."
현대인의 고단함을 작가 특유의 비유와 은유로 풀어낸 글을 읽다 보면 무심하게 떠나보낸 일상의 순간이 새로운 의미로 다가옴을 느끼게 될 것이다. 거기에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는 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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