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렬의 금융레이다] 신통찮은 증권사 고객자산 운용…2년 새 잔고 `반토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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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쌀해졌다.
교보증권의 신탁잔고가 10조원을 넘어선 것은 신탁팀장을 맡았던 안효진이 2015년에 고객자산운용본부장에 오른 뒤다.
투자일임 전문가가 맡았던 교보증권 고객자산운용본부의 운용재산 성격이 바뀐 것이다.
교보증권의 투자일임재산 운용 잔고는 금감원이 랩신탁 검사에 나서기 전인 2022년 6월 말까지만 하더라도 8조9316억원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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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쌀해졌다. 바닥에는 낙엽이 날리고, 나뭇가지는 앙상해졌다.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낮에는 반팔을 입었던 것 같은데, 어느새 기온이 뚝 떨어진 것이다. 하룻밤새 다른 세상이 된 것 같다. 이런 주변 풍광을 보면 '추풍낙엽(秋風落葉·가을바람 속 떨어지는 낙엽)'과 '격세지감(隔世之感·오래지 않은 동안 몰라보게 변함)'이란 말이 피부로 와 닿는다.
여의도에도 찬바람은 분다. 한국 최장수 증권사 '교보증권'에서는 5년 만에 투자일임 잔고가 추풍낙엽처럼 떨어졌다.
교보증권의 올해 상반기 말 투자일임재산 운용현황을 살펴보면 운용잔액은 총 4조109억원이다. 유동자산은 2조5973억원, 증권은 1조4135억원 등이다. 주력했던 유동자산을 세목별로 살펴보면 환매조건부채권매수(RP) 1조2445억원, 기업어음증권(CP) 9855억원, 예치금(위탁증거금) 40억원 등이다.
이런 집계는 강산이 다섯 번 바뀌는 동안 '반토막'도 안되게 줄었다. 투자일임재산 잔액은 지난 2019년 상반기 말 기준 11조1343억원에 달했다. 당시 유동성자산만 7조원 가량(6조9902억원)이었다. 구체적으로 CP 5조9952억원, RP 6393억원, 예치금 25억원 등이다. 이밖에도 일반법인 자금이 담긴 채무증권도 3조9620억원에 육박했다.
교보증권의 신탁잔고가 10조원을 넘어선 것은 신탁팀장을 맡았던 안효진이 2015년에 고객자산운용본부장에 오른 뒤다. 안효진이 본부장에 오르기 전 투자일임재산이 수 조원에 달했다면 이후에는 금전신탁 수탁고를 중심으로 전체 잔고가 빠르게 불어났다. 투자일임 전문가가 맡았던 교보증권 고객자산운용본부의 운용재산 성격이 바뀐 것이다.
그러나 안효진이 유진투자증권으로 옮기면서 교보증권 랩신탁은 점점 힘을 잃어갔다. 운용역의 맨파워를 높이 평가한 '안효진 효과'로 불렸던 상황이 빠르게 뒤집힌 것이다.
최근 5년 새 급감한 한 부분은 CP와 채무증권. 모두 기업의 사업을 움직이는 '돈줄'이다. 급격히 불어났던 계정이 직격탄을 맞았다. 이처럼 잔고가 크게 감소한 것은 드물다. 정부기금을 운용하다가 정부 차원에서 출금을 요청한 경우 잔고가 조 단위로 급감한 경우는 있지만, 최근에는 트렌드처럼 쪼그라들고 있다.
금융당국의 거침없는 칼부림에 시장이 위축된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의 랩신탁 현장검사에서, 교보증권은 첫 검사 대상이었다. 조사를 마친 금감원의 입장은 강경했다. 랩신탁 불법 영업을 '펀드런' 사태로까지 규정해 대부분 증권사와 운용역에 '몽땅 중징계'를 결정했다. 교보증권 랩신탁 역시 불법 영업 행태가 적발됐다. 조사받은 대부분 증권사들이 꼼짝없이 징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교보증권의 투자일임재산 운용 잔고는 금감원이 랩신탁 검사에 나서기 전인 2022년 6월 말까지만 하더라도 8조9316억원에 달했다. 5년 전부터 꾸준히 줄어들었고, 2년 만에 사업부서가 완전히 침체된 것이다. 시장은 당장 회복되기 어려운 초토화 상태다. 손 대면 실패하고 손 대기도 불안한 위축된 사업에 '묘수'는 있을까. 기업 고객들이 먼저 불안해하는 시장에서 겨울을 앞둔 여의도 사람들의 수심도 깊어진다. 김경렬기자 iam10@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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