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2' 연상호 감독 "문근영은 연기의 거장… 김성철은 원작 정진수 완벽하게 소화해내"[인터뷰]
"'지옥' 시리즈의 구상? 20대 시절 불행에 대한 공포에서 출발한 이야기"

[스포츠한국 신영선 기자] 독특한 발상으로 전 세계를 열광시켰던 '지옥' 시리즈가 돌아왔다. 연상호 감독은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놀라운 '지옥'이라는 세계관에 더욱 촘촘해진 스토리와 밀도 높은 관계성을 부여하며 시리즈를 더욱 두텁게 증축했다.
디스토피아 세계관의 정점을 보여주며 지난 2021년 11월 19일 공개됐던 '지옥'의 첫 번째 시즌은 2021년 골든 토마토 베스트 호러 시리즈 부문 1위에 올랐다. 또 공개 열흘 만에 1억 1천만 시청 시간을 기록하고 93여 개국에서 시리즈 TOP 10에 오르며 전 세계 시청자들과 평단의 호평을 받은 바 있다. 3년 만에 공개된 시즌2 역시 10월 25일 공개된 이후 3일 만에 1,700,000 시청 수(시청 시간을 작품의 총 러닝 타임으로 나눈 값)를 기록, 국내 TOP 10 시리즈 부문 1위는 물론 글로벌 TOP 10 시리즈(비영어) 부문 5위에 등극했다.
연상호 감독은 지난 10월 29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스포츠한국과 만나 "'지옥'은 막연한 불행에 대한 공포에서 탄생한 이야기"라고 말했다.
"지옥은 21년 전, 제가 20대 중반쯤에 구상한 이야기예요. 그때는 정말 멋도 모르고 만들었던 것 같아요. 사실 불행이라는 건 이유가 뭔지도 모르고 이런 일이 왜 일어났는지 알 수가 없으니까 불행인 거잖아요. 어린 시절에는 그런 불행이 나에게 닥칠 거 같은 불안감이 막연하게 있었어요. 집에 불이 난다던가, 돈을 못 벌면 어쩌나 하는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다 단편 애니메이션을 만들게 됐죠. 함께 각본을 완성한 최규석 작가는 저와 같은 대학을 다녔어요. 친구의 친구라는 인연으로 친해졌어요. 지금은 가장 친한 친구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사이예요.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하며 해 뜰 때까지 술 먹고 했었는데 결혼을 하고 연락이 뜸해지게 되니까 '작업을 같이 하면 자주 보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죠. 그때 지옥이나 다시 만들어보자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시작이 됐어요. 성향이 비슷하면서도 다른 면이 있는데 서로를 잘 알다 보니 아주 편하죠."

'지옥' 시즌2는 사망했던 정진수, 박정자가 부활한다는 충격적인 반전이 초반부터 등장한다. 고지와 시연, 지옥의 사자라는 미지의 생명체의 등장은 전 시즌의 설정을 그대로 잇지만 부활자들의 등장과 함께 죄를 지은 자들만이 지옥에 간다는 설정들을 단번에 비틀며 예측할 수 없는 전개로 흥미진진함을 더한다.
"정진수라는 인물이 시즌1에서는 공포를 통해 단죄의 형식을 실현하는 인물이었어요. 본인도 공포에 휩싸여 있던 인물이고 단죄라는 걸 이용해서 대중을 바꾸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있는 인물이죠. 시즌 2는 사실 그런 정진수의 소망이 이루어지는 과정이라고 생각을 해요. 그리고 박정자라는 인물은 시즌1에서는 지킬 수 없는 것을 지키려는 소신이 있는 모습이었지만 이번 시즌의 경우는 닿을 수 없는 그리움을 가지게 되죠. 박정자는 자기가 예측하지 못한 순간에 닿을 수 없는 것에 닿아버리는 순간이 마지막에 와요. 그런 부분이 의외의 순간에 자신이 있었던 지옥에서 빠져나오는 지점이라고 생각해요. 이 두 부활자의 서로 다른 지옥의 모습이 시즌2의 내용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기획을 했어요. 시즌 1에서 부활이라는 초자연적인 현상으로 엔딩을 맞고, 다시 정진수가 부활하는 장면에서 시즌2가 시작돼요. 두 캐릭터가 비슷한 면이 있는데, 이걸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예요."
시즌1에서의 지옥의 사자는 단순하게 고지를 받은 인간을 시연한다는 설정에 충실한다. 그러나 시즌2에 등장하는 이들은 외형에 변화를 주기도 하고 인간을 흡수하는 듯한 모습도 보이며 관객들에게 충격을 안긴다. 연상호 감독이 설정한 지옥의 사자들의 실체는 무엇일지 궁금증을 더하는 장면들이다.
"사실 시즌1을 촬영할 때와 회사가 좀 바뀌면서 디자인을 다시 하자는 이야기가 있었어요. 원작 만화에 좀 더 충실한 형태로 개발된 면이 있어요. 시즌1 때도 사자들의 외형이 조금씩 다른데 다 비슷하다 보니 눈치를 못 챈 거죠. 외형을 다르게 하자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변화를 좀 겪었던 것 같아요. 정진수의 사자화는 내면의 물질화라고 생각해요. 요즘 인간들이 많이 가지고 있는 혐오 같은 감정으로 추동되는 에너지들이 있을텐데, 그런 에너지가 형태가 되면 어떨까라는 생각에서 지금의 사자의 모습이 그려진 것 같아요. 하나의 모습으로 유지되지 않고 까맣게 움직이는 느낌들이 있는데 인간의 내면이 물질화 된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표현된 거죠."

시즌2에서 새롭게 등장한 인물들 중 가장 화제가 된 건 광신도적인 면모를 지닌 오지원이다. 시청자들에 누구보다 강렬한 인상을 남길 수 있었던 건 오지원을 맡아 연기한 문근영의 탄탄한 연기력이 한몫했기 때문이다. 임성재(천세형 역)과 부부로 등장한 문근영은 순진한 햇살반 선생님에서 화살촉의 리더가 되는 입체적인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했다는 평이다.
"문근영, 임성재는 연기를 엄청나게 잘하는 배우들이에요. 특히 문근영 배우는 진짜 연기의 거장이죠. 어떤 장면을 찍을 때 이렇게 하는 게 맞냐고 저에게 물어보고 맞다고 하면 정말 그렇게 연기를 해 줘요. 연기의 대가의 모습을 보여줬어요. 문근영 배우는 본인이 생각하는 부분에 대한 연기를 할 때 그 깊이가 보일 때가 있거든요. 더 많은 것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배우라고 생각해요. 두 사람의 부부 연기는 전사부터 작업을 시작했고, 초반에 등장하는 문근영 배우의 연설신은 오히려 후반부에 찍었죠. 시간 순서대로 촬영을 했어요. 둘의 감정의 밀도를 높이려고 상의를 많이 했어요. 임성재 배우가 문 앞에 쪽지를 붙이는 장면도 원래는 그냥 서 있다가 가는 장면이었는데 새롭게 아이디어를 낸 거예요."
'지옥'은 시즌1에서 정진수를 연기했던 유아인이 마약 투약 혐의 논란으로 하차하며 배우가 교체되는 진통을 겪었다. 새롭게 정진수 역할을 맡은 김성철은 영화 '댓글부대', '올빼미', '서치 아웃'과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 '몬테크리스토' 등에서 다양한 역할로 연기력을 쌓아온 뼈 굵은 배우로 시청자들의 우려를 딛고 훌륭하게 배역을 소화해 냈다.
"배우가 바뀌는 부분에 대한 시청자들의 호불호 반응은 당연히 예측을 할 수밖에 없었어요. 전 시즌에서 (유아인 배우의) 정진수 연기는 원작과는 다른 이미지였는데, 배우 본인의 아이덴티티가 많이 반영이 됐죠. 대부분의 대중들은 원작이 아닌 유아인 배우의 연기를 먼저 접했지만 사실 시즌2의 김성철 배우의 연기가 더 원작에 가까워요. 김설철 배우가 원작이 가진 더 신경질적이고 감정적인 부분을 살리고 싶다고 했고, 저는 그런 부분들을 등장 신을 실루엣부터 시작한다던가 하는 연출로 표현했죠. 연기에 대해서는 당연히 비교를 할 수밖에 없지만 뮤지컬에도 더블 캐스팅이라는 게 있잖아요. 여러 버전으로 보는 거죠. 유아인 배우는 작품의 문제보다는 개인에 대한 걱정이 많이 됐어요. 좋은 방식으로 이겨냈으면 좋겠어요. 또 그런 에너지가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스포츠한국 신영선 기자 eyoree@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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