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나인의 테크 티키타카]IPTV 셋톱의 진화...맞춤영화 추천에 운동까지

AI로 똑똑해진 'B tv' 이용해보니

권성한 SKB 미디어AIX기획팀 매니저가 'B tv 에이닷'의 콘텐츠 추천 기능을 선보이고 있다. SKB 제공

'AI 4 비전' 셋톱박스 사진. SKB 제공

서대길 SKB 디바이스개발팀 매니저가 'AI 4 비전'으로 홈트(핏데이)하고 있다. SKB 제공

권성한(왼쪽) 미디어AIX기획팀 매니저, 서대길 디바이스개발팀 매니저가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SKB 제공

"우울할 때 볼 만한 영화 추천해줘."

리모컨의 '음성검색' 버튼을 누르고 물어보니 "우울할 때 '더 스트레인저,' '완다', '죽음은 산 자의 문제'를 추천해 드릴게요. 영화를 보면서 기분전환 해볼게요"라는 답이 돌아왔다.

"'선재 업고 튀어' 리뷰 요약해줘"라며 시청 중인 드라마에 대해 요구하니 "많은 사람의 긍정적인 반응 속에 평점 3.83점을 기록했어요. 관람객들의 반응을 AI로 요약해봤어요"라고 답하며, 긍정적인 반응과 부정적인 반응을 각각 세 가지로 요약해줬다. 무료할 때 'AI 4 비전' 셋톱박스에서 두더지 게임을 선택하니 숨어있던 카메라가 나와 전신을 인식하고 움직임을 분석해 손발로 두더지를 잡는 게임이 시작됐다. '헬스' 앱에서는 움직임을 감지해 상체, 하체 운동을 할 수 있다.

◇ 영화 추천부터 이용 후기까지…LLM으로 콘텐츠 추천하는 'B tv 에이닷' = 지난 9월 SK브로드밴드가 선보인 'B tv 에이닷'과 온디바이스 AI 셋톱박스 'AI 4 vision(비전)'을 체험해보니 AI로 더 똑똑해진 하드웨어(HW)와 소프트웨어(SW)를 접할 수 있었다. 스마트폰이나 인터넷에서 이용할 수 있던 AI 비서가 IPTV에 녹아들었다. 신경망처리장치(NPU)를 탑재한 AI 셋톱박스는 사용자 경험이 완전히 달라졌다.

기존 '누구'에서 진화한 B tv 에이닷은 SK텔레콤의 생성형 AI '에이닷'을 B tv에 적용했다. 거대언어모델(LLM)을 활용해 문장 속 맥락과 의도를 인지해 원하는 영화나 드라마를 추천해주고 연속 질문이 가능하다.

가장 눈에 띄는 기능은 여러 번 대화를 주고받을 수 있는 '멀티 턴' 방식이다. 리모컨의 마이크 버튼을 눌러 "에이닷"이라고 말하거나 B tv 화면 상단 메뉴의 에이닷 아이콘을 선택해 대화를 시작할 수 있다. 우울할 때 볼 만한 영화를 추천해 달라고 한 후 바로 이어 "이 중 한국 배우가 나온 영화 추천해줘"라고 하니 "'아마존 활명수' 같은 류승룡 출연의 영화가 있습니다. 시청해 보세요"라고 답했다. 재차 "사람들의 반응은 어때?"라고 물으니 시청자들의 평가를 검색해 알려주고 줄거리 요약까지 해줬다.

담백한 한 줄 추천 이유도 보여줘 콘텐츠를 고를 때 도움이 됐다. 가령 '더 스트레인저'를 추천한 이유로 '진지한 캐릭터와 몰입도 높은 범죄 스릴러 작품'이라고 제시했다. '여행자의 필요' 영화 추천 이유로는 '홍상수와 이자벨 위페르의 조화로운 연기와 독창적 서사'라고 설명해줬다. B tv뿐 아니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와 유튜브 등도 확인할 수 있다.

B tv 에이닷 담당자인 권성한 SKB 미디어AIX기획팀 매니저는 "B tv 에이닷은 콘텐츠 추천 시 LLM 요약과 답변을 제공하고, TTS도 제공해 대화하면서 답을 해준다"며 "향후 구독상태와 B tv 가입 상태 등 개인화한 정보를 학습해 맞춤형 대화를 제공하는 '똑똑한 AI 에이전트'로 진화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SKB는 지난 8월 1200여명 이용자를 대상으로 서비스 오픈 베타테스트(OBT)를 진행했다. 그 결과 약 85%가 만족했고, 88%가 지속 사용 의향을 밝혔다. 출시 이후 약 한 달이 지난 시점에 기존 누구 대비 76%의 이용자가 B tv 에이닷을 사용하고 있다. 앞으로 커버리지를 더 넓힌다는 계획이다. 내년께 '파인튜닝(미세조정)'도 진행해 LLM을 고도화할 예정이다.

◇ '홈트' 하고 AI로 대화 소리 UP…AI 셋톱 'AI 4 비전' = 온디바이스 AI 셋톱박스인 AI 4 비전은 어두운 회색의 둥근 알약 모양으로 깔끔함이 돋보였다. 4K 화질을 지원하는 13M 픽셀 카메라를 달았다. 내장된 카메라는 이용할 때만 돌출돼 보안 우려를 줄였다. 카메라 전용 특화 서비스 6종을 기본 제공한다.

모션 게임 '액티브 아케이드'부터 운동 동작을 인식해 '홈트'를 지원하는 '핏데이', 여러 명의 게임이 가능한 '파티 파울', 동작인식 리듬 액션게임 '스타리', 구글 제공 영상통화 서비스 '구글밋' 등을 무료로 쓸 수 있다. 카메라가 여러 명의 동작을 인식해 대형 TV 화면으로 모션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점이 색달랐다. 이 기능은 특히 아이들에게 유용할 것으로 보인다.

앱 반응 속도도 빨라졌다. 기존 AI 셋톱박스 대비 중앙처리장치(CPU)는 2.7배, 저장 용량은 32GB로 4배 커졌다. 내장된 온디바이스 AI는 AI가 등장인물의 목소리를 키워주고 콘텐츠별로 다른 음량을 평준화해준다. 덕분에 시끄러운 환경에서도 등장인물 목소리가 또렷하게 잘 들렸다. 리모컨으로 '외계인' 영화를 틀고 AI 사운드를 적용하니 "위험에 대비하라", "심상치가 않네요" 등 대사가 확연히 또렷하게 들렸다.

서대길 SKB 디바이스개발팀 매니저는 "온디바이스 AI, 카메라를 적용한 모션인식 게임 등으로 경쟁사와 차별화했다"며 "시청 콘텐츠를 분석하고 장면마다 상품이나 등장인물 등을 기타 정보로 제공해 시청 환경을 더 개선할 수 있다. NPU를 통한 AI 학습과 메모리, 저장공간도 늘렸고, 이에 맞는 SW와 AI 서비스를 추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최근 넷플릭스 같은 OTT 서비스가 확산하면서 유료방송 가입자가 줄어드는 '코드커팅' 현상을 IPTV 진화로 막을 수 있을까. 권성한 매니저는 "OTT도 많고 콘텐츠도 많아 뭘 봐야 할지 모르고, 내게 맞는 콘텐츠가 뭔지 모르는 상황에서 개인 맞춤 정보를 똑똑하게 제공하면 더 경쟁력 있는 플랫폼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나인기자 silkni@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