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가 초래한 어이없는 2024년 가을 풍경[기후로운 경제생활]
■ 진행 :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 대담 : 최서윤 CBS 경제부 기자
수목한계선도 40년동안 빠르게 위로 이동 중
내장산 단풍도 관측 이후 가장 늦어, 예년 대비 11일 지각
◆ 홍종호> 다음 이슈 한번 가볼까요?
◇ 최서윤> 네 다음은요. "130년 사상 가장 늦은 첫눈, 후지산에 무슨 일이 있었나."
◆ 홍종호> 우리 얼마 전에 일본 쌀 고시히카리가 기후위기로 위협받고 있다는 소식도 전해드렸는데요. 후지산은 일본을 대표하는 명산으로 알려져 있잖아요. 일본에 보러도 많이 가시고. 지금 눈이 안 내린다는 건가요?
◇ 최서윤> 그렇습니다. 후지산, 일본에서 가장 높은 산이고 말씀하신 것처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죠. 후지산 첫눈은 일본에서 겨울을 알리는 상징적인 역할을 합니다. 그런데 기상관측 130년 사상 첫눈이 가장 늦어졌다는 보도예요. 지금까지 기록 중에 가장 늦은 첫눈이 그래도 10월 26일이었단 말이에요. 1955년, 2016년 두 차례.
◆ 홍종호> 그 얘기는 130년 동안 관측하면서 항상 11월 이전에 눈이 내렸다는 얘기네요.
◇ 최서윤> 그렇죠. 11월 넘긴 건 처음이에요. 원래 후지산이 만년설로 유명해요. 그래서 후지산 36경 그림에도 만년설이 묘사가 잘 되고 있고요. 산이 여름에는 만년설이 녹아서 푸른 녹지가 드러나고 평년에는 10월 초쯤에 눈이 내리면서 우리가 알고 있는 후지산의 36경 모습이 완성되는 겁니다. 후지산 첫눈 관측은 1894년도부터 시작을 했대요. 고후지방기상대 직원들이 맨눈으로 눈이 쌓였는지를 보는 거예요. 관설이라고 하는데, 근데 이 고후지방기상대 직원 마츠모토 모리 예보 관리관이 교도통신 인터뷰에서 말했대요. 비가 내릴 조건이 갖춰져 있는데 기온이 떨어지지를 않아서 산 정상에서 눈이 내리지 않는 상태가 이어졌다.
◆ 홍종호> 비가 언제든지 눈으로 바뀔 수 있는데 날씨가 너무 따뜻해져서 눈이 안 되고 있다는 얘기군요. 하긴 이번 여름 일본도 역대급이었잖아요. 한국도 마찬가지였지만.
◇ 최서윤> 맞습니다. 6월과 8월 사이 일본 기온이 평균보다 1.76도, 거의 2도 가까이 높았다고 해요. 이 여파가 겨울을 늦추고 있는 겁니다. 기후변화 때문에 후지산 식생도 많이 변했대요. 그래서 일본 니가타대학과 시즈오카대학 연구팀이 2021년에 발표한 내용인데, 1978년부터 2018년까지 40년간 후지산 식생 변화를 연구했더니 후지산 수목한계선이 40년 동안 빠르게 위로 이동하고 있다는 거예요.
수목한계선은 고산이나 극지에서 나무가 자랄 수 있는 경계선을 말하는데요. 고지대 생태계 변화를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예요. 근데 일반적으로 수목한계선이 변한다고 하면 지금까지는 사람들이 토지를 어떻게 쓰고, 선을 어떻게 개관하느냐에 따라서 달라졌는데요. 이제는 인간 활동이랑 상관없이 아예 산꼭대기 쪽에서 관측하는 거예요. 기후변화에 생태계가 더 많은 영향을 받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던 겁니다.
◆ 홍종호> 참 들을수록 큰일이라는 생각이 들고요. 남의 일이 아닌 게 우리나라 단풍도 늦어지고 이러다가 조금 지나면 가을 없어지는 거 아니에요?
◇ 최서윤> 그렇죠. 올해 내장산 단풍도 관측 이후 가장 늦은 시기에 물들기 시작했어요. 내장산 단풍이 지난주 10월 31일에 시작했는데요. 이게 예년에 비해서 열흘 넘게 11일 지각한 거라고 합니다. 날씨가 따뜻해졌기 때문인데요. 10월 아침 기온이 11.9도였대요. 이것도 관측 이래 가장 높은 수치라고 합니다. 단풍이 늦으면 지역 경제도 타격이 올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지금쯤이면 내장산 주차장은 단풍 구경객들로 빈자리가 없어야 됐는데 실제로 10월 하순에 내장산 탐방객 수가 6만 4800명 정도였는데요. 작년하고 비교하면 1만 8천 명 가까이 줄어든 수치라고 합니다.
◆ 홍종호> 제가 얼마전에 2030대 MZ세대를 대상으로 하는 교양 프로에 가서 인터뷰를 했어요. 근데 마지막 질문으로 '만약에 교수님의 증손주가 교수님한테 와서 할아버지 옛날에 가을이나 봄은 어땠어요? 라고 물으면 어떻게 답하겠냐' 묻는데 제가 마음이 너무 아프더라고요. 앞으로 한 4~50년, 60년 지나면 정말 세상이 우리가 느꼈던 봄과 가을의 정취를 못 느끼는 세상이 돼버리나? 그렇게 기후가 바뀌는 건가? 이런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질문이었습니다.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지금까지 CBS 최서윤 기자였습니다. 고맙습니다.
◇ 최서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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