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사 도이치 무혐의'…서울 고검, 재검토 시작했다
이강 기자 2024. 11. 10. 09:54
▲ 김건희 여사
검찰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과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를 무혐의 처분한 것이 적절했는지 서울고검이 본격적인 재검토에 들어갔습니다.
서울중앙지검에서는 4년 넘는 기간 3개 수사팀이 김 여사가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의 시세조종 범행을 알지 못했다는 결론에 이르렀는데, 심우정 검찰총장 지휘 아래 사건을 검토할 서울고검의 판단이 달라질지 주목됩니다.
오늘(10일) 법조계에 따르면 중앙지검은 지난 8일 김 여사 도이치모터스 사건 항고에 대한 의견서와 수사기록 등을 상급 검찰청인 서울고검에 송부했습니다.
고발인인 최강욱 전 의원이 제출한 항고이유서를 검토한 뒤 항고의 이유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보고 기록을 넘긴 것입니다.
고검은 조만간 사건을 형사부에 배당하고, 재수사가 필요한지 살펴볼 예정입니다.
2020년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의 지휘로 중앙지검 수사 단계에서는 총장의 지휘권이 박탈돼 있었지만, 고검으로 사건이 넘어가면서 심 총장이 직접 수사를 지휘하게 됩니다.
심 총장은 지난달 21일 국정감사에서 항고가 이뤄져 서울고검으로 넘어가면 "수사지휘권을 행사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그간 정치권에서는 윤 대통령의 검찰총장 시절 대변인을 지낸 이창수 중앙지검장이 지휘한 무혐의 처분은 공정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다는 주장이 있었는데, 고검 결론은 심 총장 지휘 아래 내려지는 만큼 논란을 어느 정도 불식할 수 있을 전망입니다.
고검의 결론을 예단하기는 어렵지만, 앞선 수사 과정을 고려하면 기존 판단이 바뀔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예측이 법조계에서는 많습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은 더불어민주당 이성윤 의원이 중앙지검장이던 2020년 4월 최 전 의원의 고발로 수사가 시작돼 4년 6개월간 총 4개 수사팀을 거쳤습니다.
강제 수사 등을 통한 증거 수집에 집중한 초기 수사를 제외하고, 2021년 12월 권 전 회장 등 일당을 구속기소하고 지난달 김 여사를 무혐의 처분할 때까지 3개 팀은 김 여사에게 주가조작 혐의를 적용하기 어렵다는 공통된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김 여사 계좌가 시세조종 범행에 이용된 것은 맞지만, 김 여사를 비롯해 자금·계좌를 제공한 초기 투자자들이 범행을 알고 있었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는 것이 일관된 판단이었습니다.
권 전 회장 일당을 재판에 넘긴 수사팀은 2022년 1심에 제출한 종합의견서에 '권오수는 주변 지인들에게는 주식 투자로 이익을 내주겠다고 하는 한편, 지인들의 계좌를 시세조종에 대한 담보 등으로 주가조작에 동원하는 등 이중플레이를 한 것으로 보인다'고 적었습니다.
그러면서 '권오수가 김건희 등 계좌주들에게 주식을 관리해 이익을 내주겠다고 했기 때문에 이들은 자신의 주식이 담보로 제공된 사실을 몰랐고, 이에 따라 당시 김건희는 이종호(블랙펄인베스트 대표)나 김 모 씨(2차 단계 주포)에게 직접 항의하지 못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습니다.
권 전 회장이 지인인 김 여사 계좌를 시세조종에 이용할 수 있도록 주포에게 제공한 것으로 보인다는 것입니다.
김 여사 소환 문제를 두고 용산과의 갈등설이 불거졌던 송경호 지검장 산하 수사팀 역시 김 여사가 시세조종을 인식하고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잠정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수사팀은 '김건희가 시세조종 행위자들의 요청으로 주식을 매도했을 가능성이 있지만, 회사 호재 등을 이유로 매도 권유를 받고 실행에 옮겼을 가능성이 있다'며 김 여사 계좌가 통정매매에 관여돼 있다는 사실만으로 시세조종을 인식했다고 추단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합니다.
또 '관련자들 사이에서 매매가 체결되더라도 곧바로 통정매매가 성립되는 것이 아니고 매매 성황 오인 유도 목적이 인정돼야 하는데 그 목적성을 인정할 수 있는 간접사실도 확인되지 않는다'고 봤다고 합니다.
아울러 김 여사에게 방조 혐의를 적용할 수 있는지도 살폈으나 공소시효가 지났을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도 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기존 수사를 토대로 한 일종의 중간 검토이기는 하나 최종 무혐의 처분한 현 수사팀과 사실상 같은 판단을 내린 것입니다.
현 수사팀은 김 여사 명의 6개 증권계좌에 대해 혐의 유무를 따져본 뒤 김 여사가 어렴풋하게나마 권 전 회장의 시세조종 사실을 알고서 계좌를 제공했다고 인정할 뚜렷한 자료가 없다고 보고 지난달 무혐의 처분했습니다.
2020년 이후 도이치 수사가 진행될 무렵 2차 주포 김 씨의 통화 녹음에서 '사건 당시 김 여사가 시세조종 사실을 알지 못했고 권 전 회장 범행에 활용된 계좌주 중 1인이었을 뿐'이라는 취지의 대화가 확인되는 점, 상장사 대표인 권 전 회장을 믿고 초창기부터 지속해 투자한 것으로 보이는 점, 주식 관련 전문성이 부족한 일반투자자에 불과한 점 등이 근거가 됐습니다.
2심에서 방조 혐의가 유죄로 인정된 '전주'(錢主) 손 모 씨의 경우 전문 투자자이자 "형님이 도이치 조금만 잡아주세요" 등 주포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 속 시세조종 사실을 인식한 점이 명확히 드러나 김 여사와 다르다고 봤습니다.
따라서 손 씨보다는 권 전 회장 범행에 이용당한 초기 투자자들과의 유사성에 주목해야 한다는 게 검찰 판단입니다.
이른바 '7초 매매' 등 권 전 회장 사건 1·2심이 통정매매로 인정한 거래와 관계자 진술이 엇갈리는 지점도 일부 있지만, 주범 권 씨가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 데다 그간의 증거만으로 김 여사 기소를 강행하기에는 공소 유지를 맡는 검찰 입장서 쉽지 않았을 것이란 분석이 나옵니다.
한편 고발인 최 전 의원은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김 여사가 2018년 언론 인터뷰에서 '재산은 1990년대 후반 IT 붐이 일었을 때 주식으로 번 돈이 밑천이 됐고, 사업체를 운영하며 불렸다'는 취지로 언급한 점에 미뤄 주식거래에 기본적 지식이 있었다는 주장입니다.
또 김 여사가 "매도할 때 손해인지 이익인지, 이익이 났다면 얼마의 이익을 거뒀는지를 확인하는 성향의 투자자인데 시세조종을 인지하지 않았다면 주문할 수 없는, 손해가 확실한 거래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강 기자 leekang@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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