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풍향계] 고비 넘느냐, 막히느냐…역대 정권 반환점 풍경은
반환점은 레이스 경기에서 선수들이 돌아오는 지점을 뜻합니다.
이 지점에서 어떤 선수는 선두 자리를 놓치지 않기 위해 스퍼트를 내고, 어떤 선수는 체력 조절을 못해 뒤로 밀려나는데요.
임기 반환점을 지나는 역대 정권의 모습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취임 초 허니문이 끝나고 국내외 곳곳에서 돌발 변수가 터지는 가운데, 역대 정권은 임기 반환점을 '전환점'으로 만들기 위해 절치부심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취임 후 최저 지지율, 김건희 여사 관련 논란 등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반환점을 돌고 있습니다.
후반기 정국 돌파구를 열기 위해 대국민 담화와 기자회견을 택한 윤대통령, 임기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며 국민들 앞에 고개를 숙였습니다.
<윤석열 / 대통령(지난 7일)> "국민들 보시기에는 부족함이 많았을 것입니다. 저는 27년 5월 9일 제 임기를 마치는 그날까지 모든 힘을 쏟아 일을 하겠습니다."
정치권 반응은 극명히 엇갈렸습니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윤 대통령의 약속에 대해 "민심에 맞는 수준으로 속도감 있는 실천이 중요하다"고 반응했고, 지난 대선 맞상대였던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뭘 사과했는지 모르겠다는 국민들이 많다"고 박한 평가를 내놨습니다.
김 여사 특검법을 둘러싼 여야 신경전도 더욱 거칠어졌습니다.
<박찬대 /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지난 8일)> "김건희 특검을 반드시 해야 하는 당위성과 명분을 더욱 확고하게 만들었습니다."
<추경호 / 국민의힘 원내대표(지난 8일)> "대통령 사과의 진정성은 국민들께서 평가하실 것입니다. 하지만 민주당은 다른 사람의 사과에 대해 논할 자격이 없습니다."
역대 다른 대통령들도 집권 후반부로 향하는 길목에서 기자회견을 비롯한 대국민 메시지를 통해 국정 운영의 반전을 꾀했는데요, 과거 사례들도 살펴보겠습니다.
2017년 5월 취임한 문재인 전 대통령은 '촛불 민심'을 등에 업고, 출범 초기부터 높은 지지율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2019년 11월 임기 반환점을 맞은 무렵,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을 놓고 정국이 분열됐고 지소미아 종료 문제로 한일 관계도 얼어붙었습니다.
문 전 대통령은 이듬해 초 기자회견을 열고 이러한 현안들에 대한 입장을 내놨는데, 대통령으로 전력을 다한 뒤 자연인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소망을 밝힌 것이 회자되기도 했습니다.
<문재인 / 전 대통령(지난 2020년 1월 14일 신년 회견)> "대통령 끝나고 나면 그냥 잊혀진 사람으로 그렇게 돌아가고 싶고요."
박근혜 정권은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 '메르스 감염병'으로 내수가 침체되고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임기 반환점을 맞았습니다.
2016년 총선을 몇달 앞두고, 당시 집권여당이었던 새누리당 안에서는 '진박 감별'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습니다.
<박근혜 / 전 대통령(2015년 11월 10일 국무회의)> "앞으로 그렇게 국민을 위해서 진실한 사람들만이 선택받을 수 있도록 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이후 2016년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이 터지며, 결국 박 전 대통령은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며 탄핵으로 물러나야 했습니다.
소속 진영과 이념을 떠나 역대 정권 모두 임기 전환점에서 대부분 고비를 피하지 못했습니다.
임기 중반 이명박 전 대통령은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 노무현 전 대통령은 부동산 가격 폭등, 김대중 전 대통령은 진승현 게이트로 각각 홍역을 치렀습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임기 반환점에서 터진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로 민심이 크게 악화되자 대국민 사과까지 했습니다.
정권 초 '허니문 효과'가 사라진 탓일까요, 아니면 우연일 뿐일까요.
역대 정권 모두 임기 반환점에서 이런저런 권력의 부침을 겪어야 했습니다.
창업보다 수성이 어렵다는 격언처럼, 국민들의 지지를 받아 권력을 창출하는 일도 어렵지만, 국민들의 기대에 끝까지 부응하는 일도 정말 쉽지 않은 중요한 과제란 생각이 듭니다.
지금까지 여의도풍향계였습니다. (eg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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