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당선됐는데 왜 금융주가 오를까?[경제뭔데]

김지혜 기자 2024. 11. 1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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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경제부 기자들이 쓰는 [경제뭔데] 코너입니다. 한 주간 일어난 경제 관련 뉴스를 쉽고 재미있게 풀어서 전해드립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후보가 재선하면서 ‘트럼프 2기’에 관한 경제 전망과 관측이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트럼프 수혜주’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는데요. 1기 트럼프 행정부 시절, 높은 이익 성장을 거뒀던 미국 금융주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면서 국내 금융주도 수혜를 입을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미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에서 개최된 선거 유세에서 파안대소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실제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이 확실해진 지난 6일 국내 금융주들의 주가가 일제히 급등해 KRX 은행지수는 전날 대비 2.14% 상승 마감했습니다.

트럼프가 금융주와 어떤 관련이 있기에 그럴까요? 이유를 짚어보겠습니다.

‘볼커 룰이 그랬듯...’ 금융 규제 완화 기대

트럼프와 금융주의 관계는 생각보다 긴밀합니다. 안소은 KB증권 연구원은 “2016년 트럼프 당선 직후부터 임기 동안 높은 성과와 위상을 유지한 업종은 금융뿐”이라면서 “트럼프 당선 직후 시장이 기대했던 것처럼 실제로 이익 성장 기대가 유의미하게 상향 조정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왜 그럴까요?

첫째로 트럼프 행정부의 금융 규제 완화 기조 때문입니다. 1기 트럼프 행정부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2010년 도입했던 볼커 룰 규제를 완화했습니다. 볼커 룰은 2008년 금융위기의 원인이 된 은행들의 고수익·고위험 투자를 제한하는 것을 골자로 합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19년 볼커 룰이 너무 복잡하다는 등의 이유로 규제를 완화하기로 결정한 바 있죠.

지난 7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의 모니터에 이날 거래를 마친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 원·달러 거래가가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당시 볼커 룰 완화는 미국에서 ‘금융주의 시대’를 열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하인환 KB증권 연구원은 “볼커 룰 규제 완화 방안이 승인된 직후부터 미국 금융주 주가가 반등했다”면서 “2010년 미국 금융주의 언더퍼폼(기대 이하 성과)에 종지부를 찍은 것이 2019년 볼커 룰 완화였다”고 분석합니다.

시장은 2기 트럼프 행정부에서도 비슷한 행보가 이어질 것이라 예상합니다. 상원 다수를 차지한 공화당이 소비자금융보호국(CFPB) 국장을 새로 임명한다면, 향후 몇 년간 대형 금융지주 규제가 줄어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투자증권은 최근 리포트에서 “최대 8개 규제 기관의 수장이 교체되는 등 상당한 규제 리더십 변화가 있을 수 있다”고 예상했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무장관 후보로 언급한 바 있는 제이미 다이먼이 이끄는 미국의 대표적인 은행 JP모건체이스는 대선 직후 주가가 11.54% 상승하며 급등세를 보이기도 했죠.

그렇다면 미국의 규제 완화가 국내 금융주까지 여파가 미칠까요? 김동원 KB증권 리서치본부장은 “미국의 금융 규제 완화 트렌드는 한국에도 간접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최근 국정감사에서 금산분리 등 규제 완화를 추진·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는데, 미국의 정책 전환이 이 같은 흐름에 속도를 더해줄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높은 금리가 계속된다면…

지난 7일(현지시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지난 9월의 ‘빅컷’에 이어 또다시 기준금리 인하를 결정했습니다. 기존 4.75~5%에서 4.5~4.75%로 0.25%포인트 내리며 금리인하 기조를 이어가기로 한 것입니다. 이 때문에 ‘트럼프 트레이드’로 전날 급등했던 미국 은행주가 다시 하락하는 양상을 보였죠. 기준금리가 떨어지면 예대금리차 축소 압력도 커지기 때문입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지난 9월 워싱턴 DC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4년 반 만의 기준금리 인하 방침을 설명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하지만 전문가들은 트럼프의 재집권이 인플레이션을 불러 일으켜 추가적인 금리 인하가 늦어질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습니다. 트럼프가 공약한 관세 폭탄, 조세 감면, 불법 이민자 추방 등 모두 물가 상승의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죠. 트럼프 당선 직후 원·달러 환율 1400원을 돌파하며 치솟았던 것도, 트럼프 공약이 실현된다면 미국 금리가 상승해 달러가치가 상승할 것이란 예측 때문이에요.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높은 수준의 금리가 지속된다면 금융회사의 순이익이 증대하기 때문에, 국내외 금융주에겐 ‘호재’라는 해석이 나옵니다.

다만 금리 외에 다른 요인들이 한국 금융주에 장기적으로는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백두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당선 초기에는 시장금리가 상승하면서 순이자마진(NIM) 개선 요인으로 작용한다”면서도 “이후 보호무역주의 강화로 한국의 수출 및 설비투자가 위축되면서 자산건전성 악화 요인으로 작용이 예상된다”고 설명합니다.

김지혜 기자 kim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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