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팅 앱서 만난 '여의도 증권맨' 알고보니···'코인 사기꾼'

소개팅 앱으로 만난 여성에게 자신을 여의도 증권맨 출신이라는 등 재력가 행세를 하며 상대 여성에게 수억원을 뜯은 40대가 중형을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춘천재판부 형사1부(민지현 부장판사)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사기 혐의로 기소된 ㄱ(41)씨에게 징역 6년을 선고했다고 10일 밝혔다.

ㄱ씨는 2021년 5월 소개팅 앱을 통해 만난 ㄴ씨로부터 2022년 1월까지 5억340만원을 뜯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여의도에서 증권사에 다니다가 퇴직해 현재는 투자자들로부터 투자금을 받아 주식, 코인 투자를 하는 프리랜서"라거나 "아버지는 두부 공장 사업을 크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의 말과는 달리 ㄱ씨는 증권사를 다닌 적이 없었다. 과거 배달업을 했고, 아버지 역시 두부 공장 사장이 아니라 직원이었다.

이미 2억원에 가까운 빚을 지고 있던 ㄱ씨는 ㄴ씨로부터 총 112회에 걸쳐 뜯은 돈을 불법 코인 거래와 도박에 탕진했다.

2022년 2월 ㄴ씨와 헤어진 뒤에는 그해 6월 술자리에서 알게 된 ㄷ씨에게 접근해 비슷한 수법으로 5억2천500만원을 뜯었다.

ㄱ씨는 두 여성을 상대로 벌인 사기 행각으로 1심에서 각각 징역 4년과 3년을 선고받았다.

ㄱ씨의 두 사기 사건을 합쳐서 다시 살핀 항소심 재판부는 "피해자들과의 인적 신뢰 관계를 이용해 10억원이 넘는 돈을 뜯어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며 "이미 사기 범죄로 여러 차례 형사처벌을 받은 적이 있음에도 재범하는 등 성행 개선을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지적했다.

다만 ㄱ씨가 범행 과정에서 피해자들에게 돈을 일부 지급한 사정 등을 참작해 형량을 징역 총 7년에서 6년으로 소폭 감경했다.

강홍민 기자 kh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