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은 뒤 살살? 박정민은 일관성 있어요"…정성일의 '전,란'[EN:터뷰]
"톤 낮게 하려고 호흡도 낮추니 당 떨어져"
"천영 보면서 나도 모르게 웃더라"
"설레면 말 못해…현장서 연극배우 보면 의지된다"
넷플릭스 영화 '전,란'에서 해무 액션을 찍는 도중 배우 박정민의 검을 맞아 정성일이 '헉' 소리를 낸 일화는 유명하다.
어찌나 소리가 컸던지 강동원은 "성일 형이 두 동강 나는 줄 알았다"고 농담할 정도였다.
다행히 갑옷을 입은 덕에 크게 아프지는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기자가 물었다. 위험(?)한 장면 이후 박정민이 액션 촬영할 때 힘을 뺐느냐고. 정성일의 답에 웃음이 터져 나왔다.
"정민이는 일관성 있는 아이예요."
최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정성일은 "정민이 칼이 크고 진짜 무거웠다"며 "정민이가 쓰는 검술이 이렇게 돌리는 식이었다. 가다가 멈출 수 없다 보니 누군가 맞거나 땅에 (검이) 꽂혀야 끝나는 그런 검술이었다"고 떠올렸다.
이어 "아프지는 않았다. 다만 소리가 너무 크니까 소리에 놀라서 저도 뒤로 물러나게 됐다"며 "그 장면이 영화에 나오더라. 많이 웃기도 하고 재미있었다"고 웃었다.
앞서 강동원이 순간 몰입도 높은 박정민의 연기를 조심하라고 귀띔했단다. 실제로 현장에서 보니 박정민의 눈이 달라졌다고.
정성일은 "그걸 보면서 괜히 박정민이라는 배우가 있는 게 아니라고 생각했다"며 "갑옷이 정말 무거웠는데 그때만큼은 고맙더라"고 덧붙였다.
"톤 낮게 하려고 호흡도 낮추니 당 떨어져"
정성일이 연기한 작품 속 겐신은 왜군 가운데 가장 뛰어난 검술을 지닌 사무라이다. 양손 검술을 하는데다가 한 손에는 중조류라는 짧은 칼을 쓴다.
그는 과거 영화 '쌍화점'에서 액션 연기를 연습하며 기본기를 익혔기에 이번 작품에서 액션 연기를 무리 없이 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정성일은 "그때 약 30명 가까이 되는 친구들이 영화 끝날 때까지 액션스쿨에서 1년 정도 훈련했었다. 몸이 기억하더라"며 "매일 아침에 사람이 모이면 팀을 짜고 훈련했다. 몸에 벨 수밖에 없었다"고 떠올렸다.
이어 "승마를 배울 때도 엉덩이가 까져서 기저귀 차고 했다"며 "그렇게 2주 동안 배우니 두 손 놓고 달릴 수 있게 되더라"고 웃었다.
다만, 일본어를 구사하기 위해 큰 노력이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히라가나부터 배우면서 지금은 쓰지 않는 고어까지 사용해야 했다"며 "겐신의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현장에 계신 일본어 선생님께 자문을 많이 구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왜군 사무라이나 귀족들 목소리 톤은 매우 낮았다고 하더라"며 "톤을 더 낮게 하면서 (상대방에게도) 들려야 하니 호흡을 계속 내렸다. (그러다 보니) 당이 빨리 떨어졌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현장에 계신 일본어 선생님도 이 어려움을 알더라"며 "모든 배우가 이 연기를 할 때는 당이 빨리 떨어지니 포도당을 준비해 (제게) 건네줬다"고 덧붙였다.
"천영 보면서 나도 모르게 웃더라"
정성일은 작품 속에서 자신도 모르는 표정이 나왔다고 털어놨다. 왜란이 벌어지고 7년 후에 천영(강동원)을 다시 만나는 장면이다.
그는 "긴 전쟁을 통해 사람을 죽이는 일에 무감각해진 겐신의 감정을 표현하려고 노력했다"면서도, "천영을 만나자 제가 웃음을 보이더라"고 떠올렸다.
이어 "저도 몰랐다. 3번 정도 작품을 봤을 때 제가 그 장면에서만 웃는다는 걸 알았다"며 다시 무인으로 돌아왔을 때 느낌이었던 것 같다. 강동원이 잘생겨서 그랬나"고 농담했다.
그물에 갇히는 장면에 대해선 "허술해 보이는데 막상 갇히니 꼼짝도 못 하겠더라"며 "내가 무인이 맞나 싶을 정도로 초라해지더라. 저뿐 아니라 동원이도, 신록이도 갇혀봤는데 다들 움직이지 못했다"고 웃었다.
자연스레 동료 배우들과의 호흡도 전했다. 정성일은 "누구 하나 못난 사람이 없었다. 강동원은 너무 사람 같은 사람이라 허물없이 친해졌다"며 "지방 촬영할 때 맛있는 것도 함께 먹고 함께 골프도 쳤다"고 말했다.
이어 "박정민은 '나는 자연인이다' 같은 느낌이다. 연기할 때와 안 할 때가 완전히 다르다"며 "연기를 안 하면 그냥 동네 청년이다. 거부감이 들지 않는 특이한 매력을 가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김상만 감독과의 일화도 전했다. 그는 "다재다능하신 분"이라며 "처음에 만났을 때 밴드 공연을 앞두고 보라색 머리를 하고 계셨다"고 떠올렸다.
이어 "현장에서 봤을 때 화면 모서리 끝에 있는 것까지 신경 쓰더라"며 "작은 모니터 안에서도 하나하나 다 집어내시고 부족한 걸 채우신다"고 감탄했다.
겐신의 마지막 장면도 김상만 감독이 직접 그림을 그려줬다고 한다. 그는 "명확한 그림을 주시니까 배우 입장에서는 더 명확하게 뭔가를 표현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 "감독님이 웃으면서 '힘들지'라고 물어볼 때 '힘들다'고 답하면, '그래 힘드니까 1번 더 가자'는 스타일"이라며 "귀여우신데 집요하시다"고 웃으며 말했다.
"설레면 말 못 하는 성격…현장에서 연극배우 보면 의지된다"
그는 박찬욱 감독에 대해서도 얘기했다. 정성일은 "사실 저한테는 박찬욱 감독님과 함께 GV를 했다는 것만 해도 너무 기분 좋은 일"이라고 떠올렸다.
다만 막상 만나면 피하기 바빴다고 웃었다. 그는 "약간 설레면 말을 잘 못하는 성격"이라며 "뵈면 너무 수줍어서 인사하고 도망가는, 약간 좀 멀리 떨어져서 이렇게 훔쳐보는 스타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간단한 술자리에서도 뭘 물어보시면, 제가 뭐라고 대답했는지 기억도 못 한다"고 웃었다.
그는 끝으로 김신록, 진선규 등 연극 무대에서 활약했던 배우들이 최근 주목받는 부분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신록, 성규 형, 혜란 누나, 정은 누나 등 그들의 공연을 다 봤거든요. 자기가 해왔던 역량을 잘 펼치고 있는 사람들을 현장에서 만나면 너무 힘이 되죠. 대학로 연극배우들이 인정하는 그들은 당연히 주목받았어야 할 사람들이었어요."
이어 "내가 봐오고 동경하고 친밀감이 있는 사람들을 현장에서 만나면 힘이 되고 의지가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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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정재림 기자 yoongbi@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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