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레이더] "신입생 충원 안 되니"…지방대학 폐과 결정 잇따라
"위기 극복하자" 인기 학과·융합 전공 도입 등 자구책도 마련
(전국종합=연합뉴스) 학령 인구 감소 여파로 신입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는 지방 대학을 중심으로 학과 폐지 결정이 잇따르고 있다.
갑작스러운 폐과 소식에 재학생들의 반발이 뒤따르는 가운데 위기를 맞은 대학들은 수요가 많은 새로운 학과를 개설하거나 융합 전공을 도입하는 등 생존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급감하는 학령인구에 발등에 불 떨어진 대학들
10일 통계청의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올해 우리나라 학령인구(6∼21세)는 총인구의 13.8%인 714만7천명이다.
학령인구는 1984년 1천384만7천명(총인구의 34.3%)에서 꾸준히 줄어 2060년에는 377만명(총인구의 8.9%)에 불과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4월 기준 대학·대학원 등 고등교육기관 재적 학생 수는 300만7천242명으로 10년 전 대비 약 18% 감소했다. 전국 대학교·대학원은 422개인데 이는 10년 전보다 9개교 감소한 것이다.
학령인구 감소로 '신입생 모시기'가 점점 어려워지자 발등에 불이 떨어진 대학들은 학과 구조조정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울산대는 2024학년도 수시·정시 모집에서 관현악 전공과 철학·상담학과의 신입생을 선발하지 않았다.
최근 몇 년간 신입생 수를 토대로 충원율이 낮은 두 학과에 대한 신입생 모집을 중단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신입생 모집 미달과 학생 수 감소로 경영난을 겪는 전문대학 신안산대는 지난해 기계학과, 실내디자인학과, 산업디자인학과 등 5개 학과의 문을 닫았다.
이들 학과의 교수 29명 등 교직원 55명은 명예퇴직을 했다.
부산대는 사범대학 소속인 불어교육과와 독어교육과를 단계적으로 폐과할 예정이며, 경인여대는 경영학과, 아동보육학과, 토탈뷰티학과를 없앴다.
부산대 관계자는 "학령인구가 계속 감소하고 인공지능(AI) 시대로 접어들면서 언어환경도 변화했기 때문에 학문 단위 구조조정 차원에서 2개 학과를 폐지하기로 했다"며 "인문대에 불어불문학과와 독어독문학과가 있으니, 교직 이수 등 두 학과 계열의 교사가 되고 싶은 학생들을 위한 길은 열려있다"고 설명했다.
재학생·교수들 폐과에 소송 등 반발…아예 폐교하는 곳도
명지대는 지난 4월 세계 유일의 바둑학과(1997년 개설) 폐과를 결정했다. 학교 측은 경영 악화와 바둑 인구 감소 등을 그 이유로 들었다.
교수와 재학생들은 가처분 신청을 내는 등 법적 소송을 불사하며 이를 저지하려 했으나 항고심에서 패소했다.
대구대는 2025학년도 학칙 개정을 통해 사회학과, 법학부, 전자전기공학부(정보통신공학전공), AI(인공지능)학과 등 6개 학과의 신입생을 모집하지 않기로 했다.
1979년 설립된 사회학과의 폐과 결정에 재학생들은 "당황스럽다"며 반발의 목소리를 냈다.
사회학과 학생·교수들은 지난 7일부터 이틀간 사회학과의 가치를 재조명하는 시간을 갖자는 취지로 추모 형식의 학술제 '메모리얼 파티'를 열었다.
신입생 모집난에 재정 악화까지 겹쳐 학교 자체가 문을 닫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태백에 소재한 사립 전문대 강원관광대는 지난 2월 자진 폐교를 결정했다.
전문대가 자진 폐교한 것은 2018년 2월 경산의 대구미래대 이후 두 번째다.
폐교 인가에 따라 강원관광대 재적생에 대해서는 충북 강동대, 강릉영동대 등으로의 특별 편입학 절차가 진행됐다.
강원도립대와 춘천교대는 강원대와의 통합 희망 의사를 밝혀 현재 관련 논의가 진행 중이다.
수요 높은 학과 신설에 학과 통폐합 등 시도
위기에 직면한 대학들은 선호도가 높은 학과를 신설하거나 일부 학과를 통폐합해 융합학과로 개편하는 등 돌파구를 찾고 있다.
전북 익산에 위치한 원광대학교는 지난해 응급구조학과와 철도 시스템공학부, 게임콘텐츠학과를 신설해 첫 신입생을 뽑았다.
경인여대는 치위생학과, 반려동물산업학과 등을 신설하기로 하고 현재 신입생을 모집 중이다.
전북대는 방위사업청과 협력해 방위산업 융합 전공 학부를 만들고 국방사업관리자 자격증 관련 과목을 개설하기로 했다.
인하대는 전기공학과, 전자공학과, 정보통신공학과를 전기전자공학부로 합쳤으며 영어영문학과와 프랑스언어문화학과를 영미유럽인문융합학부로 개편했다.
이 학교 관계자는 "학생들에게 전공 선택의 자율성을 보장하고 첨단 신산업 분야에서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일부 학과를 개편했다"고 말했다.
국립 인천대는 내년부터 융합자유전공대학을 신설한다.
단과대학 성격의 융합자유전공대학 신입생은 추후 사범대학과 예술체육대학 등 15개 학과를 제외하고 전공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신안산대는 동물보건학과, 제과·제빵학과 등 비교적 모집률이 높았던 학과의 모집 정원을 늘렸다.
신안산대 관계자는 "몇몇 학과의 신입생 모집을 중단하거나 정원을 늘리는 방식으로 조정해 종전 1천500명이었던 입학 정원을 1천50명으로 줄인 상황"이라며 "개편 이후 학교의 재정 건전성이 높아져 당분간 현행 체제를 유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강태현 나보배 김용태 김솔 이강일 손현규 오수희 천경환 기자)
kw@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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