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TSMC, 보조금 축소 가능성에 비상 애리조나 반도체 프로젝트에 찬물 우려 트럼프 “대만이 미국 반도체 산업 잠식” 반도체 지원 중단? 트럼프 재검토 예고
바이든 행정부는 2022년 이른바 ‘반도체지원법(CHIPS)’을 제정합니다. CHIPS 법안의 공식 명칭은 ‘Creating Helpful Incentives to Produce Semiconductors for America Act’입니다. 번역하면 ‘반도체 생산 촉진을 위한 인센티브 조성 법안’입니다. 해당 법은 2022년 8월 조 바이든 대통령이 서명했는데요. 미국에서 반도체 제조 시설을 건설·확장·현대화하는 기업에 자금을 지원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무려 520억 달러에 달하는 연방 예산이 투입됩니다. 미국 내 반도체 제조 강화를 위해 특정 자격 조건을 충족하는 프로젝트에 대해 선별 지원하는데요. 최소 3억 달러 이상 자본 투자를 하는 프로젝트가 대상입니다. 대표적으로 삼성전자, 인텔, TSMC, 마이크론, 글로벌파운드리스가 혜택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상황이 돌변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칩스법의 운명, 그리고 대대적으로 투자를 예고한 비 미국 기업들은 어떻게 될까요.
공급망 충격에 시동건 리쇼어링 정책
코로나 이후 미국은 반도체 기업의 ‘리쇼어링(Reshoring)’ 정책을 추진합니다. 공급망이 마비되면서 반도체 부족에 시달렸는데요. 대표적으로 미국 자동차 기업은 반도체 부족에 제때 차를 생산하지 못했습니다. 정작 설계 기술을 갖고 있고, 장비를 생산하는 미국에서 반도체 부족을 경험하자 여론이 들끓었습니다. 백악관은 당시 “미국에서 제조된 반도체는 전 세계 총량의 약 12%에 불과하며, 30년 전 37%에서 크게 감소했다”고 주장합니다. 칩스 법은 이런 여론 때문에 제정됩니다. 연방 정부의 통 큰 지원에 힘입어 2030년까지 완성될 미국내 반도체 프로젝트의 총 가치만 2230억~2600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발표된 프로젝트 규모만 1390억달러, 진행된 프로젝트는 440억달러, 공사 중인 프로젝트는 400억~800억 달러로 추정됩니다. 이에 따른 보조금 규모도 다릅니다. 인텔이 85억 달러, 인텔이 66억 달러, 삼성전자가 64억 달러 상당의 지원금을 받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트럼프는 후보자 시절부터 이런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을 맹비난했습니다. 특히 표적은 대만 기업 TSMC에 맞춰져 있었습니다. TSMC는 비상이 걸렸습니다. 바이든 행정부는 TSMC가 미국에 반도체 공장을 짓는 조건으로 66억 달러에 달하는 보조금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는데, 트럼프가 이에 제동을 걸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올 6월 “대만이 미국의 반도체 산업을 빼앗아 갔다”며 “미국이 대만처럼 엄청난 부를 가진 나라에 수십억 달러를 주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습니다. 당시 트럼프의 발언으로 TSMC 주가는 하락했고, TSMC는 불만을 터뜨린 바 있습니다. 현재 TSMC는 피닉스에 3개의 반도체 공장을 짓고 있는데요.
문제는 트럼프가 대만에 대해 더 많은 요구를 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트럼프는 올 7월 블룸버그·비즈니스위크와 인터뷰에서 “미국 반도체 산업의 거의 100%를 대만이 가져갔다”면서 “미국은 보험회사와 다를 바 없다. 대만은 미국에 방위비를 내야 한다”라고 주장했습니다. 현재 미국과 대만 간에는 방위 조약이 체결돼 있지 않습니다. 다만 대만과의 관계를 규정한 미국의 국내법에 따라 대만을 방위하고 있을 뿐입니다.
트럼프 “보조금 왜주나” 칩스법 운명은...
트럼프는 사실상 비용을 청구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입니다. 트럼프의 이러한 발언에 각 주는 비상입니다. 마크 켈리 상원의원은 “트럼프가 그동안의 노력을 무산시키고 있다”면서 “애리조나 주 경제에 큰 타격을 줄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현재 35개 이상의 반도체 기업이 애리조나로 이전하려고 하는데 찬물을 뿌린 것이라는 비판입니다.
현재 관심은 트럼프가 보조금 정책을 철수하냐 안 하냐 여부입니다. 반도체지원법이 사실상 트럼프 정부때 부터 추진된 것을 고려할 때, 뒤엎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미국 악시오스는 트럼프 정부가 590억 달러라는 파이를 줄일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는 지금까지 에너지 정책 에 대해 주로 화석 연료 산업을 장려하고 환경 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식으로 발언을 했습니다. 또 재생 가능 에너지에 대해 “비싸고 비효율적”이라고 비판하며, 특히 풍력 에너지 개발을 중단하겠다고 하기도 했습니다. 때문에 미국 반도체 업계에서는 트럼프가 반도체 지원 대상에 에너지 기업을 넣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있습니다. 반도체는 막대한 에너지를 소비하기 때문에, 에너지 업종 역시 반도체 지원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논리입니다.
최악의 경우는 무역 보복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습니다. 실제로 트럼프는 앞서 “단 10센트도 내놓지 않아도 됐다. 일련의 관세로 그렇게 할 수 있었다. 내 말은 매우 높은 관세를 부과해 그들이 와서 반도체 기업을 공짜로 설립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관세를 부과해 기업 스스로 미국에 와서 건설하도록 하겠다는 메시지입니다. 반도체는 한·미 자유무역협정에 따라 관세 면제되지만 국가안보를 이유로 무역 확장법 232조, 불공정 무역 관행을 이유로 301조를 적용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미국이 생각해 보지 못한 문제점들
TSMC는 미국에서 가장 큰 외국인 직접 투자자 중 하나입니다. 애리조나에 두 번째 공장을 건설하고자 400억 달러를 추가 투자하겠다고 했습니다. 삼성전자는 현재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에 총 170억 달러를 투자해 4나노 공정 파운드리 공장을 건설 중입니다. 논란이 커지자 TSMC는 성명을 통해 “미국에서 팹을 확장하기로 한 결정은 소비자 수요에 따른 것”이며 “투자를 계속해 미국과 전 세계의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또 인텔은 “칩스법은 양당의 강력한 지지를 받은 법”이라며 “최첨단 칩을 설계하고 제조하는 유일한 미국 기업”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미국 정부가 놓치는 것이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20년 이상 대규모 팹 건설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미국에서는 팹을 건축하는 특수 프로젝트에 대한 노하우가 적습니다.
그만큼 관련 인력을 채용하기도 어렵습니다. 더군다나 수많은 프로젝트가 한꺼번에 가동되면서 병목 현상마저 나타나고 있습니다. 맥킨지는 “팹이 완공돼 문을 열면 운영에 필요한 기술 직원들을 채용해야 하는데 어려움이 따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일반적으로 반도체를 만들려면, 5개국 이상의 협조가 필요합니다. 반도체 제조 공정은 일반적으로 원자재 조달에서부터, 웨이퍼 제조, 칩 제조, 어셈블리 및 테스트, 그리고 최종 제품까지 다양한 단계를 거쳐야합니다. 가치 사슬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닙니다. 미국의 인건비는 다른 많은 반도체 제조 국가들보다 상대적으로 높은데다, 미국내 환경 규제는 강도가 높고, 반도체 제조에 필요한 원자재와 중간 제품은 주로 아시아에서 생산되고 있습니다. 칩스법이 살아 있더라도 미국에서 제대로 된 반도체를 생산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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