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했던 예멘 의사 '프랭클린 조'···"돈 좀 보내줘" 80대女 '15억' 뜯겼다

본인을 예멘 의사라고 소개하며 연락
각종 이유 대며 "돈 보내 달라"
1년 간 15억원 갈취

출처=실화탐사대 유튜브

[서울경제]

부동산 자산만 100억 원대 이상이라는 80대 여성이 연애를 빙자한 사기 범행(로맨스 스캠)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피해자는 1년 간 15억 원에 달하는 금액을 범인에게 송금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7일 방영된 MBC '실화탐사대'에서는 '82세 엄마의 위험한 끝사랑'이라는 부제로 로맨스 스캠 피해자 A씨(82·여)와 관련한 내용이 다뤄졌다. A씨 아들은 "우리 어머니를 살려달라"며 해당 방송에 제보했다.

A씨는 부동산 투자 등에 일찍 성공해 상가 건물 등을 여러 채 보유한 자산가다. 그런 A씨의 스맨스 스캠 피해가 확인된 것은 지난해 3~4월쯤. 아들이 은행으로부터 "어머니가 보이스피싱을 당한 것 같다"는 전화를 받은 것이다. 경찰이 관련 조사 도중 어느 대포통장에서 A씨의 입금 내용을 확인한 것이다. 그러나 A씨는 "사기를 당한 게 아니라 친구에게 돈을 보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A씨가 밝힌 그 친구는 SNS를 통해 알게 된 50대 예멘 의사라는 '프랭클린 조'였다. 잘생긴 얼굴과 탄탄한 몸매를 자랑하는 그는 “너는 나의 천사”라고 하며 꽃 사진 등을 보내 A씨의 환심을 샀다. 그러던 중 조는 A씨에게 "돈 상자를 적대국 정권에서 습득했다. 한국에 보내려 하는데, 수수료가 필요하다"며 3000만원을 빌려달라고 부탁했다. A씨는 그의 말을 믿고 돈을 보냈다. 그렇게 A씨가 1년 간 송금한 돈은 15억 원에 이르렀다.

알고보니 조가 보낸 사진 속 인물은 튀르키예의 유명한 의사로 파악됐다. 유부남이라는 그는 방송에 "이런 일에 연루되고 싶지 않다"며 도용 피해를 호소했다.

A씨는 15억 원대에 이르는 재산 피해를 봤지만, 경찰 수사는 지지부진한 상황이라고 아들은 주장했다.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방지 및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통신사기피해환급법)에 의해 보이스피싱 피해자는 사기범의 통장에 대해 ‘계좌 지급 정지’를 신청할 수 있지만 로맨스스캠 범죄에 대한 피해자 구제 관련 법안은 전무한 실정이다.

한편 국가정보원이 추정한 로맨스스캠 피해액은 최근 4년간 2020년 3억 7,000만 원에서 2023년 55억 1,000만 원으로 15배 가량 증가했다. 로맨스스캠 범죄 특성상 신고율이 낮아 암수범죄(暗數犯罪, 범죄의 공식 통계상에 잡히지 않는 숨겨진 범죄)가 많을 것으로 예측된다.

박윤선 기자 sepy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