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노믹스 2기] ④ 금·달러 투자 열풍…가상자산도 '불장'
트럼프 당선에 비트코인부터 도지코인까지 거래량 급증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한지훈 민선희 기자 = 미국 대선을 앞두고 대표적인 안전 자산인 금과 달러화 투자에 시중 자금이 대거 몰렸던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을 통한 실물 금 투자 판매액과 골드뱅킹 잔액은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고, 달러 예금과 원/달러 환전 수요도 눈에 띄게 늘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의 극적인 당선 직후에는 비트코인을 위시한 가상자산 거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등 '머니 무브' 조짐도 감지됐다.
5대 은행 골드바·골드예금 판매 나란히 최대
최근 금 가격이 사상 최고로 오르면서 금 투자가 큰 인기를 끌었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달 골드바 판매액은 259억원에 달해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종전 최대는 지난 8월의 208억원이었다.
한국거래소 금 시장에서 1kg짜리 금 현물은 지난달 23일 1g당 13만50원으로 사상 처음 13만원을 돌파했다. 지난 8일 종가는 12만1천220원이었다.
골드뱅킹에도 돈이 몰렸다.
KB국민·신한·우리은행(하나·NH농협은행은 미판매)의 지난달 골드뱅킹 잔액은 7천773억원으로 역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골드뱅킹은 은행 예금의 일종으로, 계좌에 돈을 넣어두면 국제 금 시세에 따라 잔액이 불거나 줄어드는 투자 상품이다.
다만, 이런 금 투자 열풍은 이달 들어 다소 진정되는 흐름이다.
실제 5대 은행의 골드바 판매액은 이달 들어 7일까지 34억원에 그쳤다.
골드뱅킹 잔액도 7일 기준 7천613억원으로 전월 말보다 160억원 줄었다. 지난 5월부터 매달 잔액이 증가하다가 6개월 만에 감소세로 전환했다.
시장에선 미 대선을 변곡점으로 금 투자 매력이 줄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성진 KB국민은행 강남스타PB센터 부센터장은 "트럼프 행정부 경제 정책이 달러 가치를 높이면 금 시세 하락의 원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롤러코스터 탄 환율에 달러 예금·환전 수요 늘어
최근 원/달러 환율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달러화 투자도 활황이었다.
5대 은행의 달러 예금 잔액은 지난 9월 말 638억9천600만달러로, 2023년 1월 말(680억5천200만달러) 이후 1년 8개월 만에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이후 지난달 말 603억2천200만달러로 잔액이 줄었다.
지난 9월 말 1,300원대 초반까지 내렸던 환율이 10월 말 1,390원대로 가파르게 반등하자 투자자들이 고점 매도를 노리고 예금에서 돈을 인출한 것으로 보인다.
환전 규모도 비슷한 흐름을 나타냈다.
지난달 5대 은행의 달러 매수, 즉 고객 입장에선 달러화를 원화로 환전한 금액은 2억2천900만달러로 집계됐다. 지난해 10월(2억7천만달러) 이후 1년 만의 최대 규모였다.
이와 반대로 지난달 5대 은행의 달러 매도(원화→달러화)는 2억7천600만달러로, 지난해 4월(2억5천200만달러) 이후 1년 6개월 만에 최소 규모를 기록했다.
그만큼 갖고 있던 달러를 원화로 환전한 투자자가 늘고, 원화를 달러로 바꾼 투자자는 줄었다는 뜻이다.
미국 대선 이후로는 원/달러 환율이 심리적 마지노선인 1,400원대까지 치솟으면서 환 투자에 대한 관심이 한층 높아진 분위기다.
투자자들이 환율 추가 상승을 염두에 두고 거듭 달러를 사들일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박형중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 당선인의 공약이 정책에 반영된다면 환율은 1,400원을 상회할 것"이라며 "내년 평균 환율이 올해보다 낮지 않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당선에 3배 넘게 뛴 코인 거래량
대표적 트럼프 수혜 자산으로 꼽히는 가상자산은 미 대선 이후 크게 주목받고 있다.
미 가상자산 거래소 코인베이스에 따르면 비트코인 가격은 선거 직전엔 개당 6만7천달러대로 떨어졌다가 최근 7만7천달러를 넘으며 기록을 경신했다.
국내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인 업비트를 통한 비트코인 일 거래량은 지난 6일 1만7천174개로 전날(4천786개)보다 259% 급증했다.
같은 날 대표적인 알트코인인 이더리움과 솔라나 거래량도 6만7천606개, 157만6천416개로 전날보다 각각 265%, 269% 증가했다.
도지코인 거래량 역시 283% 늘어난 84억615만1천246개에 달해 눈길을 끌었다. 도지코인은 트럼프 당선인을 공개 지지한 테슬라 최고경영자 일론 머스크가 띄웠던 '밈 코인'이다.
이들 코인은 미 대선 결과가 윤곽을 드러내던 시점부터 거래가 크게 늘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 대선 유세 과정에서 "미국을 가상자산의 수도로 만들겠다", "비트코인을 전략자산으로 비축하겠다" 등 파격적인 발언을 내놨다.
장기적으로 가상자산 관련 규제가 대폭 완화되고, 막대한 시중 자금이 가상자산 시장으로 흘러 들어갈 수 있다고 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윤창배 업비트 투자자보호센터 연구원은 "금융 규제 완화 기조가 나타난다면 기존 금융회사의 가상자산 위험 노출 확대나 신사업 진출 등 전통적인 금융과 코인 시장 간의 유기적 연결 고리가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시장 여건 전반이 개선되는 상황으로 보인다"며 "트럼프 당선 후 재료 소멸로 가격이 하락할 줄 알았으나 그렇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hanj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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