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베팅 성공한 머스크, 인간 닮은 로봇 대중화도 이끄나 [딥테크 트렌드]
자연스럽게 걷고 계란도 옮겨
2026년 대량 생산·판매 목표
보스턴다이내믹스 등 경쟁 치열
일자리 상실 등 인간 대체 대비해야
"법적·사회적 제도 마련 필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전폭적으로 지지한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하며 로봇·자율주행·우주 등 머스크의 신사업에 탄력이 붙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머스크가 새 정부의 미국 정부효율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규제를 제거하고 트럼프도 산업 진흥을 지원할 것이라는 가능성이 점쳐진다. 테슬라의 시가총액도 8일(현지시간) 1조 311억 달러(약 1443조 원)을 기록하며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2040년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인간처럼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는 ‘휴머노이드 로봇’이 세상에 100억 대 존재할 것이라는 머스크의 전망이 실현될지 주목된다.
머스크는 지난달 28일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린 미래투자이니셔티브(FII)에서 화상 대담자로 나와 “2040년에는 휴머노이드가 100억 개가 넘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16년 뒤에는 휴머노이드 로봇이 대중화되어 인간보다 많을 것이라는 예축이다.
머스크가 힘을 쏟는 휴머노이드 로봇은 인간을 닮은 로봇이다. 테슬라의 휴머노이드 로봇도 진화하고 있다. 2021년 휴머노이드 로봇을 개발하겠다고 밝힌 뒤 2022년 옵티머스 시제품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2023년 9월 성능이 한층 향상된 옵티머스를 선보였다. 로봇은 테이블 위에 있는 블록을 색깔별로 구분하거나 한 발로 무게 중심을 잡으며 요가하는 듯한 동작을 했다. 같은 해 12월 공개한 로봇은 이전 모델 대비 더 빠르고 안정적으로 걸었다. 또 다섯 손가락도 부드럽게 움직였다. 세밀한 동작까지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머스크는 휴머노이드 로봇이 생산력을 폭발적으로 향상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로봇이 공장 제조라인에 투입되어 생산에 기여할 것으로 예측하는 것이다. 저출산고령화 시대에 부족한 노동력도 보완할 수 있다. 인간이 하지 못하는 위험한 일도 대신할 것으로 전망된다. 머스크는 2022년 '테슬라 AI 데이’에서 "로봇이 풍요로운 미래, 빈곤이 없는 미래를 만들 것"이라며 “우리가 알고 있는 문명의 근본적인 변화”라고 말했다. 머스크는 “옵티머스가 경제적 산출량을 100배 향상할 잠재력이 있다”고 전했다.
머스크는 로봇을 가정에서도 활용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인간의 가사 노동을 대신할 수 있다는 것이다. 머스크는 휴머노이드 로봇이 잔디를 깎고, 저녁 식사 후 주방을 청소하고 아이들을 돌보는 역할까지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테슬라는 2024년 1월에는 로봇이 옷을 개는 모습이 담은 영상도 공개했다. 그는 “AI와 로봇들은 당신이 원하는 어떠한 물건이나 서비스라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머스크는 내년 1000대 이상의 로봇을 테슬라 공장에 투입할 계획이다. 실제 산업 환경에서 휴머노이드 로봇 성능을 시험한 뒤 문제를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2026년에는 대량 생산해 판매할 예정이다.
다만 테슬라의 휴머노이드 로봇 성능이 아직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달 10일(현지시간) 머스크는 로봇이 바텐더 복장을 하고 행사 참가자들에게 음료를 서빙하는 모습 등을 보여줬는데 사람이 로봇 일부를 원격 조종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개발 경쟁도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피규어 AI에도 시선이 쏠리고 있다. 2022년 테슬라와 보스턴다이내믹스 출신 개발자가 설립한 스타트업인 피규어AI는 챗GPT 개발사 오픈AI와 손을 잡고 휴머노이드 로봇을 개발하고 있다. 올해 초 아마존 창업자인 제프 베이조스와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MS), 오픈AI 등에서 6억 7500만달러(약 9400억 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며 주목받았다. 피규어 AI는 지난 3월 인간과 대화가 가능하며 사람처럼 작업을 수행하는 ‘피규어 01’을 공개했다. 지난 8월에는 진화한 모델인 ‘피규어 02’도 선보였다. 이 로봇은 BMW 그룹의 미국 스파르탄버그 공장에서 차체 제작 공정에 투입돼 차체용 금속 부품들을 설비 내 정위치로 옮기는 역할을 수행하기도 했다.
현대차(005380) 계열사 보스턴다이내믹스가 2족 보행이 가능한 로봇 '아틀라스’를 개발하고 있다. 보스턴다이내믹스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신형 휴머노이드 ‘올 뉴 아틀라스’의 작업 영상을 공개했다. 이 로봇은 기존 아틀라스 모델 대비 정밀한 제어가 가능하며 향후 AI를 활용해 더 넓은 동작을 구현할 수 있다. 보스턴다이내믹스는 최근 아틀라스 고도화를 위해 일본 도요타리서치연구소의 거대행동모델(LBM) 학습 관련 전문지식을 활용하기로 했다. 미국 애질리티 로보틱스, 앱트로닉 등도 휴머노이드 로봇을 개발하고 있다.
네이버도 주목받고 있다. 올해 6월 미국 모건스탠리는 테슬라의 휴머노이드 관련 투자 리포트에서 네이버를 전 세계 대표적 '휴머노이드 기술 제공자(Humanoid Enabler)'로 꼽았다. 다만 네이버의 자회사 네이버랩스는 양팔 로봇 ‘엠비덱스’와 자율주행 서비스 로봇 ‘루키’를 선보였지만 사람 형태의 로봇은 아직 내놓지 않았다. 삼성전자(005930)가 지분 14.8%를 보유한 레인보우로보틱스도 휴먼노이드 로봇을 개발하고 있다.
중국도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중국 정부에서 힘을 실어주고 있다. 중국 공업정보화부(MIIT)는 지난해 11월 내년까지 휴머노이드 로봇을 대량 생산하고 2027년 세계 최고 수준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공개했다. 중국 로보틱스 스타트업 애지봇의 창업자 펑지후이는 지난 8월 온라인 론칭 행사를 통해 휴머노이드 로봇 5종을 선보였다. 두 발로 걷는 모델인 '위안정 A2'는 문자·음성·영상 정보를 이해할 수 있다. 바늘에 실을 꿰는 것과 같은 정교한 임무도 수행할 수 있다. 정부에서도 육성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중국 유비테크, 유니트리로보틱스, 푸리에인텔리전스, 샤오미 등도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휴머노이드 로봇이 대중화된 사회를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휴머노이드 로봇이 인간의 노동을 보완하는 것을 넘어 대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은 보고서를 통해 “휴머노이드를 우리 사회에 도입하기 위해 필요한 법적·사회적·윤리적 제도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휴머노이드가 상업적 용도로 보급이 확산할 경우, 저숙련 일자리를 빼앗겨서 노동자의 반발과 사회적 저항에 직면할 가능성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휴머노이드가 미래 일반 가정에도 보급된다면, 사생활 침해, 개인정보 유출, 안전사고・오작동 시 법적 책임 등 다양한 문제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
김성태 기자 kim@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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