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토크<상>] 한미 차남 임종훈 "신동국 말 자주 바꿔…소통 어렵다" 맹비난

이중삼 2024. 11. 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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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훈 대표 "경영권 뺏기지 않을 것"…임시주총 승리 자신
3자 연합 "오너경영 폐해…핵심 없는 '맹탕' 기자회견"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이사가 지난 7일 서울 영등포구 글래드 여의도 호텔에서 열린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한미그룹 밸류업 및 중장기 성장전략 기자회견'에 참석하고 있다. /서예원 기자

경제는 먹고사는 일과 관련된 분야입니다. 한 나라의 경제가 발전하면 국민의 삶의 질이 높아지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이지요. [비즈토크]는 갈수록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경제 분야를 취재하는 기자들이 모여 한 주간 흥미로운 취재 뒷이야기들을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해 만든 코너입니다. 우리 경제 이면에서 벌어지고 있는 다양한 사건들을 들여다보기 위해 현장을 누비고 있는 <더팩트> 성강현·박용환·박병립·최승진·박은평·장병문·허주열·황원영·문은혜·이성락·김태환·황준익·이한림·이중삼·오승혁·최의종·이선영·우지수·이라진·서다빈 기자가 나섰습니다. 지난 한 주 동안 미처 기사에 담지 못한 경제계 취재 뒷이야기를 지금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더팩트|정리=이중삼 기자] 기나긴 폭염 끝에 가을이 오는가 싶더니 어느덧 겨울이 성큼 다가왔습니다. 급격히 쌀쌀해진 날씨에 겨울 외투를 걸친 사람들도 쉽게 찾아볼 수 있을 정도입니다. 부쩍 추워진 날씨를 대변하듯 이번 주 경제계에서는 냉랭한 소식들이 이어졌습니다.

먼저 '집안싸움'을 벌이고 있는 한미약품그룹 관련 소식입니다. 약 10개월 간 경영권 분쟁을 이어오고 있는 상황에서 오는 28일 열리는 임시주주총회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이날 열리는 임시주총은 이사회 인원을 10명에서 11명으로 늘리는 정관 변경 안건과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임주현 한미사이언스 부회장 2인의 이사 선임 안건 등이 표결로 결론이 납니다. 임시주총 결과에 따라 향후 경영권 분쟁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산업계에서는 트럼프 재집권으로 한국 자동차·철강업계가 먹구름이 드리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트럼프가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고 있어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에 관세를 부과하는 무역 보호주의를 펼칠 것으로 관측되기 때문입니다. 한국 전체 자동차 수출에서 미국의 비중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관세가 부과되면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철강업계도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지난 트럼프 1기 시절 한국산 철강 제품에 대해 25% 관세를 부과했던 전례가 있기 때문입니다.

끝으로 금융권에서는 한국은행의 금리 추가 인하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한은은 올해 마지막 금융통화위원회를 앞두고 있는데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지난 9월 '빅컷'(기준금리 0.50%포인트 인하)에 이어 0.25%포인트 추가 인하를 단행하면서 한은도 오는 28일 금리를 추가 인하할 지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다만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으로 섣불리 금리 안하에 나서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옵니다.

◆ 장남 없이 홀로 기자간담회 등판한 임종훈…3자연합 '독재경영' 비판

-오는 28일 한미사이언스 임시주주총회가 예정된 가운데,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가 지난 7일 서울 여의도 글래드 호텔에서 기자들과 만났습니다. 임종훈 대표가 언론 앞에 선 것은 약 9개월만인데요.

-그렇습니다. 임종훈 대표는 지난 3월 정기주주총회를 앞둔 시점에 형인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와 기자간담회를 진행한 바 있습니다. 임종훈 대표는 이번에도 비슷한 시점에 기자들과 만났는데요, 임 대표는 다가오는 임시주총 결과를 자신하며 그룹의 경영권을 뺏기지 않고 현행체제가 계속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습니다. 또한, 4년간 8150억원을 투자해 2028년까지 매출 2조3267억원을 달성하고 그룹이익을 1조원대로 키울 것이라는 청사진도 제시했습니다.

-임종훈 대표와 '원팀'을 형성한 장남 임종윤 사내이사는 참석하지 않은 건가요.

-네, 이날 현장에는 임종훈 대표를 비롯해 노용갑 한미사이언스 부회장, 우기석 온라인팜 대표이사 등 한미그룹 주요 임직원만이 참석했습니다. 임종훈 대표는 이날 임종윤 사내이사를 '형님'이라 칭하며 형제간의 변함없는 신뢰를 드러냈는데요.

임종훈 대표는 "형님이 일부러 안 나온 게 아니라 이 자리는 한미사이언스와 관련된 일이기 때문에 임원분들과 계열사 대표님들과 함께 온 것"이라며 "관련된 사항은 모두 형님의 지지를 받고 있으며, 앞으로 형님의 위치에 대해서는 차차 논의해보고 결정되면 말씀드리겠다"라고 전했습니다.

-형제 측의 사이는 지난 3월 정기주총과 다를 바가 없어 보이네요. 3월 정기주총 때와 달라진 게 있다면 형제 편을 들었던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이 지난 7월 돌연 모녀(송영숙 한미사이언스 회장·임주현 한미사이언스 부회장) 측의 손을 잡았다는 점인데요. 이날 임종훈 대표는 신동국 회장 행보에 대해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고 하는데 사실인가요.

-네 그렇습니다. 임종훈 대표는 신동국 회장을 '제3자', '외부 세력'이라고 칭했는데요. 임종훈 대표는 "한미약품그룹의 경영권은 제3자나 기타 세력들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것이 아닌 지난 3월 주총에서 주주들의 선택을 받은 저를 중심으로 현행 체제가 유지될 것"이라며 "편을 갈라 앞잡이 역할을 하고 사익을 취하는 무리는 모두 곧 회사를 떠나야 한다"고 신동국 회장을 비판했습니다.

임종훈 대표는 신동국 회장의 행동을 '이간질'이라고 꼬집기도 했습니다. 임종훈 대표는 "이번 상속세와 관련해서 어려워할 때 외부 세력이 이간질을 했다"고 주장했는데요. 또, 3월 정기주총 이후 신동국 회장과 소통한적이 있냐는 기자의 질문에 임종훈 대표는 "OCI 통합 불발 이후에 신동국 회장의 생각을 많이 듣기도 했다. 다만, 말씀이 자주 바뀌셔서 심각한 이야기를 하기에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형제 측과 3자연합 측은 오는 28일 열리는 한미사이언스 임시주총에서 이사회 정원 확대 등을 놓고 표대결을 벌일 예정이다. /이새롬 기자

-갈등이 길어지면서 감정의 골도 깊어진 상태로 보이네요. 이번 임시주총 역시 치열한 표 대결이 예상되는데요. 현재 한미사이언스 지분 구조는 어떻게 이뤄져 있나요.

-현재 한미사이언스의 지분은 3자연합(신동국 회장·송영숙 회장·임주현 부회장) 측 33.78%, 임종훈 대표 측 25.6%, 가현문화재단·임성기재단 8.09%, 국민연금 5.89%, 친인척 3.1% 순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오는 28일 열리는 한미사이언스 임시주총은 이사회 구성원 수를 10명에서 11명으로 늘리는 정관 변경 안건과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임주현 한미사이언스 부회장 2인의 이사 선임 안건을 두고 표대결을 벌일 예정인데요. 정관 변경의 경우 상법상 주총 특별결의 요건이기 때문에 출석 의결권의 66.7%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양측 입장에서는 한 표 한 표가 아쉽고 소중할 텐데요.

-네 맞습니다. 양측 모두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표 확보가 중요한 상황입니다. 임종훈 대표는 그룹 내 재단들이 임시주총에서 공정하고 중립적인 의결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습니다.

임종훈 대표는 "가현문화재단과 임성기재단은 공정하고 중립적인 의결권 행사를 해야 한다"며 "양 재단은 그룹 내 각 계열사들의 기부금을 통해 운영되고 있는 만큼, 한쪽 편을 드는 판단은 이치에 맞지 않다"고 주장했는데요. 그러면서 "만일 재단들이 편파적인 판단을 할 경우,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재단 본래의 설립 취지와 목적에 맞게 운영되도록 할 것"이라며 경고카드를 꺼냈습니다.

3자연합 측에서도 움직임을 보였는데요. 신동국 회장이 돌연 한양에스앤씨(S&C)와 가현 대표이사직에서 사임했습니다. 신동국 회장의 이 같은 행보는 국민연금의 찬성표를 얻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됩니다. 지난 6월 열린 한미약품 임시주총 당시 국민연금은 신동국 회장의 기타비상무이사 선임에 반대한 바 있습니다. 국민연금은 "신동국 회장이 과도하게 겸임을 하고 있어 이사의 충실 의무를 수행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는데요. 신동국 회장이 임시주총을 앞두고 국민연금의 반대 요인을 사전에 제거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임종훈 대표의 기자간담회, 현장 반응은 어땠나요.

-아쉽다는 의견이 다수였습니다. 임종훈 대표가 구체적인 설명이 필요한 질문에서는 애매한 답변만을 내놓았기 때문인데요. 기자들이 8000억원에 달하는 투자 재원 마련 방법에 대해 묻자 김영호 한미사이언스 경영지원상무와 임종훈 대표는 "외부 투자를 고려하고 있다", "FI(재무적 투자자)나 SI(전략적 투자자) 등과 논의를 진행중이다" 는 등 두루뭉술한 얘기만 반복했습니다. 주주들이 우려하고 있는 상속세, 오버행(잠재적 매도물량) 문제 역시 뚜렷한 해법을 들을 수 없었습니다.

-아쉬움이 남는 기자간담회였군요. 간담회가 종료되고 3자연합이 곧장 반박에 나섰다면서요.

-네. 3자연합은 곧바로 입장문을 내고 독재경영을 공식적으로 선포한 자리로 보여 매우 유감스럽다는 입장을 전했습니다. 3자 연합은 "정작 주주가 가장 궁금해하는 8000억원 대규모 자금 조달 방식에 대해서 아무런 답을 하지 못했다"며 "10%의 지분을 가졌을 뿐인 대주주로서의 한계를 인정하고, 욕심을 내려놓으라"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경영권 방어에 초조함을 드러내며 '한미그룹의 공익재단에 모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압박하겠다'고 언급한 내용에 대해선 "과연 지주회사 대표이사로서 할 수 잇는 발언인지조차 경악하게 되는 대목"이라고 평가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3자연합은 김영호 상무가 송영숙 회장이 해당 중장기 전략을 미리 알고 있었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서도 불쾌함을 드러냈는데요. 3자연합은 "김 상무가 기억하는 해당 이사회 당일, 송 회장에게 불손한 태도를 보여 모인 이사들에게 질책받았던 일을 상기하라"며 "송 회장이 당시 중장기 전략 자료를 달라고 공식 요청했지만, 지금 이 시간까지도 아무런 회신이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하>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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