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보도 뉴스프리즘] 일본은 70세까지 일한다는데…정년연장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오프닝: 정영빈 기자]
안녕하십니까 정영빈입니다.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지속 가능한 사회를 모색하는 뉴스프리즘 시작합니다. 이번주 뉴스프리즘이 풀어갈 이슈, 함께 보시겠습니다.
[영상구성]
[정영빈 기자] '낀세대'라는 말 들어보셨습니까? 주로 1960년대에 태어난 베이비부머들로, 위로는 80~90대 부모들을 아래로는 20~30대 자녀들을 동시에 부양한다고 해서 '낀세대'라고 불리는데요, 숫자도 적지 않습니다. 지난 8월 기준 임금 근로자 수를 보면 50대가 493만 명, 60세 이상은 403만 명으로 모두 합치면 900만 명에 육박합니다. 전체 임금 근로자의 무려 40%를 차지하는 규모입니다. <좌 백 이미지> 그런데 부모와 자식을 동시에 부양하느라 정작 자신의 노후는 제대로 대비하지 못한 '낀세대'의 정년 퇴직이 눈앞에 다가오면서 사회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정년 연장과 관련한 논의가 활발해지는 이유이기도 한데요, 변화의 움직임은 공직사회에서부터 시작되고 있습니다. 행정안전부가 전국의 정부 부처 청사에서 환경미화와 시설관리 등을 맡고 있는 소속 공무직들의 정년을 단계적으로 65세까지 늘리기로 했는데, 그 뒤를 이어서 지방자치단체 중에서는 대구시가 처음으로 공무직들의 정년을 65세까지 연장하기로 했습니다. 먼저 정지훈 기자가 보도합니다.
[행안부 이어 대구시도 65세로 정년 연장...다른 지역 확산하나 / 정지훈 기자]
[기자] 대구시의 정년 연장 논의 시작은 다자녀가구 공무직 직원의 '계속 고용'이었습니다.
다자녀를 키운 직원에 대한 사회적 보상 의미로, 정년 퇴직 이후 두 자녀 가정은 1년, 세 자녀 이상은 2년을 기간제 재고용 형태로 근무할 수 있게 했습니다.
대구시는 출생율 저하에 따른 인구감소, 고령화 사회 진입 등 인구 구조 변화 대응을 위해 보다 근본적인 대책 마련에 집중했습니다.
<안중곤 / 대구시 행정국장> 사회가 고령화됨에 따라서 이 문제를 제도적으로 풀 수 있는 그런 선제적인 조치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입니다.
<기자> 결혼 연령이 높아지면서 자녀 교육을 마무리지 하지 못한 상태로 정년 퇴직 연령을 맞는 60년대 생은 노령의 부모까지 돌봄 책임을 지는 세대, 이른바 '낀세대'로 불리고 있습니다.
연금 수령시기까지 공백기를 생각하면 경제적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대구시는 조례로 정년 연장이 가능한 공무직 직원들의 정년을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65세까지 연장키로 했습니다.
공무직은 기관에 직접 고용돼 업무를 수행하는 직원들로 근로기간을 정하지 않은, 무기계약직을 말합니다 청원경찰과 행정 콜센터, 구내식당 등 시 본청과 산하 사업소에서 다양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신향숙 / 대구시 120 달구벌 콜센터 주무관> (직원들에게) 동기 부여도 되고 또 업무에 있어서 좀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마음가짐이 달라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조금 사기진작도 되었고…
타 지자체에서도 정년 연장 논의가 진행 중입니다. 경남도와 전북도는 노사 협의 등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했고, 광주 등 일부 지자체에서도 대구시 사례를 연구하거나 내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임금 문제와 근로환경 등 다양한 문제에 대해 보다 다각적인 논의가 필요하단 지적도 나옵니다.
<신유정 / 전주시의원> 청년 일자리나 연금 문제나 이런 게 많기 때문에 전국에서 공무원, 시민사회, 국회, 학계 등 좀 각계각층의 의견을 들을 수 있는 공론의 장들이 형성되어야 하지 않을까…
지역별로 차이는 있지만 지자체에서부터 시작된 정년 연장 논의는 점차 확대될 것으로 보입니다.
연합뉴스TV 정지훈입니다.
#대구시 #공무직 #정년연장
[정영빈 기자] 60세 정년의 벽을 무너뜨리는 기업들도 점차 늘고 있습니다. 저출생으로 노동인력 자체가 줄고 있는데다, 오랜 기간 숙련된 노동력을 계속 활용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인데요, 기업들은 어떤 선택을 하고 있고 또 정년 연장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김주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업들 상황은?…"정년 연장보다는 퇴직 후 재고용" / 김주영 기자]
[기자] 초고령화 시대로 '일할 수 있는', '일해야 하는 나이'도 늘어났습니다. 하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고용 기간을 무한정 늘릴 순 없는데요. 어떤 방법을 선택하고 있는지 알아봤습니다.
먼저 현대차그룹은 기술직과 정비직 정년퇴직자를 대상으로 원한다면 2년까지 더 일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포스코도 작년 임단협에서 정년퇴직자의 70%를 1년 더 일할 수 있도록 다시 채용하는 데 합의했습니다.
아울러 정년퇴직 후 기술컨설턴트로 재채용해 후배들에게 기술과 노하우를 전수할 수 있게 했습니다.
SK하이닉스와 SK에코플랜트도 경험과 노하우를 가진 직원을 재고용해 후배들에게 역량을 전수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KT 역시 매년 정년 퇴직자의 20%를 계약직으로 다시 일할 수 있도록 하면서 현재까지 650여명을 재고용했습니다.
이처럼 고령 노동자 '계속 고용'을 통해 기업은 전문성을 가진 인력을, 근로자는 안정적인 수입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들 기업 모두 공통적으로 '계속 고용' 방식으로 '정년연장' 보다는 '퇴직 후 재고용' 하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최근 한 설문에서 '계속 고용제도가 도입될 경우 어떤 방식을 선호하냐'는 질문에 기업 10곳 중 7곳은 퇴직 후 재고용 방식을 택했습니다.
정년을 늘릴 경우 기업들의 인건비 부담이 커지고 이에 따라 청년 구직자를 신규로 채용할 여력도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박용민 / 한경협 경제조사팀장> 기업들이 현재 60% 이상이 연공급제가 도입돼있거든요.그런 상황에서 일률적으로 정년을 연장하는 건 기업경영에 상당한 부담이 되고요.
이처럼 각 기업이 자율적으로 '퇴직 후 재고용'을 실시하고 있는 가운데, '고령자 계속 고용'이 사회 전반으로 정착되기 위해서는 제도적인 기반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김선애 / 경총 고용정책팀장> 궁극적으로 임금체계 개편이나 고용 경직성 완화 같은 노동시장 제도 개선이 반드시 먼저 필요하고요. 그 이후에 정부가 고령자 고용에 적극적인 기업들에 대해서 더 많은 지원과 인센티브를 확대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숙련된 고령 인력이 노동시장에 더 오래 남아 일할 수 있으려면, 초고령화 시대에서 비롯된 사회적 비용을 정부와 기업이 나눠져야 한다는 겁니다.
연합뉴스TV 김주영입니다.
#퇴직후재고용 #정년연장
[진행자 코너] 우리나라는 지난 2016년부터 정년을 60세로 법제화했습니다. 그런데 59세까지 활발하게 경제활동을 하던 근로자가 60세가 됐다고 갑자기 업무능력이나 체력이 뚝 떨어지는 것일까요? 특히 100세 시대가 된 요즘, 60세는 그야말로 한창인 나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미국이나 영국, 호주 등에서 정년 제도는 연령 차별이라고 규정하고 정년 제도를 폐지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근로자 정년을 법으로 명시해 유지하고 있는 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 OECD 국가 중에서는 한국과 일본 등 몇 개국에 불과한데요,
그렇다면 우리와 비슷한 일본의 상황은 어떨까요?
그렇다면 우리와 비슷한 일본의 상황은 어떨까요? 일본 역시 법정 정년 나이는 60세지만 65세까지 고용확보조치 의무화가 시행되며 근로자가 원하면 65세까지 일할 수 있습니다. 2021년부터는 기업이 직원들에게 70세까지 취업 기회를 보장하도록 권고하는 법안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고령화에 따른 일손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정년이 지난 직원을 70세까지 재고용하는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는 것입니다.
최근에는 대만도 저출산에 따른 노동력 감소의 해법으로 65세인 정년제도를 폐지하기로 했습니다.
우리나라의 국회에 해당하는 대만 입법원은 지난 7월 정년 연령을 65세로 제한하는 내용을 삭제한 노동기준법 개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이에 따라 65세 이상 대만 근로자는 고용주와 협상을 통해 퇴직 시기를 미룰 수 있게 됐습니다.
세계 각국의 이런 움직임에 발맞춰 우리 정치권도 움직이고 있습니다. 국민의힘은 현재 60세인 정년을 2034년부터는 65세가 되도록 단계적으로 연장하는 법률을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이 늦춰지는 것에 맞춰 정년도 연장하자는 취지입니다. 현재 국민연금 수령 시기는 63세. 하지만 2033년에는 수령 시기가 65세로 늦춰지는 만큼 현재의 60세 정년이 유지된다면 정년 퇴직시기와 국민연금 수령시기 사이의 불일치가 3년에서 5년까지 더욱 늘어나게 됩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도 국민연금 수급 개시연령인 65세에 맞춰 법정 정년을 연장하는 고령자 고용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입니다.
[정영빈 기자] 문제는 고령 근로자의 정년이 늘어나게 되면 반대급부로 청년층의 일자리가 줄어들 수 있다는 점입니다. 청년들은 고용시장이 얼어붙은 상황에서 정년연장 논의가 본격화하면 그렇지 않아도 뚫기 어려운 취업문이 더 좁아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는데요, 이 때문에 세대 갈등을 걱정하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김예린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청년 취업난 속 세대갈등 우려도…여전한 찬반 양론 / 김예린 기자]
[기자] 60세 이상 취업자는 지난 9월 기준 674만 9천 명으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습니다. 50대를 뛰어넘어 전 연령대 1위를 차지한 건 처음입니다.
환갑 퇴직은 옛말이라 할 정도로 일을 놓지 못하는 60대가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변화의 흐름에 맞춰 청년들 사이에서도 정년 연장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이준호 / 서울 서대문구> 의료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인간의 평균 수명이 늘고 있는데 그에 맞춰서 인간이 일할 수 있는 나이인 정년도 같이 늘어나야 맞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하지만 청년 세대 일자리 문제와 맞닿아 있는 만큼 우려도 적지 않습니다.
일하는 노인이 늘어난 동시에 청년 취업자는 23개월 연속 감소세를 기록했습니다. 구직을 포기하고 쉬는 청년도 44만여 명으로, 44개월 만에 최대폭으로 늘었습니다.
얼어붙은 고용시장에 정년 연장 논의까지 본격화하면서 취업문이 좁아지지 않을까 청년 구직자들의 부담이 커지는 겁니다.
<김수연 / 경기도 남양주> 아무래도 청년 세대에서 채용하는 인원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어서 우려되는 부분은 있지만 저희 부모님 세대와도 연관이 되어있기 때문에 마냥 반대하기는 어려운…
세대간 인식차 뿐 아니라 노사 입장차도 여전한 상황입니다.노동계가 일괄적인 정년 연장을 주장하는 반면 경영계는 경제적 부담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김성희 / 고려대 노동전문대학원 교수> 오랫동안 일할 필요성이 있다는 사실 자체는 누구도 부정하지 않는 상태죠. 그래서 그 방법에 대해서는 좀 더 대화를 촉진할 방법이 필요하다고 생각이 들고요. 이견을 조정할 수 있는 기폭제가 된다는 점에서 정부 여당의 태도를 명확하게 제시하는 것이…
적절한 연장 기간과 임금 수준 등 여러 쟁점이 복잡하게 맞물려 있는 만큼, 사회적 공감대를 바탕으로 한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입니다.
<김성희 / 고려대 노동전문대학원 교수> 중고령층과 청년 간의 고용 대체관계가 나타나지 않도록 하면서도 세대가 같이 아울러서 고용을 나누는 방식을 촉진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제도적 설계가 반드시 필요하다…
정년 연장을 논의 중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는 내년초까지 합의안 마련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논의에 본격적으로 탄력이 붙으며, 사회적 합의란 묵은 숙제를 풀어나갈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연합뉴스TV 김예린입니다.
[정영빈 기자] 우리나라는 내년에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 비중이 20%를 넘는 초고령사회 진입이 예상됩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55세에서 79세까지 고령층 인구는 1,598만 3천명. 이 가운데 계속 일하고 싶다고 응답한 사람이 70%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고령층 10명 가운데 7명은 계속 일하기를 원한다는 뜻입니다.
"경험은 결코 늙지 않는다", 퇴직한 70대 남성의 재취업 이야기를 담은 영화 '인턴'의 명대삽니다. 저출생 고령화 시대를 맞아 풍부한 경험과 업무 숙련도를 갖춘 고령 근로자들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주목받고 있는데요,
지금 우리 사회는 고령층이 더 오래 일할 수 있게 하면서도 청년들이 들어올 일자리는 유지해야 하는 쉽지 않은 과제에 해답을 내놔야만 하는 상황에 직면해 있습니다. 이번 주 뉴스프리즘 여기까지입니다. 시청해 주신 여러분 고맙습니다.
PD 임혜정 AD 최한민
#정년연장 #탐사보도_뉴스프리즘 #낀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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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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