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김건희인가 명태균인가” 도심 메운 정권 퇴진 집회…경찰 “주최자 사법처리”
시민사회단체들이 9일 오후 서울 도심에서 윤석열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야당도 이날 저녁 ‘김건희 특검법 수용’ 촉구 집회를 열었다. 지난 7일 윤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 및 기자회견에서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 등에 관해 해명한 뒤 처음 열린 주말 대규모 집회였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전국민중행동·진보대학생넷 등 윤석열정권퇴진운동본부는 서울 중구 숭례문과 세종대로 일대에서 ‘윤석열 정권 퇴진 1차 총궐기’를 열었다. 주최 측 추산 10만여명(경찰 추산 3만6000명)이 모였다. 숭례문 앞부터 서울시청 광장 앞 일대까지 750m 구간을 집회 인파가 메웠다. 경찰은 이 구간의 4개 차로에 교통을 통제했다. 집회 참석자들은 “더는 못 참겠다, 윤석열을 몰아내자” “대통령 자격 없다, 윤석열은 물러가라” 등 구호를 외쳤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분노한 시민들은 도대체 이 나라의 대통령이 김건희인지 명태균인지 묻고 있다”며 “무엇을 잘못했는지도 모르는 윤석열 정권은 눈과 귀를 닫고 제멋대로 폭주를 멈추지 않겠다고 한다. 몰아내야 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박경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장은 “대통령은 국민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의료·교육·노동·연금 등 네 가지와 관련해 국민의 삶을 망치고 있다”고 말했다.
이도흠 민주평등사회를 위한 전국교수연구자협의회 사회개혁특별위원장은 “전국 대학에서 교수들의 시국선언이 이어지고 있다”며 “윤석열 정권 2년만에 정치·사회·문화가 모두 반동하고 있는데 이런 대통령은 당장 퇴진시켜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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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은 지난 7일 윤 대통령의 기자회견을 강하게 비판했다. 신모씨(61)는 “명태균씨 관련 녹취도 있는데 국민이 ‘헛것을 들었나’ 싶은 자기변명의 시간에 불과했다”며 “야당도 국민이 퇴진을 말하며 나서는 걸 바라는 것 같은데, 정치인에게 맡기는 것보다 국민이 나서는 게 낫겠다 싶어 나왔다”고 말했다. 초등학생 아이와 함께 참여한 변혜진씨(52)는 “회견을 보고 기가 막히는 걸 넘어 정치를 희화화하려는 작전인가 싶었다”며 “의료대란 같은 문제로 국민이 죽어가고 있는데 이런 문제는 신경도 쓰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모씨(30)는 “최근에 뉴스를 잘 찾아보지 않았는데, 윤 대통령의 회견 소식을 보고 너무 어이가 없어서 나오게 됐다”며 “정치적 문제도 있지만 악화된 민생, 외교 정책으로 인한 전쟁의 위험도 걱정된다”고 말했다.
경찰이 집회에 참석하려는 일부 노동조합원을 제지하는 과정에서 충돌이 발생했고, 10명이 현행범 체포됐다. 주최 측은 “윤석열 정권이 조합원 10명을 폭력 연행했고, 일부 조합원은 갈비뼈 골절과 호흡곤란을 일으켜 병원으로 후송됐다”며 “이는 정권 위기를 모면하고자 하는 발악”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민주노총이 세종대로 모든 차로를 점거하고 경찰관을 폭행하는 등 심각한 불법집회로 변질돼 유감을 표명한다”며 “불법행위자들에 대해서 구속영장을 신청하는 등 엄정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런 불법을 사전 기획하고 현장 선동한 민주노총 위원장 등 집회 주최자들에 대해서도 신속하고 엄정하게 사법처리 하겠다”고 말했다.
한국노총은 서울 여의대로 일대에서 주최 측 추산 조합원 3만명(경찰 추산 1만7000명)이 참여한 ‘윤석열 정권 반노동정책 심판’ 전국노동자대회를 열었다.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은 “윤석열 정권 심판이든, 탄핵이든, 하야든, 이제 현장과 국민의 분노는 임계치를 넘었고 한국노총은 민심이 가리키는 데로 투쟁과 저항의 길을 가겠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기본소득당·사회민주당·조국혁신당·진보당 등 야 5당은 서울 중구 시청역 인근에서 ‘2차 국민 행동의 날’ 집회를 열었다. 민주당은 지난 2일 장외집회에 이어 2주 연속 주말 도심 집회를 열었다.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은 16일에도 3차 집회를 연다고 예고했다.
배시은 기자 sieunb@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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