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수비 고수도 느낀 KIA 유망주의 그 재능… 이범호 마음에 다시 들어갈까

김태우 기자 2024. 11. 9.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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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상으로 좋았던 흐름이 끊기며 아쉬운 2024년을 보낸 박민은 내야 엔트리 한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다시 뛴다 ⓒKIA타이거즈
▲ 수비에서 뛰어난 재능을 인정받고 있는 박민은 올해 공격에서도 가능성을 내비치면서 내년에도 치열한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KIA타이거즈

[스포티비뉴스=오키나와(일본), 김태우 기자] “어휴, 그걸 왜 따라가냐”

KIA 내야 유망주인 박민(23)에게 2024년 4월 10일 광주 LG전은 안타까움과 아쉬움으로 남은 경기였다. 6회 신민재의 타구가 파울 지역으로 떴다. 3루수나 좌익수가 잡기에는 어려운 타구. 이 타구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선수가 있었으니 바로 박민이었다. 하지만 의욕이 너무 넘친 이 장면은 박민의 2024년에 큰 영향을 주는 부상으로 이어졌다. 파울 지역에서 펜스에 크게 부딪힌 박민은 왼 무릎을 다쳐 경기에서 빠졌다.

무릎 부상으로 3주 이상의 재활 기간이 필요하다는 소견을 받았고, 실제 결장 기간은 그 이상 이어졌다. 개막한 지 불과 19일 만에 찾아온 부상은 결과적으로 박민의 2024년을 가로막는 중요한 이벤트가 됐다. 개막 엔트리에 들어 내야 백업 한 자리를 차지하는 듯했지만, 박민은 4월과 5월 내내 1군에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 틈을 놓치지 않은 동료들이 있었다는 것은 박민에게는 불운했다.

후회가 많이 된다고 했지만, 어쨌든 다 ‘내 탓이오’라고 말했다. 플레이에 여유가 없다 보니 그런 부상도 나왔다는 게 박민의 자기 진단이다. 매번 너무 긴장하는 자신의 단점이 그 부상으로 이어졌다고 했다. 박민은 “긴장만 안 하면 어디든 나가도 잘할 자신이 있다. 하지만 내가 긴장 때문에 실수가 많다”면서 “그러다 보니까 여유가 없었다. 공을 쫓아가면서 주변에 사람이나 펜스 같은 것도 보면서 갔어야 했다. 하지만 나는 공에만 너무 집착하고 있었다”고 당시 부상 상황을 돌아봤다.

보여주고 싶었던 의욕이 부상을 불렀다. 박민은 “매번 기회라고 생각하니까 그런 타구 하나도 그냥 보고만 있을 수 없는 느낌이 있다. 나한테 왔다 싶으면 뭐라도 하고 싶고 그랬다. 그래서 그런 플레이가 나왔는데 그건 내 잘못이다”면서 “코칭스태프에 혼났다기보다는 안타깝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그걸 왜 따라가냐’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방망이도 잘 맞고 있었던 편이고, 시범 경기부터 시즌 초까지 좋았다. 하지만 한 달 동안 방망이를 못 치고 쉬어버리니 타격감도 뚝 떨어졌다. 무릎이 다 나을 때까지는 뛸 수도 없었다”고 떠올렸다.

박민이 아무 것도 못하고 그 자리에 주저앉은 사이, 박민의 자리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었던 동료들이 추월해 나가기 시작했다. 시즌 시작 전부터 가장 치열한 경쟁이 예고됐던 내야 백업 자리였다. 동료들도 같이 주저앉아 있기는 바란다면 그 또한 지나친 기대였다. 이후 성적도 좀처럼 올라오지 않았다. 6월 잠시 1군에 콜업됐으나 이렇다 할 활약을 하지 못했고, 이후로는 2군 성적도 특별하지 않았다. 즉, 코칭스태프는 잘 나가고 있는 팀에 굳이 박민이라는 조미료를 선택할 이유가 없었다. “딱 한 자리였다. 그렇다고 내가 2군에서 성적이 좋았던 것도 아니었다”고 돌아보는 박민은 계속 “내 잘못”이라는 말을 되풀이했다.

박민은 “팀의 시즌 시작 백업은 나였다. 하지만 끝에는 내가 아니었다”고 냉정하게 돌아봤다. 우선권은 다른 선수들에게 넘어갔다. 박민은 이제 이들을 다시 추월해야 할 상황이다. 애써 잡은 기회가 날아간 것이 다소 억울하기는 하지만, 자신의 잘못이니 누구를 탓할 이유는 없다는 게 박민의 생각이다. 하지만 1군 한 자리가 그렇게 멀리 있지 않다는 것도 확인했다. 오키나와 마무리캠프는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좋은 여건이다.

박민은 수비부터 다시 가다듬기로 했다. 자신이 가장 좋은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는 분야다. 박민은 “2군에서 주로 유격수로 나섰지만, 3루수와 2루수로도 나갔다. 긴장을 안 한다는 가정 하에 수비는 자신이 있다”면서 “내년에 1군에서 경기를 뛰려면 잘해야 하는 게 수비다. 감독님도 그렇게 말씀을 하셨다. 실수가 많았다고 생각하고, 실수 이후에 남들이 볼 때는 마음가짐이나 표정이 안 좋았던 것도 있다. 그런 부분을 많이 생각한다. 솔직히 감독님이나 코치님으로서는 ‘쟤는 안 되겠구나’고 느꼈을 수도 있을 것이다. 마음이 약한 것도 이겨내려고 노력한다”고 설명했다.

▲ 박민은 수비와 멘탈을 더 가다듬어 이범호 감독의 선택을 다시 받겠다는 의지로 마무리캠프를 보내고 있다 ⓒKIA타이거즈

긴장을 덜하고, 자신감을 얻으려면 연습밖에 없다. 박민도 이번 오키나와 캠프에서 수비를 중점으로 두고 있다. 2군에서부터 인정을 받았던 그 수비의 재능은 이번 오키나와 캠프에서도 빛난다. 현역 시절 일본프로야구에서도 손꼽히는 수비 고수이자, 이번 오키나와 캠프 수비 인스트럭터로 초빙된 미츠마타 타이키 또한 펑고 몇 번으로 박민의 수비 범위와 대응을 확인한 뒤 고개를 끄덕였다. 좋은 자질을 가지고 있고, 충분히 좋은 수비수로 성장할 수 있다며 눈여겨봤다.

미츠마타 인스트럭터는 “기본적으로 타구 판단이 좋아 보이고, 기본기와 대응 능력이 갖춰진 선수라고 생각한다. 송구 시 스텝 구분이 안 된 모습이 보여서 송구 미스가 조금씩 있지만 이 부분에서만 보완하면 분명히 좋아질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내야수의 일은 송구를 정확하게 끝까지 해서 아웃까지 만들어내는 것이다. 잡는 것으로 만족하는 게 아니고 정확한 송구까지 하면서 아웃을 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민도 과제로 뽑은 멘탈에 대해서 “신인 때부터 그래도, 조금 조금씩 강해지는 것 같다. 내년되면 더 강해질 수 있을 것”이라면서 더 성장한 2025년을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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