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어디갔지?’…2024년 지구촌 가장 뜨거운 해 될 듯
세계는 ‘기후 재앙’ 마지노선 1.5도 근접
그야말로 종잡을 수 없는 가을 날씨다. 9월은 폭염, 10월은 늦더위가 기승을 부리다 ‘깜짝 추위’가 찾아왔다. 이달 7일 입동(立冬)을 맞아 추위가 풀리면서 이제서야 전국의 산이 ‘지각 단풍’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한국만이 아니라 올해 세계 각국에서도 유난히 따뜻한 가을 날씨가 이어졌다. 과학자들은 올해가 지구촌 관측 역사상 가장 뜨거운 해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가을이 유독 더웠던 것 같다면 착각이 아니다. 8일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10월 전국 평균기온은 16.1도를 기록하며 1973년 관측을 시작한 이래 역대 두 번째로 높았다. 특히 최저기온은 11.9도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해 가장 ‘덜 추운’ 10월로 기록됐다.
이 때문에 단풍 시기도 크게 늦춰졌다. 단풍은 하루 최저기온이 5도 이하로 떨어질 때 물들기 시작하는데, 10월 내내 기온이 높아 단풍이 들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든 것이다. 지리산과 내장산, 한라산은 평년보다 각각 14일, 11일, 15일 늦게 단풍이 들었다.
때아닌 가을비도 쏟아졌다. 10월 전국 강수량은 115.8㎜로, 평년 63㎜의 약 두 배를 기록했다. 강수일수도 평년(5.9일)의 두 배 수준인 11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기상청은 10월 날씨가 유난히 따뜻했던 이유로 일본 동쪽의 강한 고기압과 높은 해수면 온도를 꼽았다. 일본 동쪽에서 고기압성 흐름이 평년보다 강하게 발달하면서 따뜻한 남풍이 자주 불었고, 한반도 주변 해역의 해수면 온도가 최근 10년간 가장 높았다는 설명이다.
◆日후지산도 ‘지각 첫눈’
일본 후지산에서도 따뜻한 가을 날씨가 이어지면서 ‘지각 첫눈’이 관측됐다.
후지산 첫눈의 평년 관측 시기는 10월2일이었는데, 올해는 한 달 넘게 늦은 7일 첫 적설이 관측됐다고 일 공영방송 NHK가 보도했다. 이는 일본이 관련 통계를 내기 시작한 1894년 이후 130년 만에 가장 늦은 후지산 첫눈이다.
한국은 역대급 가을비가 내렸지만, 미국 내 26개 주에선 가을 ‘반짝 가뭄’으로 골머리를 썩였다.
미 국립가뭄경감센터(NDMC)에 따르면 9월 말~10월 초 남동부 전역에 허리케인 헬렌과 밀턴으로 인해 비가 쏟아졌는데도 갑자기 비가 뚝 끊기면서 미국 50개주 중 26개 주에서 역대 10월 중 가장 낮은 강수량을 기록했다. 미 남부 애팔래치아 산맥 인근에서는 허리케인 헬렌이 지나간 이후 측정 가능한 강수량이 아예 보고되지 않았다.
여기에 10월 마지막 주 미 남부와 고지대 기온이 평년보다 6∼7도 치솟으면서 뉴욕, 샌프란시스코 등 대도시까지 영향을 줬다. NDMC 집계에 따르면 미 인구 77.8%가 ‘비정상적인 건조’나 ‘가뭄’을 경험했다.
오랜 가뭄과 가을바람의 조합으로 미국 곳곳에선 화재 ‘적색경보’가 내렸다. 이미 이달 2일 오클라호마, 미주리, 와이오밍주 등에서 산불이 나 27만465헥타르(약 2704㎢)를 태웠다.
올해는 지구촌 관측 역사상 가장 뜨거운 한 해로 기록될 전망이다.
유럽연합(EU) 기후변화 감시기구인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연구소(C3S)는 7일(현지시간)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지구 평균기온이 지나치게 높아 “남은 기간 0도에 가까운 이상 저온이 이어지지 않는 이상” 올해가 역사상 가장 뜨거운 해가 될 것이 확실하다는 관측 결과를 발표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특히 올해 지구 평균기온 상승 폭은 산업화 이전과 비교해 사상 처음으로 1.5도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1.5도는 국제사회가 기후 재앙을 막기 위해 지난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약(COP21)에서 설정한 마지노선이다.
지구 온난화 지속으로 세계 평균기온 상승 폭은 지난해 이미 1.48도로 마지노선에 근접했다.
연구소는 ‘1.5도 목표치’는 장기 목표이기 때문에 올해 수치만으로 기후협약 목표 달성에 실패했다고 간주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이 같은 수치가 “나쁜 신호”라고 강조했다.
카를로 부온템포 C3S 국장은 “지난해와 올해처럼 이례적으로 기온이 높았던 기간에는 엘니뇨와 화산폭발, 태양에너지 변화 등 다른 요인들도 영향을 미쳤다”면서도 “장기적인 기온 상승은 문제”라고 설명했다.
다음 주로 예정된 제29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9)에서 세계 각국이 보다 단호한 조치에 합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스위스 취리히 연방 공과대 기후학자 소니아 세네비라트네 교수는 영국 스카이뉴스에 “전 세계의 기후 행동 속도가 너무 느려 파리 협약에서 설정한 한계가 무너지기 시작했다”며 “COP29에서 각국 정부가 화석연료에서 벗어나기 위한 강력한 조치에 합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솔 기자 sol.y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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