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이닝+최소 실책' 박병호 이후 이런 안정감이라니... 4년 계약 베테랑 있어 '예측불허 내야'도 안심
최근 한국 KBO 리그와 미국 메이저리그 FA 시장이 열린 가운데 국가대표 2루수 김혜성(25)의 거취를 두고 관심이 뜨겁다. 올해로 프로 8년 차를 맞이한 김혜성은 해외 진출 포스팅 자격을 갖췄기 때문. 미국 매체 MLB 네트워크의 존 모로시 기자에 따르면 시애틀 매리너스가 김혜성을 면밀히 관찰하는 등 빅리그의 관심이 높다.
김혜성은 지난 수년간 키움 내야 수비의 중심을 잡아준 핵이었다. 내야 전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지만, 주로 2루수로서 그 재능이 빛을 발했다. 외야까지 커버하는 넓은 골든글러브 2루수의 활약에 양옆의 유격수와 1루수의 수비까지 안정되는 효과가 있었다.
하지만 김혜성이 떠나면서 키움 내야는 불안정성이 커졌다. 3루에 안정적인 수비의 캡틴 송성문(28)이 버티고 있긴 하지만, 가장 중요한 키스톤 콤비에 눈에 띄는 주전이 없다. 유격수에 김태진(29), 김병휘(23), 이승원(20), 이재상(19), 2루수에 염승원(18), 어준서(18) 등 신인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 가운데 최근 비 FA 다년계약으로 잔류한 최주환의 존재는 불행 중 다행이다. 최주환은 지난 5일 원소속팀 키움과 계약 기간은 2+1+1년, 최대 12억 원을 받는 비 FA 다년계약을 체결했다. 2025년부터 2026년까지 2년을 보장하고, 옵션 충족 시 다음 시즌 계약이 자동 연장되는 형태다. 매 시즌 연봉 3억 원으로 건강하게 4년을 모두 채우면 12억 원을 받게 되는 계약이다.
최주환에게 기대되는 건 크게 두 가지다. 타율 0.300(213타수 64안타) 7홈런 41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845로 후반기에 보여줬던 모습과 시즌 내내 안정적이었던 1루 수비다. 올해 최주환은 양석환(두산 베어스·1118이닝) 다음으로 많은 1루수 수비 이닝(1027⅔)을 소화하면서 단 6개의 실책밖에 기록하지 않았다. 지난해 신설된 KBO 수비상 후보 기준(720이닝 이상)을 충족한 1루수 중 최소 실책이다. 키움 내야의 팀 실책도 지난해 75개(리그 최다 3위)에서 올해 67개(공동 5위)로 감소하는 효과도 누렸다.
2021시즌 종료 후 박병호(38)가 떠난 이후 키움에 이토록 안정감을 주는 1루수는 없었다. 키움은 2021년 810⅔이닝-6실책을 기록했던 박병호를 떠나보낸 후폭풍을 제대로 실감했다. 2022년 512이닝의 전병우(32·이상 삼성 라이온즈) 이후 단일 시즌 500이닝 이상 소화한 1루수가 없었다. 수많은 내야수가 1루를 거쳐 갔지만, 오히려 계속해서 1루수의 높낮이가 바뀌는 통에 내야수들의 실책만 늘어나는 혼란을 초래했다.
그러나 모처럼 시즌 내내 최주환이 1루를 지키면서 내야수들은 안정감을 찾았다. 김태진, 송성문 등 내야수들도 하나같이 최주환 효과를 이야기했다. 키움 구단 역시 계약 후 "수준급 내야 수비 실력과 장타력을 갖춘 베테랑 타자와 계속 함께 할 수 있게 돼 기쁘다"며 "최주환은 야구 실력 외에도 경기장 안팎에서 솔선수범하는 모습으로 후배 선수들에게 귀감이 되는 선수다. 특유의 쾌활한 성격으로 선수단에 밝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불어 넣어준다. 앞으로의 활약을 기대한다"고 밝힌 바 있다.
프로 19년 차가 돼서야 전문 1루수로 풀타임 시즌을 보낸 최주환도 새삼 1루 수비의 중요성을 실감했다. 계약 후 스타뉴스와 연락이 닿은 최주환은 "올해 1루로 풀타임을 소화하면서 1루가 중요한 포지션이라는 걸 분명히 깨달았다. 그래서 사명감도 생겼다. 나도 내야수 출신이다 보니 더 잘 알 수 있었다. 잘못 던졌을 때 1루수가 잘 잡아준다면 실책이 아니게 된다. 어려운 송구를 잘 잡아내면 후배들은 실책이 줄고, 팀은 실점하지 않는다. 그게 쌓여 결국 경기에서 지지 않게 된다. 수비로 승리를 가져올 수 있는 날이 있다는 걸 확실히 느꼈다"고 힘줘 말했다.
키움에서의 1년은 지난 십수년간 인정받지 못했던 최주환의 수비에 대한 인식도 180도 탈바꿈시킨 시간이었다. 최주환은 2006년 두산 베어스에서 데뷔 후 3루수와 2루수를 주로 소화했으나, 수년의 노력 끝에 정착한 1루에서 마침내 꽃피웠다. 그 결과 올해 KBO 수비상 1루수 부문 7명의 후보에도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최주환은 "올해의 수비상 1루 부문에 이름이 올라갔다고 들었는데 솔직히 욕심은 생긴다. 수비가 부족했다는 평가를 받았던 내가 19년 차가 된 시점에서 수상한다면 뿌듯할 것 같다"고 미소 지었다.
김동윤 기자 dongy291@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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