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혹(惑)·불명(不明)·불통(不通)을 걷어내느냐에 남은 임기가 달렸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실패는 첫 내각 구성에서부터 예정되어 있었다.
처음에는 야당의 침소봉대(針小棒大) 같았던 김건희 논란을 중대한 정치 쟁점으로 만든 것도 고스란히 윤 대통령 책임이다.
올해 거의 '지랄탄' 수준으로 터져나오는 대통령 부부를 둘러싼 민망한 일들을 보면 임기 초 '천공 도사' 논란은 오히려 애교처럼 보인다.
대통령이 공심을 회복했는지 아닌지는 용산 사람들만 알아보는 것이 아니라 저 먼 지방의 농민과 어부도 단번에 알 수 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시사저널=이한우 논어등반학교장)
윤석열 대통령의 실패는 첫 내각 구성에서부터 예정되어 있었다. 극소수 인사를 제외하면 능력이나 명망, 참신함에서 높은 점수를 받을 만한 인물들을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러나 이른바 '이재명이 안 된 것만으로 윤 대통령은 할 일 다 했다'는 농담 같은 진담이 지난 2년반 동안 윤 대통령 부부가 만들어낸 각종 기행과 관련된 소문들을 잠재워주었다. 그 진담을 하던 사람들조차 부인을 둘러싼 각종 잡음과 품격 없음에 등을 돌리기 시작했고 결국 대통령 지지율 20% 이하라는 참담한 지경에 이르렀다.
처음에는 야당의 침소봉대(針小棒大) 같았던 김건희 논란을 중대한 정치 쟁점으로 만든 것도 고스란히 윤 대통령 책임이다. 올해 거의 '지랄탄' 수준으로 터져나오는 대통령 부부를 둘러싼 민망한 일들을 보면 임기 초 '천공 도사' 논란은 오히려 애교처럼 보인다.
대통령선거 당시 손바닥 '왕(王)' 자 논란도 상대가 이재명 후보이기에 넘어가줬던 실은 위험한 사안이었다. 덜렁덜렁함 때문인지 교만함 때문인지 그 후에도 무속 관련 논란이 끝없이 이어졌지만 국민은 이렇다 할 해명을 들어본 적이 없다. 이와 같은 부분이 혹(惑)이다. 지금 용산 대통령실은 혹(惑)부터 단호하게 떼내지 않으면 돌아선 국민 마음을 잡기 어려울 것이다.
명(明)을 공자는 다음과 같이 정의했다.
"점점 젖어드는 (동료에 대한) 참소와 살갗을 파고드는 (친지들의 애끓는) 하소연을 (단호히 끊어) 행해지지 않게 한다면 그것을 밝다[明]고 말할 수 있다."
명은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조정이라는 공(公)의 공간에서다. 신하들은 서로 편을 갈라 직언도 하고 아첨도 한다. 특히 아첨하는 신하들이 충직한 신하들을 은근히 공격하는 것을 참소(讒訴)라고 한다. 어리석은 임금은 신참(信讒), 즉 참소를 믿어 충직한 신하들을 내친다. 광해군이 전형이었다.
또 하나는 사적인 공간에서다. 가족, 친지, 측근들의 사사로운 하소연을 끊어내지 못하면 결코 그 임금은 눈 밝다고 할 수 없다. 지난 2년반 윤 대통령이 보여준 정치와 인사에서 이런 눈 밝은 면을 본 적이 얼마나 될까?
이 부분이 불명(不明)이다. 노자의 말대로 본인부터 무위(無爲)하는 마음을 갖고서 공심(公心)을 회복해야 할 것이다. 대통령이 공심을 회복했는지 아닌지는 용산 사람들만 알아보는 것이 아니라 저 먼 지방의 농민과 어부도 단번에 알 수 있다.
일하는 스타일이 느닷없고 억지스러우며 일방적이다. 이번 기자회견 발표도 얼마나 국민에게 무례한 방식인가. 충분히 검토하고 대안도 마련하고 사전 점검도 하고서 정상적인 일과시간에 발표하는 것이 상식이다. 물론 국민이 오랫동안 요구해 왔고 사안도 하루가 다르게 심각해지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심야에 툭 던지듯이 발표해야 했을까? 말리는 참모 하나 없었을까?
이 부분이 불통(不通)이다. 2년반이 지나면서 어느새 윤 대통령이 '내로남불'의 화신이 돼버렸다. 이는 처음부터 부인 문제를 성역에 가두면서 예상됐던 사안이다. 사실 지금까지 드러난 것을 보면 김 여사가 일으킨 것들은 '사소한 것들의 연속'이지 엄청난 폭발력을 가진 일은 아니다. 그러면 소화기로도 얼마든지 끌 수 있는 것이었는데 "이것들이!" 하며 손도 못 대고 심지어 그쪽으로 눈길도 주지 못하게 강압하다가 자초한 것이다.
이 모든 것은 본인 책임이긴 하지만 주변에서 혹(惑)·불명(不明)·불통(不通)을 부추겨온 간신들의 책임 또한 적지 않다. 만일 겉으로만 살짝 바꾸는 혁면(革面)만 하고 뿌리부터 바꾸려는 일대 혁신을 외면할 경우 대통령 지지율이 18% 이하로 내려가는 것은 시간문제다.
※ 외부 필진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Copyright © 시사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