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김건희인지 명태균인지 묻는다”…세종대로 메운 시민들

김가윤 기자 2024. 11. 9.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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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숭례문부터 시청역까지 세종대로 전 차선과 인도를 가득 메운 시민·노동조합원들의 '퇴진' 외침이 주말 서울 도심에 울려 퍼졌다.

윤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논란과 대국민 담화에 대한 실망감, 그간 억눌린 사회적 문제 해결에 대한 요구 등 시민들이 저마다 구호에 담은 의미는 다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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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정권 퇴진 1차 총궐기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전국민중행동, 진보대학생넷 등이 속한 윤석열정권퇴진운동본부(퇴진운동본부)가 9일 오후 4시 서울 중구 숭례문 앞과 세종대로 일대에서 ‘윤석열 정권 퇴진 1차 총궐기’(1차 총궐기)를 열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더 이상은 못 참겠다 윤석열 정권 몰아내자” “대통령 자격 없다 윤석열은 물러나라”

서울 숭례문부터 시청역까지 세종대로 전 차선과 인도를 가득 메운 시민·노동조합원 10만여명(주최 쪽 추산)의 ‘퇴진’ 외침이 주말 서울 도심에 울려 퍼졌다. 윤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논란과 대국민 담화에 대한 실망감, 그간 억눌린 사회적 문제 해결에 대한 요구 등 시민들이 저마다 구호에 담은 의미는 다양했다.

민주노총, 전국민중행동, 진보대학생넷 등이 참여하는 윤석열정권퇴진운동본부(퇴진운동본부)는 9일 ‘윤석열 정권 퇴진 1차 총궐기’(총궐기)를 열어 정부 비판과 퇴진 요구를 본격화했다.

민주노총이 해마다 전태일 열사 기일(11월13일)을 즈음해 여는 ‘전국노동자대회’를 겸해 열린 이날 집회에는 노동조합 소속 노동자 참여가 집중됐는데, 일반 시민 참여도 적지 않았다. 주부 신은숙(68)씨는 “담화를 보니까 꼭 나와야겠다 싶었다.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는 대통령의 말을 믿었는데 김건희 여사에 대해선 주가조작 등 많은 혐의와 의혹에 대해서 감싸는 태도로만 일관했다”고 꼬집었다.

4살, 6살 아이와 아내까지 온 가족과 집회 현장을 찾은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 유홍선(46)씨는 “대통령 담화는 퇴근하면서 봤는데 국민을 우롱하는 데 2시간 반을 허비한 것 같다”고 비판하며 “윤석열 정권에서 노동자 탄압이 거세진 분위기가 특히 체감된다. 올해 처음으로 울산의 현대차 외주 업체들 임금단체협약이 전혀 체결되지 않아 현장에서 갈등이 크다”고 말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전국민중행동, 진보대학생넷 등이 속한 윤석열정권퇴진운동본부(퇴진운동본부)가 9일 오후 4시 서울 중구 숭례문 앞과 세종대로 일대에서 ‘윤석열 정권 퇴진 1차 총궐기’(1차 총궐기)를 열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이날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무대에서 “시민들은 도대체 이 나라의 대통령이 김건희인지 명태균인지를 묻고 있다”며 “무엇을 잘못했는지도 모르는 윤석열 정권은 눈과 귀를 닫고 제멋대로 폭주를 멈추지 않겠다고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지난 7일 윤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와 기자회견을 짚으며 “바꾸라고 요구했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못하겠다, 안 하겠다’ 답했다. 이제는 ‘나가라 물러나라 퇴진하라’ 외쳐야 하지 않겠느냐”고 외쳤다.

각 직역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현장에서 느끼는 갑갑함을 전했다. 차봉은 보건의료노조 노원을지대병원 지부장은 “의정 갈등으로 전공의들이 뛰쳐나간 병원을 지키기 위해 보건의료노동자들은 묵묵히 헌신하며 일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무분별한 무급휴가, 휴직에 내몰렸고 희생만을 강요당했다. 자본의 논리로 운영되는 병원의 현실, 정부도 책임져야 한다”며 출구 없이 10개월 가까이 지속하는 의정갈등 해결을 촉구했다.

최근 시국선언이 잇따르고 있는 대학 사회에서도 퇴진 구호가 거셌다. 이도흠 민주평등사회를 위한 전국교수연구자협의회 사회개혁특별위원장은 “전국 대학에서 상아탑에 안주하던 교수들의 시국선언이 이어지고 있다”며 “윤석열 정권은 2년이라는 단시일내에 정치 경제 사회문화 모든 분야에서 반동과 퇴행을 자행하고, 국정농단에 전쟁 위기까지 조장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전국민중행동, 진보대학생넷 등이 속한 윤석열정권퇴진운동본부(퇴진운동본부)가 9일 오후 4시 서울 중구 숭례문 앞과 세종대로 일대에서 ‘윤석열 정권 퇴진 1차 총궐기’(1차 총궐기)를 열고 있다. 김가윤 기자

이날 총궐기 집회 현장 곳곳에선 참여 인원에 견줘 비좁은 집회 공간을 둘러싸고 경찰과 참여 시민 사이의 충돌이 벌어졌다. 몰려드는 참여자로 세종대로 전체가 메워진 가운데 차로 일부를 확보하려는 경찰과 현장에 들어서려는 장애인, 노동자 사이에 갈등이 빚어진 것이다. 경찰은 이 과정에서 11명(저녁 8시30분 기준)을 연행했고, 민주노총 쪽은 “부상자 14명이 발생했다”고 전했다.

경찰은 이날 총궐기를 ‘불법집회’로 규정하며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서울경찰청은 “집회가 세종대로 전차로를 점거하고 경찰관을 폭행하는 등 심각한 불법집회로 변질되어 강한 유감을 표명한다”며 “집회 현장에서 경찰관을 폭행하거나 해산명령에 불응하는 등 혐의로 현장 검거한 불법행위자들에 대해 구속영장 신청 등 엄정 수사하겠다. 그 외에도 (혐의자들을) 전원 채증 판독해 철저히 수사하겠다”고 했다. 이어 “이와 같은 불법을 사전 기획하고 현장 선동한 민주노총 위원장 등 집회 주최자들에 대해서도 신속하고 엄정하게 사법처리 하겠다”고 덧붙였다.

반면 민주노총은 “(경찰이) 평화적인 집회에 난입해 충돌을 유도하고, 집회 참가 중인 조합원을 폭력 연행했다“며 “정권은 폭력으로 지킬 수 없다“고 반발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총궐기 뒤 열린 ‘제2차 국민행동의 날’ 집회에서 “왜 이 좁은 공간에서 이 많은 사람들이 불편하게 주권 행사를 해야 하느냐”며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당당하게 (집회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것이 바로 경찰이 할 일”이라고 말했다.

김가윤 기자 gay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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