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처럼 울창해진 SOOP에 깔린 '선정성'이란 그림자 [IT+]
SOOP, 3분기 최대 실적 기록
네이버 치지직과 경쟁서도 우위
해외시장 진출 준비도 순조로와
문제는 수위 넘나드는 콘텐츠
선정성 도 넘는다는 지적 많아
인터넷 방송 플랫폼 SOOP(숲‧옛 아프리카TV)이 바꾼 이름 '숲'처럼 울창해지고 있다. 대대적인 리브랜딩을 통해 낡은 이미지를 벗고 올림픽‧스포츠 등 다양한 콘텐츠를 적극 도입하면서 지난 3분기 역대 최고 매출을 기록했다. 하지만 SOOP이 풀지 못한 과제도 적지 않다. 대표적인 건 '선정성 논란'이다.
인터넷 방송 플랫폼 SOOP(숲‧옛 아프리카TV)이 창사 이래 최대 매출을 달성했다. 지난 3분기 매출 1100억원, 영업이익 239억원을 기록하면서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5.2%, 9.0% 늘어난 수치다.
SOOP에서 인터넷 방송을 하는 '스트리머(옛 BJ)'가 증가하면서 평균 동시 방송 수, 평균 동시 시청자 수가 급증하고, 이로 인해 '별풍선' 매출이 크게 늘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참고: SOOP의 주요 수입원인 별풍선은 시청자들이 스트리머에게 기부하는 가상의 유료 선물이다. 스트리머는 이를 현금화해 수익을 얻으며 SOOP은 이 과정에서 수수료를 얻는다.]
■ 빛: 리브랜딩=아프리카TV 시절의 사용자인터페이스(UI)를 뜯어고친 것도 주효했다. 이용자 수요를 최대한 반영해 UI를 직관적으로 개편했고, 명칭도 바꿨다. 인터넷 방송인을 뜻하는 BJ는 스트리머로, '방송국'과 '아프리카페이'는 각각 '채널'과 'SOOP페이'로 변경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누리꾼들은 확 바뀐 SOOP의 UI를 보고 '드디어 낡은 이미지를 벗었다' '볼 맛이 난다' 등 긍정적인 반응을 내비치고 있다.
경쟁사인 네이버 '치지직'과 차별화하는 데도 성공했다. 프로야구‧축구 등 각종 스포츠와 e스포츠 중계권을 확보하면서다. 지난 7월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온라인 중계권을 확보한 덕분에 이용자 수에서 '치지직'을 크게 따돌린 건 대표적인 사례다. 데이터 분석 서비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 7월 SOOP의 월간활성화사용자 수(MAU)는 265만명으로 치지직(231만명)을 크게 따돌리는 데 성공했다.
최근엔 독자 콘텐츠도 만들고 있다. 지난 7일 총상금 1억3000만원 규모의 여자 나인볼 대회 '더 스트로크'를 개최한다고 발표한 게 대표적이다. 동호인과 현역 선수 모두에게 기회를 제공해 국내 당구 산업을 활성화하겠다는 게 SOOP측의 설명이다.
내친김에 SOOP은 해외 진출도 본격화하고 있다. 오는 4분기에 글로벌 온라인 스트리밍 플랫폼을 출시할 계획이다. 정찬용 SOOP 대표는 3분기 실적 발표회에서 "글로벌 SOOP의 정식 론칭은 11월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시장에서 멈추지 않고 해외 시장을 공략해 실적 성장세를 이어 나가겠다는 게 SOOP의 주요 전략인 셈이다.
■ 그림자: 수위 높은 콘텐츠=하지만 SOOP이 긍정적인 평가만 받고 있는 건 아니다.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의 이면에는 어두운 그림자도 짙게 깔리고 있다. 최근 SOOP을 둘러싸고 불거진 선정성 논란이 대표적이다. 그중 가장 큰 화제를 불러일으킨 건 이른바 '엑셀 방송'이라 불리는 콘텐츠다.
이 방송에선 여러 출연자들이 별풍선을 많이 받기 위해 장기자랑을 펼친다. 더 많은 별풍선을 받을수록 해당 스트리머의 이름이 화면에 떠 있는 표 상단에 배치된다. 이를 위해 출연자들이 선정적인 춤을 추는 등 자극적인 방송을 하면서 논란이 커졌다. 이 때문에 정찬용 대표는 지난 10월 24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엑셀 방송을 꼬집는 질문을 받기도 했다.
이후 정 대표는 3분기 실적발표회에서 "수사기관이나 정부기관이 아닌데 위법‧불법 사안이 아닌 것을 보기 싫다고 제재하면 이용자 창작 콘텐츠 플랫폼이 될 수 없다"면서 "콘텐츠 품질보다는 플랫폼 운영 측면에서 SOOP의 재량권을 믿어달라"고 강조했다. 엑셀 방송이 하루에도 수만개씩 별풍선이 쏟아지는 '효자 콘텐츠'인 만큼, 이를 규제하기보다는 지키는 쪽으로 SOOP의 방향을 잡은 셈이다.
하지만 시청자들이 이런 SOOP에 행보를 긍정적인 태도로 봐줄지는 미지수다. 변상규 호서대(문화영상학) 교수는 "인터넷 방송은 청소년들도 많이 보는 만큼 선정적‧자극적인 콘텐츠를 규제할 필요가 있다"면서 "19세 인증을 거쳐야지만 해당 방송을 볼 수 있도록 조치하는 등의 기술적인 해결책이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짚어볼 점은 또 있다. 치지직이 다양한 볼거리로 무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치지직은 프로축구 '아시아(AFC) 챔피언스리그'와 프로배구리그(V-리그) 중계권을 획득해 10월부터 중계를 시작했다.
자체 중계가 아닌 지상파 중계 서비스를 활용하는 방식이긴 하지만, 아시아 국가 최정상 팀들이 경쟁하는 클럽대항전인 만큼 경기를 보기 위해 치지직에 접속하는 이용자가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올림픽 특수特需'가 끝난 이후 벌어졌던 두 플랫폼의 격차가 다시 좁혀지고 있는 것도 SOOP으로선 풀어야 할 과제다. 9월 MAU에서 SOOP은 236만명, 치지직이 230만명을 기록해 MAU 차이가 7월 34만명에서 6만명까지 좁혀졌다.
이런 상황에서 치지직이 스포츠 중계에 뛰어든 만큼, SOOP도 기존과 차별화한 특색 있는 새 콘텐츠를 선보여야 한다. 선정성 논란과 콘텐츠 발굴 등 난제들을 풀고 SOOP은 제2의 도약에 성공할 수 있을까.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lh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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