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중 사건 보고 배웠다?…음주 사고 후 '술타기' 속출

김소연 2024. 11. 9.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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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김호중/ 사진=변성현 기자

가수 김호중이 보여준 음주 뺑소니 후 도주하고, 술을 더 사서 마신 다음 음주 단속을 받는 일명 '술타기'에 대한 우려가 현실이 됐다.

9일 경찰 등에 따르면 지난 5일 오전 4시 10분께 성남시 수정구 성남대로에서 음주운전을 하던 A(22) 씨가 전기 자전거를 타고 가던 B(37) 씨를 치어 숨지게 한 뒤 그대로 달아났다. 이후 A씨는 체포됐는데, 당시 경찰에게 "집에 와서 술을 마셨다"고 거짓 진술을 하며 '술타기'를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집 안에 있던 빈 술병 등을 경찰에게 보여주기까지 했지만, 경찰은 동선 추적을 통해 A씨가 사고 전 주점 3곳에서 술을 마신 사실을 파악했다. 이어 정황 증거를 토대로 A씨를 추궁해 추가 음주 사실이 없는 점을 자백받았다.

경찰은 A씨가 '술타기'를 통한 범행 은폐를 시도했지만, 빠른 초동수사로 거짓 진술을 간파한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로 '술타기'를 입증하는 건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28일 부산 사상구 강변대로에서는 60대 남성 C씨가 모는 SUV가 횡단보도를 건너던 70대 여성 D씨를 치었다. D씨는 뒤따르던 차량에 재차 치인 뒤 결국 사망했다.

달아난 C씨는 같은 날 오후 3시께 경찰에 체포됐는데, 당시 C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 정지 수준인 0.03%에 약간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C씨는 사고 후 미조치 혐의는 인정했지만, 음주운전 사실은 부인했고 같은 날 오전 9시에 편의점에서 소주를 구매해 1시간여 뒤 반병을 마셨다고 주장하며 구매 영수증을 제시했다.

경찰은 C씨가 사고 전날 밤 술집을 들른 점 등을 확인하고 숙취 운전에 이은 '술타기' 수법을 의심했다. 하지만 C씨가 사고 당시 음주 상태였다는 점을 입증하기에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음주 후 일정 시간이 지난 뒤 당시의 혈중알코올농도를 추정하는 방법 중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이 위드마크(Widmark) 공식이다. 마신 술의 양과 알코올 도수, 시간당 혈중알코올농도 감소량 등을 토대로 음주 수치를 유추하는 방식인데, 재판 단계에서는 인정받을 가능성이 작다. 앞서 개그맨 이창명도 음주운전 의혹이 불거져 위드마크 공식을 적용해 기소됐지만, 최종적으로 무죄 판결이 나온 바 있다.

이 때문에 김호중의 음주 뺑소니 사건에서도 김호중이 유흥업소에서 나와 비틀거리며 주차장으로 나와 운전하는 모습이 담긴 CCTV 영상이 공개되고, 경찰 조사에서 술을 먹고 운전한 사실까지 인정했지만, 검찰은 경찰이 진행한 '위드마크 공식'이 정확한 음주 수치를 특정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음주운전 혐의를 제외하고 기소했다. 김호중은 현재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위험운전치상·도주치상, 도로교통법상 사고 후 미조치, 범인도피방조 등 혐의로만 재판받고 있다.

김호중은 지난 5월 9일 오후 11시 40분께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도로에서 중앙선을 침범해 반대편 도로에 있는 택시를 들이받는 사고를 낸 뒤 아무런 조치 없이 도주했다. 이후 매니저를 대신 자수 시키고, 자신은 경기도 구리시 한 모텔로 도피해 편의점에서 캔맥주를 사 마셨다. 김호중은 사고 후 17시간 만에 경찰에 출석했는데, 음주 측정에서 음성(혈중알코올농도 0.03% 미만)이 나왔다.

김호중의 행동은 음주운전 범죄자 카페에서 일명 '술타기' 수법으로 공유되던 내용으로, 수사해 혼선을 줬다는 지탄을 받았다. 당시 직장인 익명 앱에 경찰청 소속 직원은 "김호중이 가져다준 교훈. 음주운전에 걸리면 무조건 도주, 주차된 차를 충격해도 무조건 도주, 음주단속에 걸리면 편의점으로 뛰어 들어가 소주를 마신다"는 글을 작성하며 김호중의 술타기 학습효과에 우려를 드러냈다.

이후 법망이 허술하다는 지적에 국회에서는 속칭 '김호중 방지법'으로 불리는 도로교통법 개정안도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민형배 의원은 지난 6월 10일 교통사고 등으로 음주운전이 들통날 상황에 놓였을 때 추가 음주로 측정에 혼선을 주는 행위에 대해 5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같은 당 신영대 의원도 지난 6월 18일 '술타기' 행위에 대해 2년 이상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상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는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대검찰청도 지난 5월 법무부에 '음주 교통사고 후 의도적 추가 음주'에 대한 형사처벌 규정을 신설해달라고 건의했다. 1∼5년의 징역 또는 500만원∼2000만원의 벌금에 처하는 것으로, 이는 음주측정거부죄와 형량이 동일하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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