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앵과 뉴스터디]49100원과 두 증인, ‘대북송금 의혹’ 이화영의 ‘막판 뒤집기’

동정민 2024. 11. 9.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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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영 전 경기부지사의 항소심 선고가 20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또 다른 사법리스크와도 연결되는 선고죠.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경기지사 시절 스마트팜을 북한에 조성하는 대가, 또 북한을 방문하는 대가를 쌍방울이 북한에 대신 줬다.’

이른바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의혹이죠.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는 1심에선 징역 9년 6개월의 중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된 상태입니다. 대법원이 남아있지만 모든 재판에서 사실관계를 다투는 건 항소심까지인 만큼 항소심 결과에 검찰과 이화영 전 부지사, 나아가 이재명 민주당 대표 측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이 결과가 이 대표 재판에도 영향을 미칠 테니까요.

그만큼 중요한 선고를 앞두고 지난달 31일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이화영 전 부지사 측이 막판 뒤집기를 시도합니다. 두 가지 결정적인 증거가 나왔다는 겁니다.

1. 연어 술파티의 증거가 나왔다.
2. 필리핀에 북한 리호남은 없었다.

두 가지 회심의 일격, 통할까요?

▶4만 9100원 ‘연어 한 판’이 연어 파티?

이화영 전 부지사 측은 올해 4월부터 연어 술파티를 주장해 왔습니다. 연어 술파티를 주장하는 이유는 이거죠. 검찰이 이 전 부지사를 쌍방울 김성태 전 회장, 방용철 부회장 등과 함께 불러 각종 음식을 사주며 진술을 맞추도록 수차례 회유했다. 이건 검찰 수사 단계에서 ‘이재명 대표의 방북 비용을 쌍방울이 대납한다는 걸 당시 이재명 경기지사에게 보고한 게 맞다’는 이화영 전 부지사의 진술을 뒤집기 위한 전략이기도 해 보입니다.

그런데 연어 술파티를 주장한 날짜가 검찰에 번번이 막힌 상황, 이 전 부지사 측은 항소심 재판부에 ‘사실조회 신청’이라는 것을 합니다. 카드사에 공문 보내서, 내역을 내게 해달라고요. 재판부가 이를 받아들이면서 항소심 마지막 재판에 카드 사용 내역서가 도착한 거죠. 이거다! 이화영 전 부지사 측은 마지막 재판 시작하자마자 증거로 영수증을 제시합니다.

‘4만 9100원 영수증’. 2023년 5월 29일 오후 5시 40분경 수원지검 인근의, ○○연어라는 식당에서 쌍방울 법인카드로 4만 9100원이 결제됐다는 것입니다. 이 전 부지사 측은 이날 수원지검의 한 장소에서 김성태 전 회장, 방용철 부회장과 밤 9시쯤까지 조사를 받았고, 이때 김 전 회장이 연어를 먹고 싶어 해서 쌍방울 직원들이 포장해왔다, 소주와 함께 곁들여서 술파티가 이뤄졌다는, 이른바 ‘연어 술파티’를 주장해왔는데 4만 9100원짜리 영수증이 그 근거라는 것이죠.

카드 사용 내역서에는 결제 일시와 가게 상호명, 금액만 적혀있습니다. 뭘 샀는지 메뉴는 없습니다. 그래서 계산법도 같이 제시합니다. 이 가게에서 파는 ‘연어 한 판’이 5만 2천 원이었는데, 당시 개업 1주년 기념행사로 포장 주문하면 2천 원을 할인해줬다는 것이죠. 그리고 이 가게가 입점한 건물은 무료 주차시간이 2시간까지여서, 2시간 넘게 주차해 1천 원을 더 빼줬고, 포장해서 가져가려면 봉투가 필요하니 봉툿값이 100원 추가돼 모두 4만 9100원이 됐다는 이야기입니다.

검찰도 반박에 나섰죠. 이 가게에 ‘연어 한 판’이란 메뉴가 있고, 포장 주문을 하면 2천 원 할인이 되는 건 맞습니다. 주차 할인은 이상하다는 것이죠. 당시 이 가게에 다녀온 손님들의 후기를 보면, 카운터에 이렇게 적혀 있습니다. 주차는 최대 2시간까지 무료, 2시간 넘게 주차하면 카운터에 이야기해 달라, 초과 1시간마다 주차권당 1천 원이라고요. 그러니까 2시간 넘게 주차하면 1천 원을 할인해주는 게 아니라 더 내야한다는 것이죠. 봉툿값 100원 역시 근거가 있냐는 게 검찰의 입장입니다. 해당 식당은 현재 폐점한 상태지만, 프랜차이즈 본점에 문의해보니 봉툿값을 따로 받지는 않는다고 하거든요.

무엇보다, 연어 식당 결제 기록이 나온 2023년 5월 29일은 당시 이화영 전 부지사 측 변호인이 조사에 입회했기 때문에 술파티 같은 것은 없었다는 게 검찰의 입장입니다. 당시 변호인 설주완 변호사도 언론 인터뷰에서 동일하게 말했고요. 그런데 현 변호인인 김광민 변호사가 반박에 나섭니다. 조사를 하면 신문조서가 있어야 하는데, 이날 검찰 신문조서가 없다는 것이죠. 또, 설 변호사가 따로 검찰에서 이화영 전 부지사를 접견한 기록도 없기 때문에, 설 변호사는 이날 이 전 부지사를 만난 적이 없는데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제작진이 이에 대한 입장을 물으니, 설 변호사는 ‘검찰에서 답해야 할 문제’라고 답했습니다. 이날의 진실은 결국 항소심 결과가 나와 봐야 알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대북 송금 파트너 ‘리호남’은 필리핀에 없었다?
이화영 전 부지사 측이 꺼내든 두 번째 히든카드는 하동혁 통일운동가, 김국훈 동북아평화협력네트워크 의장입니다. 두 사람은 2019년 7월 24일 필리핀 아태평화국제대회에 참석한 인물들인데 리호남이 이때 필리핀에 없었다고 말합니다. 돈을 줄 사람 자체가 없었으니 김성태와 방용철이 이때 이재명 대표의 방북비용을 대납했다는 것은 허위 진술이라는, 이화영 전 부지사 측 주장에 힘을 싣는 증인들인 것이죠.

1심 재판부가 받아들인 김성태 전 회장의 진술을 잠시 정리해보겠습니다. 김성태 전 회장은 2019년 7월 24일 필리핀에서 북한의 리호남을 만나서 이재명 당시 경기지사의 방북을 요청했다고 합니다. 그러자 리호남이 “그러면 돈을 내야지”라고 말하며 500만 달러를 요구했다는 것이죠. 이화영 전 부지사가 이를 전달받고는 너무 많다고 해서, 협의 끝에 2019년 5월 300만 달러를 주기로 약속이 됐고, 두 달 뒤 필리핀에서 우선 70만 달러를 줬다는 것입니다. 같은 해 11월에 200만 달러, 이듬해 1월에 30만 달러, 이렇게 300만 달러가 모두 건너갔다고 했는데, 1심에선 모두 이 대표의 방북 비용을 쌍방울이 대신 낸 것으로 인정했습니다.

그런데 증인들은 다른 이야기를 하죠. 처음 70만 달러를 줬다는 그 필리핀 행사에 리호남이 오지 않았다고요. 하동혁 통일운동가는 당시 필리핀 행사에 초청을 받진 않았으나 북한 스마트팜 사업을 논의해보기 위해 필리핀에 갔는데, 당시 행사 주최자였던 송명철 조선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실장을 만나 물어보니 리호남은 필리핀에 안 왔다고 했다는 것이죠. 혹시 왔는데 안 왔다고 했을까봐 로비를 배회하며 직접 찾아봤는데도 못 봤다고 하고, 송명철이 중국에 가서 좀 더 논의를 하자고 해서 같이 공항으로 가서 비행기를 타고 중국으로 갔지만 이 과정에서도 리호남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게 하동혁 씨의 주장입니다. 하 씨는 이 밖에도 고위공작원인 리호남이 자신과 업무 계통이 다른 조선아태위 행사에 나타나 끼어들면 숙청감이라고도 말하죠.

검찰은 하 씨가 이재명 대표의 지지자라는 점을 들어 진술이 오염됐을 가능성을 제기했습니다. 하 씨는 지난달 2일 민주당 법사위원 주도로 열린 박상용 검사 탄핵소추 사건 청문회에도 증인으로 출석했는데요. 민주당이 지난 7월 기자회견에서 “북한과 필리핀은 수교를 맺지 않았다”는 틀린 주장을 했는데 하 씨가 이 주장과 동일한 주장을 펼쳤던 만큼, 검찰은 하 씨가 민주당과 사전에 증언 내용을 협의한 것 아니냐는 주장을 편 것입니다. 또한 하 씨가 SNS에 이재명 대표를 지지하는 내용의 글을 게시한 점으로 보아도 수상하단 것이죠.

또 다른 증인 김국훈 씨는 필리핀 행사의 의전을 담당했는데요. 북한의 비자 문제를 들어 당초 초대된 북측 인사 6명 이외에는 필리핀에 입국할 수 없었다고 주장합니다. 또한 북측 경호팀의 움직임이 자신에게도 보고되는데, 당시 별다른 상황이 없었다고도 하죠. 하지만 검찰은 하 씨와 김 씨 모두 리호남이 조선아태위 행사에 왔는지 안 왔는지만 알고 있을 뿐, 필리핀 현지에 와있었는지까지는 알지 못한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김성태 전 회장부터가 아태위 행사에 공식 초청을 받고 간 게 아니기 때문에, 리호남 역시 행사와 별도로 움직여서 김 전 회장을 만났다면 하 씨와 김 씨가 어떻게 알았겠느냐는 것이죠.

무엇보다 리호남은 공작원이기에, 비밀스럽게 만났을 가능성에 검찰은 무게를 싣고 있습니다. 실제로 리호남이 쓰는 가명이 확인된 것만 6개에 이르거든요. 지난달 24일 재판에서 방용철 부회장은 쌍방울 실무자와 함께 리호남과 ‘위챗’이라는 메신저 단체 대화방에서 방북 비용 대납과 관련한 대화를 했다며 관련 내용을 자세히 진술했습니다. 김성태와 리호남은 분명히 필리핀 호텔에서 만났고, 밤색 가방에 70만 달러를 넣어서 줬다고요. 앞서 1심 재판부는 방 전 부회장의 진술이 일관된다고 보고 이화영 전 부지사의 유죄를 인정한 바 있습니다.

▶이재명도 민주당도 ‘이화영 구하기’ 총력전
이화영 전 부지사 측이 ‘연어 술파티’ 증거로 영수증을 제시하자 이재명 민주당 대표도 SNS에 기사 링크를 올리며, ‘수원지검 답 해야죠’라고 씁니다. 민주당 역시 이화영 전 부지사를 박상용 검사 탄핵 소추 사건 청문회에 출석시켜 진술 회유 의혹을 진술하게 했고요. 앞서 말씀드린 대로, 이 사건 재판 결과가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게도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겠죠.

앞서 이화영 전 부지사에게 중형을 내린 1심 재판부가 대북 송금 의혹을 사실로 인정한 이유는 김성태 전 회장, 방용철 부회장의 일관된 진술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진술의 일관성을 무너뜨리기 위해 진술을 회유했다, 나아가 짜 맞췄다는 공세를 퍼붓고 있는 것이죠. 이 공세가 모두 사실이라면 검찰이 피고인들에게 연어 먹이고, 술 먹이면서 ‘진술 세미나’를 했고, 그 결과 북한의 리호남이 필리핀에 가지도 않았는데 리호남에게 돈을 줬다는 진술을 만들어냈다는 이야기가 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에서도 이와 같은 주장이 모두 근거가 없는 것으로 인정된다면,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제3자를 통해 북한에 뇌물을 준 혐의에도 힘이 실릴 수 있죠. 이화영 전 부지사 1심 재판부와 같은 재판부가 이재명 대표 1심을 맡은 만큼, 항소심에서도 이 전 부지사에 대한 유죄가 인정된다면 이재명 대표에게도 부담이 되는 건 분명해 보입니다. 이재명 대표와 관련된 여러 재판이 이번 달에 1심 선고가 나옵니다만, 그 못지 않게 주목하고 있는게 바로 이 쌍방울 대북송금 재판이 아닐까 싶습니다. 퀴즈 나갑니다.

정답을 아신다면 유튜브에 ‘동앵과 뉴스터디’를 검색해서 해당 영상에 댓글 남겨주세요. 추첨을 통해 시원한 커피를 드립니다.
평일 오후 7시엔 <뉴스A>, 주말 오후 3시엔 <동앵과 뉴스터디>, 내일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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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성: 동정민 기자, 김정연 작가, 정현우 기자
연출: 황진선 PD
편집: 허수연‧박현아 PD

동정민 기자 ditto@ichanne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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