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이기자-40] 무주택 중산층 서민 위한 든든전세주택 한눈에 보기 별도 소득·자산 요건 안봐 6년 뒤 ‘분양 전환’ 기회도
연봉 약 8000만원인 가구가 서울에서 중간 가격의 아파트 1채를 사려면 얼마나 걸릴까요. KB부동산 데이터허브에 따르면 월급을 단 한 푼도 쓰지 않고 11년을 넘게 모아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올해 2분기 서울의 PIR(소득 대비 집값 배수)이 11.5배로 집계된 겁니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집값과 전셋값이 이처럼 많이 오르자 정부가 올 들어 새로운 임대주택 유형을 선보였습니다. 바로 ‘든든전세주택’입니다. 6년을 임대로 거주하면 이후 내 집으로 사들일 기회까지 준다고 합니다. 11월 처음으로 신청 접수를 받는다니 이름처럼 든든한 주택일지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LH 든든전세주택이란?···시세 대비 10% 이상 저렴
든든전세주택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공급하는 임대주택 유형 중 하나입니다. 쉽게 말해 정부 산하 공공기관이 집주인인 주택이죠. 그래서 주변 시세의 90% 이하 수준으로 전세가 나옵니다. 예를 들어 어떤 지역의 오피스텔 전세보증금 시세가 1억원이라고 해볼까요. 근처에 든든전세주택이 생긴다면 전세보증금은 9000만원 이하로 정해지게 됩니다.
든든전세주택에선 최장 8년 동안 사는 게 가능합니다. 처음에 2년을 기준으로 전세 계약을 맺는데요. 이후 2년짜리 재계약을 총 3번 더 할 수 있습니다. 이 주택은 LH청약플러스에서 매년 2~3차례 세입자를 모집합니다. 주로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 지역 물량이 많습니다. 아무래도 수도권의 주택 부족 문제가 심각하니까요.
소득 자산 요건 없어...무주택자 누구나 신청 가능
든든전세주택의 가장 큰 특징은 무주택인 중산층을 대상으로 한다는 겁니다. 임대주택은 보통 소득이 낮거나, 자산이 적거나, 사회적 배려가 필요한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공급합니다. 하지만 든든전세주택은 특이하게도 소득과 자산 요건을 보지 않습니다. 무주택자라면 누구나 신청할 수 있는 겁니다.
다만 아이가 있는 가구에겐 가점을 줍니다. 자녀수에 따라 가점이 높아지는데요. 자녀가 1명이면 가점 1점, 2명이면 가점 2점이 주어지는 식입니다. 신생아를 출산한 가구에게는 추가로 1점을 더 부여합니다. 저출생 문제를 어떻게든 풀어보자는 취지입니다. 동일한 점수가 여럿이면 추첨을 통해 당첨자를 뽑습니다.
LH는 올해 7월 처음으로 든든전세주택 신청자를 모집했습니다. 수도권에선 총 1384가구를 모집했는데 무려 2만 9704명이 신청했습니다. 21.4대 1의 경쟁률을 보인 겁니다. 많은 이들이 살고 싶어 하는 서울의 경쟁률은 무려 101대 1에 달하기도 했습니다. 서울에 188가구가 풀렸는데 1만 8983명이 몰렸거든요.
6년 뒤 내집으로 살 수 있다···새로 나온 ‘분양전환형’
최근 든든전세주택의 새로운 유형도 나왔습니다. 이른바 ‘분양전환형 든든전세주택’입니다. 일단 최소 6년을 전세로 살아보고 분양 여부를 선택할 수 있게 했습니다. 안정적으로 거주하던 임대주택을 아예 살 수 있는 기회까지 주겠다는 겁니다. 다만 애초에 괜찮은 집이어야 매입할 생각도 하겠지요?
LH는 이에 신축인 소형 아파트나 주거용 오피스텔을 주로 공급할 계획입니다. 너무 작으면 오래 살기 어려우니 주택 평형도 전용면적 60㎡~85㎡ 중형 위주로 나옵니다. 입지도 따지겠단 입장입니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교통이 편한 역세권인지, 직장이 가까워 직주근접이 높은지, 학교가 인접한 학세권인지 여부를 살필 방침입니다.
LH는 오는 11일부터 사흘 동안 분양전환형 든든전세주택의 첫 번째 입주자를 뽑습니다. 처음으로 풀린 물량은 총 774가구입니다. 서울 62가구, 경기 215가구, 인천 365가구로 수도권에서만 642가구가 공급됩니다. 최초 당첨자는 오는 12월 중에 발표됩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앞으로 든든전세주택은 대부분 분양전환형으로 공급할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6년 전 가격 참고한다···분양가 시세보다 저렴할 듯
그렇다면 6년이 지난 후 집을 얼마에 살 수 있을까요. 처음 전세로 들어갈 때 감정평가액과 6년이 지나 분양을 받을 때 감정평가액의 평균으로 정합니다. 처음 전세로 들어갈 때 소형아파트 감정평가액이 4억원이었고, 6년이 지난 후 해당 아파트 감정평가액이 6억원이라고 가정해볼까요. 이때 분양가격은 중간 값인 5억원이 됩니다.
6년 전 가격을 참고하니 시세보다는 훨씬 저렴하게 살 수 있겠죠. 물론 6년 뒤 집값이 오히려 크게 떨어질 수도 있습니다. 이때는 6년 전 높은 가격은 참고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6년 뒤 분양하는 시점의 감정평가액을 상한으로 설정해 부담을 덜어줄 예정입니다. 만약 집을 사지 않고 그냥 임대만 하고 싶다면요? 그것도 가능합니다. 분양전환하지 않고 최장 8년 동안 전세로 살 수 있습니다.
대신 한 가지 제한이 있긴 합니다. 시세보다 저렴하게 살 가능성이 높으니까요. 앞서 든든전세주택 ‘신청’을 받을 때는 소득과 자산 요건을 보지 않는다고 말했죠. 그러나 6년이 지나 ‘분양전환’을 할 때는 소득과 자산을 살핍니다.
먼저 자산은 3억 6200만원을 넘어서는 안 됩니다. 소득은 전년도 도시근로자 월평균 소득 130%(맞벌이 200%) 이하여야 합니다. 외벌이 3인 가구를 기준으로 하면 월소득이 935만 8244원보다 낮아야 합니다. 맞벌이 3인 가구는 월소득이 1439만 7298원 이하여야 임대주택을 분양 받을 수 있죠.
비슷한 듯 다르다···HUG 든든전세주택이란?
헷갈리지 말아야 할 것도 있습니다. 또 다른 공공기관인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서 공급하는 든든전세주택입니다. LH에서 운영하는 것과 이름이 똑같지요? 둘 다 임대주택이지만 세부적인 내용은 조금씩 다릅니다. 예를 들어 HUG의 든든전세주택은 분양으로 전환되지 않습니다. 100% 임대로만 활용됩니다.
LH의 든든전세주택은 대부분 신축을 사들여서 공급합니다. 반면 HUG의 든든전세주택은 다릅니다. HUG는 집주인 대신 세입자에게 전세보증금을 돌려주면 해당 주택을 경매로 넘기곤 하는데요. 이 주택을 HUG가 직접 낙찰 받아 주변 시세보다 저렴하게 임대주택으로 공급하는 게 바로 든든전세주택입니다. 매월 입주자를 모집할 계획인 것도 조금 다른 부분이죠.
이처럼 운영기관이나 분양전환 여부, 공급 방식 등은 다르지만 비슷한 점도 여럿 있습니다. 전세를 인근 시세의 90% 수준으로 정한다는 점과 최장 8년 동안 살 수 있다는 점이 대표적입니다. HUG표 든든전세주택도 소득과 자산을 보지 않습니다. 무주택자라면 누구나 신청할 수 있다는 점이 같은 셈입니다.
HUG의 든든전세주택은 8월과 9월 두차례 걸쳐 입주자를 모집했는데요. 8월의 평균 경쟁률은 89대 1, 9월의 평균 경쟁률은 267대 1에 달했습니다. 특히 서울만 놓고 보면요. 8월 서울에선 10가구가 풀렸는데 1654명이 신청해 평균 경쟁률이 165대 1이었습니다. 9월 서울에선 33가구가 공급됐는데 무려 1만 1954명이 신청하기도 했습니다. 평균 경쟁률이 362대 1을 기록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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